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여든이 되어도 ‘청춘’이고 싶다

  • 이은경
  • |
  • 입력 2019-09-09 07:50  |  수정 2020-09-09 14:47  |  발행일 2019-09-09 제22면
[문화산책] 여든이 되어도 ‘청춘’이고 싶다
박연정<빛글 협동조합 대표>

방송 일도 전시 일도 참 많은 사람들, 별의별 캐릭터들을 만나게 된다. 때로는 홀대하고 싶은 ‘꼰대’를 만나 마음 상하기도 하고 때로는 존경이 우러나는 ‘청춘’을 만나 가슴 벅차기도 한다. 물론 이때의 청춘은 인생의 어떤 시기를 말하는 건 아니다. 사무엘 울만의 시에 등장하는 것처럼 ‘두려움을 물리치는 용기, 안이함을 뿌리치는 모험심, 그 탁월한 정신력을 가진’,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뜨거운 마음을 지닌 이들이다.

차마고도 1천일의 기록, 오로라 헌터 등 유명 다큐멘터리의 감독인 박종우 사진가와는 몇 편의 영상작업과 사진전을 함께 했다. 저널리스트에서 다큐멘터리스트로 전환한 그의 작업은 남극에서부터 아프리카까지 치열하게 피어오른다. 대롱대롱 외줄 하나에 몸을 의지한 채 급류를 건너던 이야기며 극지에 피어난 오로라를 담는 여정이며, 그 스펙터클한 경험담은 당시 ‘이 분이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짜릿했다. 세상은 빨리 바뀌고, 시간은 많지 않고, 그래서 갈 길이 바쁘다는 그를 두고 누군가는 ‘구두창에 바람이 든 사진가’라 말한다. 물론 솔솔 바람 불어오는 진원지는 ‘청춘’의 마음일 것이다.

한국 나이로 올해 일흔이 된 세계 출판계의 거장, 게르하르트 슈타이들을 만난 것은 대구에서 ‘로버트 프랭크’ 전시를 함께 하면서였다. 가난한 인쇄공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시작한 길, 세계 최고의 책을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평생을 살아온 그는 결국 그 꿈을 이뤄냈다. 이제는 에헴, 헛기침 좀 하는 어른이 아닐까 했는데 웬걸, 그 역시 닮고픈 ‘청춘’이었다. 출판사를 회사가 아닌 연구소처럼 운영하는 것도 놀라웠고, 수십 년간 사진집을 내면서도 늘 기존의 시스템과는 다른 새로운 방식을 도입한다는 그의 철학 또한 충격이었다.

참 인연도 묘한 것이, 두 사람이 함께 작업을 한 적이 있다. 2017년 출간된 박종우 사진가의 ‘DMZ, 비무장지대’는 슈타이들에서 최초로 만든 한국 사진가의 사진집이라 당시 국내외에서 큰 이슈가 됐다. 열정 가득한 두 ‘청춘’이 만난 작업이니 그 결과물은 당연히 ‘브라보’다. 더 넓은 세상을 향한 모험, 더 높은 목표를 향한 채찍질, 그리고 그 길을 용기 있게 걸어가는 두 사람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푸르게 출렁이도록 만든다. 아마 여든이 되어도 ‘청춘’으로 살아갈 그들을 보며 ‘꼰대들’이 아닌 ‘청춘들’이 많아지는 세상을 그려본다.
박연정<빛글 협동조합 대표>

기자 이미지

이은경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