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소나무에 대한 愚話 2제

  •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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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9-06   |  발행일 2019-09-06 제23면   |  수정 2019-09-06

바위 위에서 자라는 소나무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소나무가 다른 나무에 비해 양분과 수분 부족을 잘 견디는 편이지만 바위 위에서 자리를 잡고 몇 백년간 견디는 것은 여간한 일이 아니다. 바위 위의 소나무는 하나 같이 키가 작고 못생겼다. 수분과 양분의 부족으로 기아 상태가 일상이고 모진 바람을 견뎌야 하기 때문에 똑바로 크지 못하고 줄기가 용틀임한다. 그런데 이런 형태가 나무로서는 못 생긴 모양이지만 보기에는 좋다. 상주시의 대표적 문화관광지인 경천대가 낙동강 1천300리 중 가장 아름다운 경치를 연출하고 있는 것도 이런 소나무와 바위 덕이다. 얼마전에 나무 관련 전문가들과 경천대의 소나무를 찾아갔다. 현장을 본 그들은 고소(苦笑)를 참지 못했다. 바위 위의 수백년 된 소나무에는 ‘우담송/수령 1628년생’이라고 쓴 팻말이 붙어 있었다. 우담(雩潭)은 한동안 경천대에서 머물렀던 조선시대 최고의 학자 채득기의 호다. 팻말은 누군가가 1628년에 그 바위에 그 소나무를 심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세상에 바위 위에 나무를 심고 문서에 기록하는 어리석은 사람이 있을까?

상주시청 정원에는 ‘모자소나무’라는 팻말이 세워진 소나무가 있다. 줄기가 두 개로 나눠지는 V자 홈에서 가는 가지가 자라는데, 이것이 ‘모수에서 씨가 떨어져 나와 줄기에 붙어서 새 생명으로 자라고…’ 있으며 이는 ‘새롭게 단장된 시청사를 반기는 길조’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나무의 눈(芽) 중에는 자라지 않고 계속 휴면상태로 남아 있는 잠아(潛芽)가 있는데,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것이 자라서 가지가 된다. V자 홈에서 자란 어린 가지는 씨가 떨어져 나온 새 생명이 아니라 이식(移植) 스트레스에 의해 잠아가 자란 것이다. 일종의 기형이다. 시청 정비 당시 시청을 외곽지로 이전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 그러나 무슨 이유인지 당시의 시장은 이를 무시하고 이전 대신 대대적인 정비공사를 벌였다. 모자소나무는 대대적인 정비공사에 대한 비판 여론을 잠재우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다. 말하자면 ‘소나무도 새 생명을 내면서 청사정비 공사를 반기는데 왜 반대를 하느냐’는 이해할 수 없는 현대판 우화(愚話)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여러 해 전부터 우담송과 모자소나무 팻말의 거짓됨이 지적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바로잡지 않는 것이다.

이하수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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