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마음의 감기, 우울증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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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19 07:41  |  수정 2020-09-09 13:54  |  발행일 2019-08-19 제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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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한 배우와 한 정치인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세상을 등져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 배우는 그간 뛰어난 연기력으로 드라마나 영화의 완성도를 높여줘 대중의 사랑을 받았으며, 이 정치인은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촌철살인의 멘트로 대중의 사랑을 받는 방송인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었기에 우리는 이 두 사람의 극단적인 선택에 더 놀랐던 것 같습니다. 이후 여러 가지 조사를 통해 알려진 공통점은 이 두 사람 모두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었다고 합니다.

정신의학에서 정의하는 우울증은 생각의 내용, 사고과정, 동기, 의욕, 관심, 행동, 수면, 신체활동 등 전반적인 정신기능이 저하된 상태를 말하며 전 세계 인구의 4% 정도가 앓고 있다고 합니다. 보건복지부의 2014년도 자료에 의하면, 국내 우울증 유병률은 3.8%이며 남성에 비해 여성이 2.5배 정도 더 높다고 합니다. 또 연령이 높아지면 우울증 발병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고 합니다.

우울증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요인은 학업, 업무, 육아 등에서 받는 정신적 스트레스라 합니다. 하루 중에 가볍게 나타나는 우울한 기분은 우울감이라 하고 우울증과는 다릅니다. 그러나 그런 기분이 거의 매일 하루 종일 나타난다면 그건 우울증으로, 이런 상태가 심해지면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2019년 8월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제니퍼 가첼 교수 연구진이 미국 의학협회 학술지(JAMA Network Open)에 발표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우울증의 심화가 치매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까지 합니다.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 우울감 경험률이 가장 높은데도 정작 의사를 잘 찾지 않아 초기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현상의 가장 큰 이유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는 것이 정신력이 약한 것이라 착각하여 스스로 해결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의학의 발전으로 우울증은 초기에 전문의료진의 도움을 받으면 부작용이 거의 없이 완치가 가능합니다. 따라서 우울증 증상이 지속되면 빨리 의료진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울증은 감기와 참 많이 닮았습니다. 추위에 잠시 재채기를 하는 것은 우울감이라 할 수 있으나, 이때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으면 감기로 넘어갑니다. 감기는 초기에 잘 관리하면 대부분 별 문제없이 지나가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폐렴이나 다른 큰 병으로 발전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고도 부릅니다.

감기를 예방하는 것처럼 우울증도 예방할 수 있을까요. 우울증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것은 자신을 억누르는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는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하루에 30분 정도 햇빛을 받으며 산책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는 바나나, 견과류와 다크초콜릿을 섭취하는 것도 우울감을 낮춰주는 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그럼에도 상태가 나아지지 않는다면 바로 의사를 찾아가서 증상을 말하고 도움을 청해야 합니다. 재채기는 우리 몸으로 침입하려는 바이러스를 토해내는 일종의 방어기작입니다. 여러분도 재채기를 하듯 우울감을 토해내면 우울증으로 커지는 일이 예방될 것입니다. 기쁜 일은 함께하면 두 배가 되고 힘든 일은 함께하면 반감되는 것처럼, 우울감 재채기는 토해낼수록 전염성이 반감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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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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