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권력의 본질, 비틀어 시각화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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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21   |  발행일 2019-08-21 제22면   |  수정 2019-08-21
슈퍼플렉스, 부산국제갤러리展
1993년 결성한 3인조 작가그룹
권력·자본 상징성에 대한 서사
글로벌 경제·권력의 본질, 비틀어 시각화
슈퍼플렉스 작 ‘Connect With Me’

슈퍼플렉스(SUPERFLEX)는 1993년 덴마크 출신의 야콥 펭거, 브외른스테르네 크리스티안센, 라스무스 닐슨 세사람이 결성한 작가 그룹이다. 이들은 자신의 작품을 ‘도구(Tools)’ 삼아 글로벌 경제 시스템과 권력의 본질을 파헤치는 작업을 주로 했다.

‘우리도 꿈 속에서는 계획이 있다(In our dreams we have a plan)’라는 제목으로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개인전의 화두는 ‘2008년 세계 금융 위기’다. 전시 제목도 아바의 ‘머니 머니 머니(Money Money Money)’를 차용했다. ‘나(I)’를 ‘우리(we)’로 바꿔 개개인이 아닌 인류 전체가 당면한 위기를 시사하고 있다. 10월27일까지.

2008년 세계 금융 위기는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나. 신자유주의에 대한 신뢰는 무너졌고, 더 나은 미래를 창출하겠다는 꿈도 희망도 잃었다. 돈, 돈, 돈을 외친들 부자는 될 수 없고 거창한 계획은 꿈 속에서나 세울 수 있을 뿐. 이들은 전 지구적으로 맞닥뜨린 금융 위기라는 구체적인 사건을 매개로 권력과 자본의 상징성에 대한 서사를 우리 앞에 펼쳐 보인다.

갤러리 한쪽 벽면을 장식하는 ‘Bankrupt Banks’는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당시 파산한 은행들의 로고를 회화의 형태로 번안한 작업이다. 한때 권위와 자신감의 상징이던 로고들이 이제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상징물, 실패한 권력구조의 초상이 되어 내걸린다.

반대쪽 벽면에는 2008년 7월14일 얼라이언스 앤드 레스터가 산탄데르 은행에 인수되며 시작된 세계 금융권의 구조조정 연대기가 기다란 검정색 패널 위에 정리되어 있다.

‘Connect With Me’는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변칙성을 시각화한 또 다른 작업이다. 가장 논쟁적인 화폐인 비트코인의 급격한 가치 변동을 그래프의 형태로 시각화한 조각 작품이다.

급변하는 세계에선 자연도 기다려주지 않는다. 이들은 갤러리 입구에 설치한 ‘Apres Vous, Le Deluge’ 조각 작품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해서도 경고한다. 벽면에 새겨 넣은 세 개의 푸른 유리조각은 2015년 파리 기후변화 협약에 근거한 향후 기후변화에 따라 상승할 해수면의 높이를 가리킨다.

슈퍼플렉스는 런던 테이트 모던, 멕시코시티 후멕스 현대미술재단, 런던 사우스 런던 갤러리, 스위스 쿤스트할레 바젤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샤르자 비엔날레, 광주 비엔날레, 상파울루 비엔날레 등 다수의 비엔날레 및 단체전에 초대되었다. 최근 한국과 덴마크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파주 도라산전망대에서 ‘집단’의 잠재력과 ‘협업’의 중요성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3인용 모듈식 그네 작품 ‘하나 둘 셋 스윙!(One Two Three Swing!)’을 선보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은경기자 le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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