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요가 이야기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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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9-05 08:04  |  수정 2020-09-09 14:47  |  발행일 2019-09-05 제23면
[문화산책] 요가 이야기

요가를 시작한 지 150일이 되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요가를 경험했는데, 수련을 한 며칠 동안은 온몸이 쑤시고 아팠다. 무엇이든 100일쯤 넘기는 게 고비인데 지금은 다행히 몸이 잘 적응하고 있다. 호흡은 편안해졌고 자세를 고정해도 별로 흔들림이 없다. 50여년 동안 엉망진창의 자세로 생활하다 보니 몸이 뻣뻣해진 건 당연한 일이었다. 다리를 펴고 앉아 손을 발 쪽으로 뻗으면 손끝이 발목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왼쪽 어깨는 병원에 다니며 통증을 완화하는 주사를 맞아야 겨우 움직일 수 있었다. 두 달쯤 지나니 자연스럽게 손으로 발을 잡고도 남을 만큼 허리는 부드러워졌고 왼쪽 어깨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요가 선생님은 힘을 빼면서 내쉬는 호흡에 조금씩 팔을 멀리 뻗으라고 한다. 힘을 주면 줄수록 몸은 더욱 뻣뻣해지고 호흡은 가빠졌는데, 신기하게도 힘을 빼니 멀리 뻗을 수 있었다. 힘을 뺄 것,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길게 내쉴 것. 이것이 150일을 갓 넘긴 초보자가 스스로 터득한 요가 수행의 핵심이다.

쓸모없는 곳에 억지로 힘을 주며 산 것은 아닌가, 요가를 하며 내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 잘난 척, 아는 척, ‘척’은 힘이 들어가는 자세다. 허위의 자세다. 진실은 힘이 따로 필요하지 않다.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가 진실이기 때문이다. 진실에서 멀어지고 거짓에 가까울수록 목청이 커지는 일들을 우리는 얼마나 많이 보고 사는가.

골프선수나 야구선수에게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공을 멀리 보내려면 오히려 어깨의 힘을 빼야 할 것이다. 좋은 시도 마찬가지다. 좋은 시를 쓰는 시인은 자기가 아는 힘으로 시를 쓰는 것이 아니라, 대상이 말하는 것을 잘 듣고 받아쓰는 사람일 것이다. 문명과 자연, 자본과 노동, 부모와 자식, 남편과 아내, 스승과 제자,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힘으로 지배하려고 할 때, 갈등과 싸움은 그치지 않고 상생과 평화는 우리 삶에서 멀어진다. 삶에서 힘을 빼는 일이 필요하다.

인간은 인간뿐만 아니라 자연에게도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 인간은 자연에게 재앙이 된 지 오래다. 다 힘 때문이다. 울면서 주먹을 꽉 쥐고 힘껏 살아보겠다며 태어났지만, 영광과 좌절의 새옹지마를 겪은 후에 우리는 결국 죽음으로 간다. 생자필멸(生者必滅), 그 길은 힘을 다 빼고 손바닥을 펼치며 무위의 자연으로 가는 길이다. 우리는 힘을 빼고 삶의 한가운데 죽음의 말뚝을 박아놓고 살아야 한다. 그래야 삶이 영원으로 이어진다. 그것이 윤리다.

김수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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