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내년 마이스터고부터 도입…대학처럼 희망수업 수강

  • 입력 2019-08-21 11:46  |  수정 2019-08-21 11:46  |  발행일 2019-08-21 제1면
'3년간 192학점' 이수…일부 과목만 절대평가 '반쪽 실험' 그칠 듯
산학겸임교사 등 현장 전문가 학교 투입…2025년 일반고까지 전면 도입

고등학생이 대학생처럼 듣고 싶은 수업을 신청해 학점제로 이수하는 '고교학점제'가 내년 마이스터고등학교에 처음 도입된다.
 지금 초등학교 4학년이 고등학생이 되는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을 앞두고 마이스터고에서 시범 실시하는 제도조차 '반쪽 실험'이 될 것으로 보여 졸속 행정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교육부는 2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2020학년도 마이스터고 고교학점제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고교학점제란 학생이 원하는 진로에 따라 고등학교 과목을 선택·이수하고, 누적 학점이 기준에 도달하면 졸업을 인정받는 교육과정 제도를 의미한다.


 현행 고교 체계에 학점제를 도입하려면 '교육과정', '평가제도', '졸업제도'라는 세 가지 측면의 변화가 필수적이다.
 교육과정 측면에서는 이수 기준을 '단위'에서 '학점'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고, 평가 측면에서는 형평성을 위한 성취평가제(절대평가)를 전면 도입해야 한다. 아울러 요건만 충족하면 졸업할 수 있는 유연성도 필요하다.


 마이스터고는 산업계 수요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직업계 고등학교다. 교육부는 직업계고의 전공과목 개념인 전문교과(Ⅱ)가 이미 성취평가제로 운영되는 점등을 고려해 마이스터고 51개교를 고교학점제 '실험의 장'으로 선정했다.


 내년 마이스터고는 우선 교육과정의 틀이 크게 바뀐다.
 현재 고등학교 수업은 3년간 204단위를 이수하는 것으로 돼 있다. 1단위란 50분짜리 수업 17회를 의미한다. 즉 현재 고등학생들은 수업을 3년간 2천890시간 듣고 있다.


 마이스터고는 내년부터 '1단위'가 '1학점'으로 바뀌면서 50분짜리 수업 16회로 줄어든다. 총 이수 학점(단위)은 204단위에서 192학점으로 줄어든다. 3년 수업시간이 2천560시간으로 줄게 된다. 일주일에 약 34교시였던 수업이 32교시 정도로 줄어드는 셈이다.
 수업이 줄어드는 대신 학교 밖 경험이 활성화된다. 산업체·대학 등에서 체험·실습할 경우 이를 학점으로 인정해준다. 정규 교과와 창의적 체험활동의 비율은 각 학교가 자율적으로 정한다.


 수강신청을 통해 다른 학과의 과목을 선택할 기회도 열린다.
 기계과 전공 학생이 소프트웨어 과목을 수강해 소프트웨어 활용 능력을 갖춘 기계조작원이 될 수 있고, 소프트웨어 전공 학생이 전자과 수업을 듣고 전자회로를 이해하는 개발자가 될 수 있다는 게 교육부가 그린 청사진이다.


 하지만 교육과정과 달리 평가제도와 졸업제도는 근본적인 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 '반쪽짜리 실험'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완전한 학점제가 되려면 모든 과목에 성취평가제가 도입돼 어느 과목을 수강하든 유불리가 없어야 한다. 그러나 교육부는 성취평가제 전면 도입은 일러야 2022년,늦으면 2025년으로 검토하겠다며 미뤘다.


 마이스터고에서 수업의 약 42%를 차지하는 전문교과는 이미 성취평가제로 하고 있지만, 약 32%인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예체능 등 보통교과 과목들은 일반고와 형평성을 맞춰 여전히 상대평가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대학처럼 완전한 학점제가 되려면 졸업 요건만 충족하면 졸업할 수 있는 유연한 제도가 갖춰져야 한다. 'F학점(성취기준 미도달)'까지 도입되고, 재수강과 학년 구분 없는 수강신청까지 가능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전 과목 성취평가제가 미뤄지고 정책연구가 미완인 탓에 내년 마이스터고에는 '최소 성취수준에 도달하지 못해도 F를 받지 않는' 수업이 생긴다.


 마이스터고생들은 수업에서 최소 성취수준을 달성하지 못하면 F를 받는 게 아니라 방과후·계절학기 등 보충학습을 통해 최소 수준을 무조건 달성해야 한다. 보충학습 참여 여부는 학생부에 기록까지 된다.


 교육부는 학점제를 통해 학생들이 다양한 직무 경로와 과목 개설에 대한 수요를 보일 것에 대비해 산학겸임교사 등 현장 전문가의 학교 투입을 늘릴 방침이다. 취업지원 인력과 진로전담 교사도 확충한다.
 고교학점제는 2022년 일부 일반고와 특성화고에 부분 도입되며, 2025년 전체 고등학교에 전면 도입될 예정이다. 교육부는 현재 연구·선도학교를 운영하면서 정책연구를 진행 중이고, 내년에 종합 추진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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