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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아재’ 따라 웃어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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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넷뉴스부기자
  • 2019-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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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면 가족들이 모입니다. 친척 어른들이 오랜만에 만났다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한마디씩 하시는 통에 평소 이어폰과 휴대폰으로 자기만의 세상 속에 살던 조카들은 적응이 안됩니다. 오랜만에 만나 어색하기만 한데 친척어른들은 조카들에게 점수를 좀 따겠다고 썰렁한 아재개그를 하십니다. “할아버지가 좋아하는 돈이 뭔지 아나?”라고 묻곤 심각하게 답을 고민하는 조카는 아랑곳없이 “그건 할~머니다, 할~머니!”라 자문자답을 하곤 혼자 막 웃으십니다. 조카들도 할 수 없이 어색하게 따라 웃습니다. 속으론 ‘난 어른이 돼도 저런 개그는 절대 안 해!’라고 다짐을 하면서 말이죠.

얼마 전 미국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 미국에도 아재개그란 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미국은 ‘아재개그’를 ‘dad jokes’라 부른답니다. 우리말로 하면 ‘아빠농담’이 되겠죠. 들은 ‘dad joke’를 하나 소개해드리면 “양말 안 신은 곰을 무엇이라 부를까요”입니다. 정답은 ‘barefoot(맨발·그냥 읽으면 bearfoot, 즉 곰발로 들림)’이랍니다. 우리나라 아재개그만큼이나 참 썰렁하죠. 그러나 아재개그 혹은 미국 아빠농담의 공통점은 그냥 함께 따라 웃다보면 그 이야기가 다시 생각나고 곱씹으면 정말 웃긴 것 같은 기분이 든다는 것입니다.

이 사실을 2019년 7월, 영국 UCL 대학교 인지과학연구소의 소피 스코트 박사 연구진은 과학적으로 증명합니다. ‘Current Biology’지에 발표된 스코트 박사 연구에 따르면 20명의 대학생에게 우스운 이야기를 녹음된 웃음소리와 함께 들려주었을 때와 그냥 이야기만 들려주었을 때에 그 웃긴 정도를 평가하도록 하였습니다. 또 연구진은 웃음소리도 흉내 낸 웃음소리와 진짜 웃는 웃음소리 2가지 형태로 준비하였는데, 대학생들은 진짜 웃는 웃음소리와 함께 우스운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 이야기가 더 웃긴 것이라 평가하였습니다. 그러니 썰렁한 아재개그라도 함께 웃다보면 정말 재미있는 것처럼 생각된다는 것이죠.

방송국에서 개그 프로그램을 녹화할 때에 웃긴 장면에서 미리 녹음된 웃음소리를 틀어주어 방청객들의 호응을 얻어내는 것도 이런 사람들의 인지기능을 활용한 것입니다. 웃음은 바이러스 같아서 비록 녹음된 소리지만 웃음소리가 들리면 함께 따라 웃게 되고 그럼 조금은 덜 웃긴 장면이라도 더 재미나게 보이게 됩니다. 사실 우리가 웃는다는 것은 우리 마음속 긍정적 감정의 표현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은 혼자보다는 남과 함께 있을 때 훨씬 더 많이 웃고, 그러면서 서로 정서적 교감을 이뤄갑니다. 이런 이유로 웃음은 결국 사람 간 관계 개선과 사회적 응집력을 가져오게 되는 것입니다.

실제 영국 UCL 대학교의 임상·교육·건강 심리학과의 에시 비딩 교수 연구진이 2017년 10월 ‘Current Biology’지에 발표한 연구결과를 보면 정상적으로 성장한 소년들에 비해 반사회적 행동을 할 위험이 높은 소년들은 다른 사람과 함께 웃고자 하는 욕구가 현저히 낮은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즉 조금 비약하자면 함께 웃고 떠드는 즐거움을 모르는 것은 타인과의 감정적 교감이 어려운 상태(남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이고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어려운 상태임을 의미합니다.

그러니 우린 굳이 명절이 아니더라도 가족과 자주 만나고 평소 지인들과 작은 일에도 함께 웃고 지내는 것이 우리의 뇌건강에는 좋은 것입니다. 그리고 아빠나 삼촌의 썰렁한 농담도 무안 주지 말고 박장대소를 하며 함께 웃어주면 스스로도 마음속에 기쁨이 샘솟을 것입니다. 미소가 아름다운 아재들의 영원한 연인 ‘마릴린 먼로’는 말합니다. ‘늘 웃어요. 인생은 아름답고 웃을 일이 아주 많으니까요!’ 향기박사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 하, 하!

DGIST 뇌·인지과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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