[문화산책] 아를국제사진제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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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9-16 08:14  |  수정 2020-09-09 14:45  |  발행일 2019-09-16 제24면
[문화산책] 아를국제사진제

프랑스 출장 소식에 지인들 모두 ‘파리지앵’ 감성을 느끼고 오라는 안부 인사를 했다. 이걸 어쩌나. 난 파리가 아니라 아를로 가는데 말이다. 별이 빛나는 밤, 원형 경기장, 포룸 광장의 카페테라스까지 빈센트 반 고흐가 사랑했던 그 풍경과 햇살이 숨 쉬는 아를을 가다니, 힘든 출장길이지만 콩닥콩닥 설렜다.

해마다 7월이면 프랑스 남부도시 아를에서는 ‘사진계의 칸’이라 불리는 아를국제사진제가 열린다. 1970년 시작돼 올해로 50주년을 맞이한 권위 있는 사진제라 지구촌 곳곳에서 사진가, 큐레이터, 컬렉터, 갤러리스트들이 모여 든다. 이런 사진제에서 사진가에게 가장 의미 있는 행사 중 하나는 ‘포트폴리오 리뷰’가 아닐까 한다. 개인전이나 그룹전을 열지 않는 이상 자신의 작품을 선보일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에 전 세계의 전문가들로부터 조언도 받고, 해외전시 등 귀한 인연으로 이어지기도 하는 ‘포트폴리오 리뷰’는 놓치지 않아야 할 행사 중 하나다.

이번 출장은 참 다양한 이들과 함께였다. 국내외에서 활약하지만 리뷰 경험이 없는 중견 작가, 사진 전문 갤러리를 운영하는 사진가, 해외리뷰의 매력에 듬뿍 빠진 사진가, 햇병아리 작가들까지 서울, 광주, 대구의 사진가들과 함께 아를로 떠났다. 경력이 달라도 딛고 선 위치가 달라도 리뷰에 임하는 그들의 자세는 참 진지하게 반짝였다. 올해 리뷰 행사에는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세라 린, 시드니 사진 페스티벌의 모쉐 로젠베이그, 한국의 석재현 디렉터 등 명망 있는 사진계 인사들이 리뷰어로 참여했다. 세계 각국의 사진가 323명이 참가한 리뷰에서 한국의 임안나 작가가 포트폴리오 리뷰어워드 대상을 수상했다. ‘사진계의 칸’에서 한국작가가 대상을 받다니 김연아가 올림픽 금메달을 딴듯 다함께 브라보를 외쳤던 그날, 아를이 아련하다.

화려한 색감에 열정을 더한 고흐의 작품처럼 사진가들의 포트폴리오 역시 그들만의 색감과 열정으로 가득하다. 대상 수상자인 임안나 작가를 비롯해 올해 아를국제사진제에 참여했던 한국사진가들의 포트폴리오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이번 주말부터 아트스페이스 루모스에서 열릴 ‘Les Coleurs d’Arles-10인의 포트폴리오전’에서는 작가들의 작품은 물론, 실제 리뷰에 사용했던 포트폴리오 북이 함께 전시될 예정이다. 그동안 좀처럼 공개되지 않았던 포트폴리오 북 속에서 사진으로 더 넓은 세상을 꿈꿔온 그들만의 영근 시간들을 만나보자.

박연정 (빛글 협동조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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