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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 人사이드] 대구시 신청사건립추진공론화위원장 김태일 영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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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수경기자 손동욱기자
  • 2019-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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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청사 부지 결정 ‘공론 민주주의’ 실험…오직 시민만 믿고 가겠다”

김태일 대구시 신청사건립추진공론화위원장이 “대구의 사례가 국내 공론 민주주의의 전범(典範)이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김태일 영남대 교수(63·정치외교학)는 요즘 대구에서 가장 핫(hot)한 인물이다. 평소 지역사회 현안에 적극 나서는 개혁성향의 학자로 알려져 있는 그는 지난 4월 대구시 신청사건립추진공론화위원장을 맡으면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고 있다. 그래서 말과 행동에도 조심스럽단다. 무심코 던진 말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어서다. 짊어질 책임은 막중하다. 대구시가 2004년 청사 건립추진 방침을 밝힌 뒤 그간 두차례 용역이 진행됐지만 모두 실패했다. 김태일 위원장이 총대를 멘 이번에도 결실이 없으면 한동안 신청사 이슈는 동력을 확보하기 힘들다는 여론이 많다. 목표는 이미 정해졌다. 오는 10월초에 신청사 건립을 위한 선정기준을 정하고, 12월 중순 전에 신청사 행선지를 결정키로 했다. 종착역이 서서히 가까워지자 최근엔 긴장감도 한층 고조되는 분위기다. “대구에 공론 민주주의의 개화기를 열겠다”는 김 위원장을 최근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신청사건립지 선정을 위한 공론화위 활동은 시민에 대한 무한 신뢰에 기초한 것이다. 오직 시민만 믿고 가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시의회 조례제정으로 사업 구속력 확보
정치 휘둘려 두차례 실패 되풀이 안 해
과열유치 인지단속 공정성 시비 일으켜
시민제보 들어와야 조사하는 방식 채택

12월 시민평가단 250명 무작위로 뽑아
외부접촉 차단한 채 합숙하며 입지결정
공론화委 통한 신청사 문제 마무리되면
‘대구형 민주주의’ 전국 모범사례 될 것


▶연내 반드시 신청사 건립지를 결정하겠다고 했는데, 내년 총선 등 정치적 변수 때문에 온전한 시민의 뜻이 발현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목소리가 적잖다.

“분명 올해는 다를 것이다. 지역사회 최고 주권기관인 시의회가 지난해말 관련 조례까지 별도 제정해 사업추진의 정당성과 구속력을 확보했다. 과거엔 왜 흐지부지됐는지 궁금해 당시 언론보도와 의회 속기록을 확인해보니 역시나 정치적 요인이 컸다. 신청사건립 1차용역(2006년)과 2차용역(2010년)이 진행됐을 때 하나같이 지방선거에 영향받은 것을 확인했다. 겉으론 기초단체간 과열 경쟁 및 분열, 열악한 시 재정, 2011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최준비 등이 실패 사유로 언급됐지만 실제 발목을 잡은 것은 정치적 상황이었다. 지자체장 출마 후보들이 하나같이 신청사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면서 경쟁이 심화됐다. 이에 정책 결정자들이 판단을 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 올해도 내년 총선 외풍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미 왜 선거를 앞두고 결정하려 하느냐며 일정연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붙들어 매도 된다. 지난 5월엔 일종의 룰인 과열유치행위 감점기준까지 만들었다. 유치경쟁시 하지 말아야 할 것과 해도 되는 것에 대한 ‘가이드 라인’ 기능을 할 것이다. 어느 정도 통제도 가능해진 셈이다. 지역 정치인들도 특정 구·군의 사안이 아니라 인구 250만명인 대구의 미래를 바로 세우는 일이라는 점을 꼭 인식해줬으면 좋겠다. 정치인들이 과거처럼 지역 경쟁이 격화되도록 방관하지 말고, 스스로 ‘사회적 울타리’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

▶그동안 물밑에서 치열한 유치경쟁이 있었지만 과열유치행위 적발문제가 공식적으로 표면화된 적이 없었는데 최근 2건의 시민제보가 들어왔다.

“‘과열유치행위 감점기준’을 정했지만 ‘인지단속’이 아니라 시민제보가 들어와야 조사에 나서는 방식을 택했다. 인지단속을 하게 되면 특정 지역 봐주기 또는 특정지역을 표적 단속한다는 논란에 휩싸일 수 있어서다. 한마디로 공정성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물론 이 과정에서 ‘묻지마 현수막 설치’ 등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간 시민제보가 많지 않았던 것은 경쟁 기초단체 간 보이지 않는 견제가 작용했고, 일종의 ‘작전’일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다. 계속 제보할 사안을 적어놓고 나중에 한꺼번에 제보하는 게 아니냐는 걱정도 했다. 하지만 대구 시민을 계속 믿었다. 기대는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시청주변에 붙은 현수막도 크게 줄고, 홍보문구도 자극적이지 않고 세련되게 변모했다. 이른바 ‘톨레랑스(사회적 관용)’가 작용했다고 본다. 일정부분 인내할 수 없는 범위가 설정된 것이다. 가령, 주행속도 제한이 100㎞인 고속도로에서 110㎞ 정도는 속도위반으로 인식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또한 유치홍보활동의 일환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유치경쟁에 나선 기초단체가 짧은 동영상과 만화 등을 제작해 홍보활동을 하는 것은 시민의 건전한 관심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이참에 대구전체 발전상을 기초단체차원에서 그려보는 모습도 보기좋았다. 하지만 최근에 아파트 승강기 미디어보드에서 홍보물을 노출시키다 적발된 사안은 솔직히 걱정스럽다. 자기 지역을 벗어나 다른 지역에서 유치활동을 하다 적발된 것은 처음이라서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해관계가 첨예한 신청사 건립사안을 ‘공론 민주주의 방식’으로 진행하는데 대한 자부심이 큰 것 같다.

“대학 강단에 설 일도 앞으로 3학기밖에 남지 않았다. 2021년 2월말이면 퇴직한다. 그간 지역현안과 관련해 나를 찾는 이가 있으면 마다하지 않고 일을 했는데, 이번 신청사건립업무는 좀 더 의미있게 다가온다. 어쩌면 지역사회를 위해 일할 수 있는 ‘마지막 사안’이 될 수 있다는 각오로 일한다. 무엇보다 신청사 건립지가 숙의과정을 거치는 공론 민주주의 방식으로 결정된다는 게 반가웠다. 잘 추진되면 대구지역 민주주의 수준도 한층 업그레이드될 것이다. 공부도 많이 하고 있다. 대구시의 시민의견수렴창구인 ‘시민원탁회의’에 대한 문제점이 좀 많아서 조언을 해주는 과정에서 공론 민주주의 방식을 자주 접했다. 혼자 힘으로는 벅차서 아예 전문가를 대동해 지난해에는 토론회까지 대구에서 열었다. 공론 민주주의 전문가인 이소영 대구대 교수(국제관계학)와 <사>디모스 정완숙 대표가 흔쾌히 도움을 줬다. 개인적으로도 시민의견수렴방식을 직접 접해봤다. 지난해 KBS 이사를 맡으면서 시민평가단을 통해 KBS 사장을 선정했었다. 인사관련 사안에선 획기적인 시도라는 생각을 했다. 지역 중대 관심사인 신청사 건립관련 시민평가단 방식은 이보다 더 정교할 것이다.”

▶아직도 신청사 건립지 결정과정을 잘 모르는 이들이 많다.

“오는 12월중순쯤 무작위로 뽑은 250명 시민평가단은 일단 지역 모 처에서 2박3일 정도 합숙을 한다. 평가단은 객관적 사실중심의 정보를 먼저 공유하고, 이어 학습·토론을 거친 뒤 최종 평가(점수제 또는 투표)를 한다. 후보지 현장방문도 추진된다. 평가단 중에는 학습과정을 통해 기존 생각을 바꾸는 이도 있을 것이다. 평가기간중엔 외부 접촉을 차단하기 위해 휴대폰을 수거한다. 공론 민주주의 방식이 지자체의 골치아픈 사안을 시민에게 떠넘기는 방식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시민이 주체적으로 의사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을 접하게 되면 지역의 소중한 자산으로 남을 것이다. 더욱이 시민평가단은 경북도청 이전(83명), 충남도청 이전(60명)보다 시민참여수도 월등히 많다. 분명, 이같은 사회 통합적 절차를 겪어보면 결과에 대한 신뢰도가 생겨 수용력도 높아진다. 자연히 갈등 해결능력도 좋아진다. 이해관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시의회에 맡기면 갑론을박만 이어질 것이고 결과에 대한 승복도 장담 못한다. 지자체장이 위원회를 꾸려도 별반 차이가 없다고 본다. 신청사 건립방식이 잘 마무리되면 대구에 녹록지 않은 다른 갈등사안이 발생해도 공정하고 합리적인 관리가 가능하다. ”

▶일각에선 개혁성향의 김 위원장이 보수색채가 짙은 대구시의 중요 행정사안에 적극 참여한 것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정당활동은 안 한 지 오래됐다. 지역 중요 현안을 다루는데 이분법적 편가르기는 옳지 않다. 대구는 갈등문제가 생길 때 합리적인 해결이 쉽지 않은 곳이라고 느껴왔다. 공론화 위원장 자리는 합리적 의사결정과정을 통해 민주주의를 실험할 수 있다는 데 매력을 느껴 두 말 없이 수락했다. 위원장으로 호선되고 나서는 투명성 확보를 위해 일부러 권영진 대구시장과도 일절 연락하지 않는다. 내 이름 석자에도 누가 될 일을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집사람은 자꾸 왜 그렇게 머리아픈 일을 맡느냐”며 핀잔을 주지만, 그때마다 나는 “다 내 팔자”라며 웃으며 넘긴다. 이번 일이 잘 정리되면 관련 논문도 써서 학회에 소개하고 싶다. 기회가 되면 백서도 발간할 생각이다. 대구 사례가 국내 공론 민주주의의 전범(典範)이 되도록 힘쓰겠다.”

▶지역사회에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일선 공무원들에게 먼저 부탁하고 싶다. 공무원 스스로 위반 행위를 하지 말았으면 한다. 아무리 윗선에서 요구를 해도 룰에서 벗어나는 행위는 스스로 거절하거나 잘못됐다는 점을 분명히 알려줘야 한다. 신청사 건립과 관련해 마련된 시민원탁회의에서도 공무원의 조직적 동원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평소 위반행위 여부를 잘 숙지하고 조심해야 하는 게 공직자의 도리이자, 스스로에게도 좋다. 뒤에 슬며시 빠져 지시하는 고위 공직자들로 인해 일선 공무원들이 피해를 볼까봐 많이 걱정된다. 공무원이 전면에 나서게 되면 시민 혈세가 낭비되고, 민원인들에게 집중해야 할 행정력도 분산된다. 대구에서도 숙의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마련되도록 힘을 모아줬으면 좋겠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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