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산업안전의 중요성과 당면과제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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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9-10   |  발행일 2019-09-10 제31면   |  수정 2020-09-08
[CEO 칼럼] 산업안전의 중요성과 당면과제

우리 선조들은 일상 속에서 재난에 대비했다. 조선시대에 향관이 새로 부임하면 먼저 참나무를 심고 도토리를 비축하여 재난을 당한 백성들의 구휼에 사용했다. 이런 연유로 참나무는 오늘날 전국 산림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수종이 되었다. 또한, 주요 건축자재인 초목은 화재에 취약했기 때문에 기와로 지붕을 개량하고, 주요 건물에 ‘드므’라는 방화수 저장용기를 설치하여 이 물을 초기 진화에 사용했다. 거안사위(居安思危)의 자세로 평안할 때 위험과 곤란이 닥칠 것을 생각하며 미리 대비했다.

작년말 화력발전소 인명사고를 계기로 산업안전보건법이 28년 만에 전면 개정되었지만 우리 산업현장은 여전히 재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OECD 가입국 중에서도 산업재해 사망만인율이 매우 높은 국가로 매일 3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하고 있다. 특히, 산업단지의 경우는 산업재해 위험노출도가 더욱 높은 실정이다. 중소규모의 2·3차 제조협력업체가 밀집하고, 유해·위험물이나 중대형 장치의 설치가 가능한 특성상 사고에 취약하고 사고의 대형화·연쇄화와 간접피해 유발 우려가 크다. 산업단지 불산 가스 누출, 화학공장 폭발과 같은 사고는 산업안전에 대한 예방과 대응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시사하고 있다.

산업현장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서는 먼저 기업인과 근로자의 예방적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기업인은 안전 최우선의 인식을 가지고 노후설비를 교체하거나 안전장치를 보강하는 등 안전도 제고를 위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시설 및 사업장 정기점검과 교육 등을 통해 안전한 근로환경과 기업문화의 조성도 병행해야 한다. 근로자는 작업 전·후 안전점검, 개인보호구 착용 등 안전수칙 준수를 생활화해야 한다. 산업재해의 대부분이 설비결함 등의 기술적 원인보다 작업관리상의 문제로 인해 발생한다. 산업현장의 주체들이 산업 활동의 필수 요소로 안전의 중요성을 공유하고 재해의 예방과 안전 확보를 위한 실천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산업현장에도 국가 차원의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재난안전관리 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재해 발생 시 소방서·화학구조대 등 구조기관이 1차 발생 재해를 진압하는 동시에 안전관리기관, 지자체 등 유관기관이 유기적으로 대응하여 추가적 재해 발생을 방지해야 한다.

또한 중대 재해별 상급 의료기관을 지정하여 골든타임을 놓쳐 발생하는 안타까운 사망도 방지해야 한다. 재난합동방재센터와 같이 재난관리 전담기관들의 상시 협력체계를 강화하고 비상핫라인을 운영하여 재해 확산을 방지하고 피해기업의 복구활동을 지원해야 한다.

안전 취약현장에 대한 법적·제도적 지원도 중요하다. 산업현장에서는 위험한 공정이 하도급업체를 통해 진행되는 경우가 많고, 이는 산업재해 발생의 위험요소가 잠재되어 있는 안전관리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의 개정으로 사내 도급이 제한되고 원도급업체의 책임범위가 강화되었지만 영세 하도급업체의 재난대응역량 강화가 병행되어야 효과가 배가 될 수 있다. 자력으로 안전한 환경을 확보하기 어려운 영세기업을 대상으로 안전투자에 대한 금융·세제 지원, 안전교육 내실화, 안전문화 확립 캠페인 등 정책적인 집중이 필요하다.

산업단지에 대한 안전한 환경조성도 병행되어야 한다. 노후 산업단지의 경우 타 산업단지에 비해 산업재해 발생률이 높은 편이다. 여수, 울산산단의 지하배관 등 노후된 산업시설에 대해서는 정기적인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하고 취약점을 개선해야 한다. 스마트 첨단기술을 활용하여 산업단지 차원의 재난대응 통합 인프라 구축이나 제조현장을 첨단 작업환경으로 고도화하여 안전성을 개선하는 것도 필요하다.

안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요구 수준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한 저력을 산업안전 혁신에 한 번 더 쏟아야 한다. 산업현장에 재해 없는 안전한 환경이 조성되어 기업과 근로자가 일터에서 더욱 큰 만족과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범국가적 노력이 필요하다.

황규연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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