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국민의 힘 모으는 정치 못하나

  • 이은경
  • |
  • 입력 2019-08-19   |  발행일 2019-08-19 제30면   |  수정 2020-09-08
임란 전후의 당파싸움처럼
정치권에선 분열로 치달아
경제와 외교안보 힘들수록
국민단결 이끌 리더십 절실
정치도 전화위복 계기돼야
20190819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정치학박사

국가의 기본 축인 외교안보, 정치, 경제 모두 비상한 대응이 필요한 것이 요즘 우리나라 상황이다. 이럴 때일수록 국가의 리더십 역할이 중요하다. 국민 단결을 이끄는 구심점이 되고, 전문적 자원과 역량을 결집시키는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정치적 분열과 갈등은 여전하다. 대일본 전략에서는 여야의 입장이 점차 수렴되는 듯했지만, 북한의 비난에 대한 대처와 인사청문 후보를 둘러싼 갈등으로 확인되듯이 분단, 분열의 정치는 지속되고 있다.

외교안보 문제가 어려울 때일수록 국민의 단합이 필요하다. 경제 문제까지 좋지 않은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8·15경축사에서 국민의 단합된 힘을 토대로 ‘다시는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만들자고 다짐했다. 당연히 다짐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등의 야당은 호응하지 않았다. 호응 차원이 아니라 현실과 동떨어진 몽상적 경축사라고 비난했다. 바른미래당 역시 경제문제를 비롯해 실질적인 대책과 대안없는 ‘정신구호’의 나열이라고 평가했다.

정부여당이 늘 지적해왔던 대로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야당의 비판을 무시하거나 반박할 수도 있다. 그러나 ‘흔들 수 없는 나라’를 위해서는 국민의 단합된 힘이 필요하다고 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애국주의가 지배하고 있는 요즘 상황에서도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여전히 40%대 후반에 머물고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봐야 한다. 국민 대다수가 단합된 힘을 보여주고자 하는 분위기에 비한다면,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신뢰는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이다.

국민은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대응에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주 MBC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불매운동에 동참하고 있다는 응답자가 77.5%에 이르렀다. 일본의 보복에 강하게 맞서고 있는 정부에 동참할 수밖에 없는 애국주의의 시대이다. 자칫 이런 애국주의가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정치동원 전략으로 악용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 국민 대다수가 적극 공감하며 자발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서울 중구청의 반일 배너를 내리도록 했던 사례에서 보듯이 국민은 정부 못지않은 현실 인식과 전략적인 사고까지 하고 있다.

국민은 할 일을 하고 있고, 준비돼 있다. 정치리더십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먼저 이념이나 구호보다는 실질적이고 실용적인 리더십이 발휘되어야 한다. 물론 이념은 국가비전의 기본적인 틀로서 국가운영을 위한 리더십의 기초 자질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 정치갈등에서 나오고 있는 이념은 국민을 위한 고민보다는 편싸움, 진영 세력싸움의 도구가 돼 있다. 일본의 경제보복 대처 국면의 여야 갈등도 서로의 세력싸움으로 더 극단화된 측면이 있다. 단합이 필요한 국가 위기 대응에서 분열의 세력싸움이다. 임진왜란 전후 당파싸움이 그랬다.

외교안보 상황에 대한 여야의 소통과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8·15경축사에 대한 북한 조평통의 비난은 전략적 인내의 선을 넘어선 것이다. 정부여당과 야당이 워낙 따로 가다보니, 야당의 비판이 우리 정부의 태도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안하무인과 무책임한 태도에 어쩔 줄 모르고 있다. 여당과 야당의 입장이 같을 수만은 없다. 그렇더라도 서로 협의하면서 최소한의 공감을 만들어 낸다면, 여야의 이견도 내분이 아니라 역할 분담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의 경제보복이 우리의 산업생태계와 경제 환경을 개선하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고 했듯이, 당면한 외교안보의 과제와 마주하면서 오히려 여야의 분단, 분열의 정치도 이제는 혁파하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들 수는 없을까.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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