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북방외교

  • 마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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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9-12   |  발행일 2019-09-12 제27면   |  수정 2019-09-12

우리 정부가 미국·일본 등 서방 중심의 외교에서 탈피해 사회주의 국가에 대한 외교, 즉 ‘북방외교’를 활발하게 추진한 것은 6공화국 때부터다. 북방정책으로 불린 이 정책은 미-소 신데탕트, 중-소 화해 무드, 국내 정치환경의 민주화, 서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 등 국내외 환경변화를 바탕으로 출발했다. 지정학적으로도 북방대륙과 연결돼 있는 한국이 북방국가와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이익이라는 판단에 기초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사회주의 국가와의 외교 정상화와 남·북한 통일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같은 북방외교는 통일이전 서독이 실시했던 동방외교와 비슷하다. 옛 서독의 브란트 정부가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초에 걸쳐 진행된 미-소 긴장완화를 배경으로 적극 추진한 동독 및 사회주의권에 대한 ‘동방정책(Ostpolitik)’을 한국에 유사한 논리구조로 수용한 것이다.

노태우정부가 탈냉전 기류를 타고 추진했던 이 정책은 기존의 대(對)공산권 적대정책을 획기적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 이 정책에 따라 1989년 헝가리, 폴란드와 수교했고, 1990년 6월에는 한·소 정상회담이 열린 후 4개월 만인 10월에 국교가 수립됐다. 이듬해 1991년 소련이 해체된 이후 러시아와 국교를 재개했다. 이듬해인 1992년 8월에는 중국과 국교를 수립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후 역대 정부에서도 한·러 경협프로젝트 등의 북방정책은 계속돼 왔다. 북방은 대륙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전략적 거점이자 한반도 경제의 동력을 되살리는 무한한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 출범 후 신(新)북방정책이 추진되자 포항도 러시아 지방정부와 활발히 교류하는 등 적극적인 ‘북방행정’을 펴고 있다. 지난해 포항에서 처음으로 ‘한-러 지방협력포럼’을 개최했던 이강덕 포항시장은 최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 다녀왔다. 전국 기초단체장 중에서는 유일하게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참석했다. 정부 정책과 연계할 수 있는 사업의 발굴 등 북방교류협력을 선점하기 위한 발빠른 행보다. 당장의 결과보다는 미래에 대한 투자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 포럼에서 이 시장은 포항에 ‘북방진출 희망기업 지원센터’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양국 기업인들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국내 타 도시와 차별화된 북방행정이어서 기대가 크다.

마창성 동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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