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여성이 낳은 아이, 8년 만에 법원서 한국 국적 인정

  • 입력 2019-08-21 19:10  |  수정 2019-08-21 19:10  |  발행일 2019-08-21 제1면
아버지는 체포, 어머니는 행방불명…미국인 목사 부부가 양육
법원, 국적비보유판정 취소 판결…확정시 첫 사례될 듯

 A(8)양의 아버지 B씨는 2010년 말에서 2011년 초쯤 북한 당국에 체포됐다. 임신 중이던 아내 C씨는 탈북했고, 탈북자 지원 활동을하는 미국인 목사의 도움을 받아 중국에서 A양을 낳았다.


 그러나 C씨는 출산 후 목사에게 딸을 잘 부탁한다는 말만 남기고 떠났고, 이후 연락이 되지 않았다. 목사 부부는 그때부터 A양을 친딸처럼 보살피기 시작했다.


 목사 부부는 2012년 초 중국 정부가 탈북자 단속을 심하게 하자 A양을 데리고 대한민국으로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이에 따라 우선 중국을 떠나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로 이동했다.


 하지만 A양이 한국에 가려면 베트남을 떠날 수 있는 신분이 필요했다. 목사 부부는 우선 베트남인 부부 쪽으로 A양 출생신고를 했다. 이후 여권과 비자를 받아 2014년 9월 한국에 들어왔다.


 A양 측은 이듬해 5월 친부모가 모두 북한 출신이기 때문에 출생과 동시에 한국 국적을 취득한 것이라며 법무부에 국적판정 신청을 했다.
 우리 헌법과 대법원 판례상 북한 주민은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에 거주하는 사람으로서 당연히 한국 국민에 해당한다는 점을 근거로 댔다. 베트남에서의 출생신고는 국내 입국을 위한 허위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지난해 3월 A양이 한국 국적을 갖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비보유 판정을 내렸다. 베트남 국적을 갖고 있어 베트남 국적법에 따른 국적포기 등 절차가 없었다고도 설명했다.


 법무부는 통일부와 국가정보원에 A양의 친부모 관련 정보를 요청했는데 기록상 확인되지 않는다는 답을 받은 점도 비보유 판정 근거라고 했다.

 그러자 A양 측은 법무부가 부모와의 혈통 관계, A양의 국외 이주 경위, 한국 국적 취득 여부 등을 꼼꼼히 따지지 않았다며 같은 해 6월 소송을 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안종화 부장판사)는 A양이 "국적 비보유 판정을 취소해달라"며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지난 16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탈북한 북한주민이 '국적비보유 판정 취소' 또는 '국적취득신고 반려처분 취소'소송을 낸 건 4건 밖에 나오지 않는데 과거에는 모두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첫 인정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한 목사의 진술과 A양 측이 낸 각종 증거자료를 토대로 A양이 태어날 당시 친부모가 북한 주민이었음이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목사의 진술은 매우 구체적이고 내용 자체로 합리성과 객관적 상당성이 있다"며 "별다른 모순이 없고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진술할 수 없는 내용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통일부와 국정원의 회신은 국적 판정 심사에 있어 참고자료로 삼을 수 있는 의견에 불과하다"며 "반드시 친부모 신원이 공적으로 확인돼야 한국 국민으로 판정할 수 있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A양의 베트남 국적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았다. A양의 출생신고는 국내 입국을 위해 만들어낸 임시방편이기 때문에 A양이 애초부터 베트남 국적을 취득하지 못했다고 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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