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욕심을 분산시켜야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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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9-03   |  발행일 2019-09-03 제31면   |  수정 2020-09-08
[CEO 칼럼] 욕심을 분산시켜야
정홍표 홍성건설 대표 기술사

사람에게는 우리가 아는 기본적인 다섯 가지 욕심이 있다고 한다. 재물, 명예, 식욕, 그리고 수면과 이성에 대한 욕심, 이것을 오욕(五慾)이라고 한다. 하지만 현대 사회를 살면서 우리의 마음에는 이보다 더 많은 욕심이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보다 더 행복하게 살고 싶은 것도 욕심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고 자식의 성공을 바라는 부모의 마음, 부모의 건강을 기원하는 자식의 마음도 엄밀히 말하면 욕심이 아닐까 싶다. 사람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멋진 곳을 많이 여행하고 싶은 바람, 감동적인 책을 읽고 싶은 생각도 욕심이라고 할 수 있으며 노후에 안락한 죽음을 바라고 사후에 천국을 꿈꾸는 것도 역시 욕심이라고 할 수 있다.

가끔 경제적으로 많이 성공한 사람과 식사나 라운딩 기회를 가질 때가 있다. 기업을 하는 경우가 많고 나이는 60~70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훨씬 젊은 나이에 크게 부(富)를 이루었으며 의사나 약사, 회계사, 부동산 투자자 등 기업인이 아니면서 경제적으로 성공한 사람도 만날 수 있다. 그들과 만남의 계기는 사업적이었으나 그들의 삶을 들으면서, 그것이 배움의 시간이 되어 늘 개인적인 발전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들 중에 현재 상당한 재력가임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돈에 대해 집착하는 마음을 엿볼 때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산술적으로 계산해도 그가 갖고 있는 재산과 여생을 생각하면 아마 일할도 쓰기가 어려울 그 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생각하지 못한 요인들이 있겠지만, 한 가지 추정해보면 욕심의 쏠림 현상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젊은 시절에는 넘치는 오욕이 있었고, 성공에 대한 열정과 가족에 대한 사랑에 바빴기에, 그때는 물욕이 그렇게 도드라지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 많은 것을 이루고 성취하기도 하였지만, 갖고 있던 많은 욕심이 나이와 함께 떠나버리면서 마지막까지 남아준 돈에 더욱 집착을 하게 되지 않나 생각한다. 이미 돈은 본인에게 재물이라기보다 자신의 존재 가치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에게 미운 생각보다 안타까운 마음이 훨씬 많은 것은 스스로 나이가 그에게 가까워가고 있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평소 존경하는 회장님 한 분이 있다. 철강업으로 많은 성공을 이루었으며 지금도 현업에 관여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아끼던 술은 사양하고 색소폰에 입문하여 모임 행사에서 30분 이상 연주를 할 만큼 대단한 예능적 욕심을 보여 주고 있다. 골퍼들의 꿈인 에이지슈터를 넘나들 만큼 체력에도 욕심을 지키며, 봉사 모임과 장학, 기부에도 관심이 많다. 또한 가족이나 친구들과 수시로 만나고 여행을 할 만큼 사람에 대한 욕심도 지키고 있다.

젊은 시절 갖고 있던 많은 욕심이 나이와 함께 점점 떠난다면 또 다른 ‘욕심 꺼리’를 만들어야 한다. 가능한 그 욕심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것이 좋으며, 그 종류가 많을수록 한 가지에 집착하는 것을 막기가 수월하다. 또한 독서가 아무리 좋다고 한들 지나치면 주변 사람과 소원해질 수 있을 것이며, 건강을 위하여 하는 운동이라도 지나치게 쏠리면 내 몸을 상하게 한다. 아울러 욕심이라는 것은 결코 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아버지가 많은 돈을 가지고 있으면서 자식에게 궁색하게 굴면 그 자식들 역시 주변에 궁색해질 수밖에 없고, 결국 그들은 돈을 갖지 못한 가족보다 오히려 불행하다. 아버지는 자식을 교육시킨다고 하지만 목적이 교육이든, 돈이든 그 또한 지나친 욕심이 아닐까 한다.

세상살이에서 욕심은 나쁜 것이 아니며 개인과 사회의 발전 요인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 가지 욕심이 지나치게 커지면 집착이 되고 집착이 커지면 내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한다. 그 회장님을 존경하는 이유가 사업적으로 크게 이룬 업적과 베풂도 있겠지만 그의 균형 잡힌 욕심이 멋지기 때문이다. 나이와 함께 잠재된 더 많은 욕심을 찾아내고 그것을 골고루 분산·발전시키며 살고 싶다. 욕심의 균형이 행복의 균형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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