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시가 양복이라면 시조는 한복…정갈하고 절제된 매력”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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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20   |  발행일 2019-08-20 제25면   |  수정 2019-08-20
민병도 작가 ‘부록의 시간’ 출간
“고향 청도 자연서 많은 영감 받아”
“자유시가 양복이라면 시조는 한복…정갈하고 절제된 매력”

‘꽃이 지고서야/ 나는 문득 꽃을 보네/ 네가 떠난 뒤에/ 비로소 널 만났듯/ 향기만 남은 하루가/ 천년 같은 이 봄날’(민병도 시조 ‘낙화’)

“꽃나무를 바라보다 꽃이 지고 나서야 꽃이 피어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꽃이 피어있는 순간에는 그 아름다움을 바라보지 못하고, 지고 나서야 꽃이 핀 자리를 바라 본 겁니다. 마치 누군가와 이별하고 나서 그를 더 느끼고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처럼 말입니다. 뒤늦은 후회와 깨달음이죠.”

청도 출신 화가이자 시조 시인인 민병도 작가<사진>가 최근 펴낸 자신의 신간 시조 시집 ‘부록의 시간’(목언예원) 중 ‘낙화’라는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자유시와는 다른 정제되고 절제된 시조만의 매력이 느껴졌다. 넘치지 않아 더 애틋한 감정이다.

지난 14일 대구에서 만난 작가는 시조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한참을 설명했다. 그는 청도 출신의 시조 시인 이영도 시인에게 시조를 배웠다.

“시조는 천년의 역사가 있는 우리 민족 고유의 정형시입니다. 특유의 율격이 주는 매력이 큰 장르이죠. 자유시가 양복이라면, 시조는 한복 같은 것입니다. 양복이 편하기는 하지만, 한복도 그 나름의 정갈하고 도도하며, 아름다운 매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의 이번 시조 시집에는 ‘풀꽃 하나도’ ‘새벽, 달’ ‘붓을 읽다’ ‘별책 부록’ ‘나무의 말’ ‘야생화’ 등 80여편의 시조가 실려있다.

작가는 청도의 자연이 그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고 했다. 그의 작품 중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별’(아버지 베옷 입고/ 하늘 길 떠나시며/ 내가, 맨발인 내가/ 따라오지 못하도록/ 평생의 빈 소주병 부숴/ 천지사방 뿌리셨네)도 그렇게 탄생했다.

“청도 밤하늘에는 별이 참 많습니다. 별들을 보니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전 갖고 있던 소주병을 부숴 뿌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가는 앞으로 시조가 그 가치를 인정받고,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게 되길 바란다고 했다.

“오히려 외국에서 시조에 대해 가르치고 관심도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시조가 더 이상 변방 문학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그 매력과 가치를 재평가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글·사진=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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