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金 이어 銀테크”

  • 이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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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17   |  발행일 2019-08-17 제12면   |  수정 2019-08-17
■ 불안한 금융시장에 안전자산 인기
금값 치솟자 은값도 한달새 17.6% ↑
상반기 판매량 작년 1t→올 18t 껑충
관련 펀드·증권 수익률·거래대금 급증
“은값 저평가돼 지금 투자 유리” 분석도
“이제는 金 이어 銀테크”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해지면서 금값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자 금보다 저렴한 은의 인기도 올라 시세가 급등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서 판매되고 있는 골드바와 실버바. 연합뉴스
“이제는 金 이어 銀테크”

금보다 저렴한 은(銀)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달러화 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달러 대체 투자 수단인 금 가격이 오르는 데 이어, 안전자산인 은에도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상반기 은 판매량, 전년보다 18배 급증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6월 은 판매량이 18t에 육박했다. 지난해 상반기 은 판매량은 1t에 불과했는데, 지난해 하반기 7.8t으로 늘더니 올 상반기 17.9t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18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시중은행들의 은 판매량도 늘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상반기 실버바를 20㎏ 팔았지만, 지난해 하반기에는 523㎏, 올 상반기에는 853㎏으로 판매량이 급증했다.

수요가 늘자 은값이 급상승하고 있다. 한국금거래소의 은 1돈쭝(3.75g) 가격은 지난달 1일 2천330원에서 지난 9일 2천740원으로 한 달여 만에 17.6% 올랐다.

국제 은 시세도 상승세다. 국제 은값은 같은 기간 트로이온스(31.1034g)당 15.11달러에서 16.74달러로 10.8% 상승했다. 여러 금속 중에서도 은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국제 금값은 같은 기간 1385.6달러에서 1472.4달러로 6.3% 올라 은값 상승세에 미치지 못했다.

투자자들이 은을 찾는 것은 금을 찾는 배경과 비슷하다. 글로벌 금리 인하 추세에 따라 저금리 시대가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 대세다. 이런 상황에선 금·은 같은 대체 자산의 매력도가 높아진다. 게다가 미·중 무역 전쟁, 한국의 백색국가 지정 등 여러 악재에 증시 변동성이 커지자 투자금을 금·은 같은 ‘안전 자산’으로 대피시키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금은 이미 가격이 크게 올랐다. 차익을 실현하려는 매물이 나오면서 앞으로 상승세가 완만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은값은 지난해초 18달러까지 상승한 만큼 아직 상승 여지가 많이 남았다"고 말했다.

◆은 투자 ETF·ETN도 높은 수익률

은 시세가 상승하면서 미국 시장의 은 선물 지수를 추종하는 국내 상장지수펀드(ETF)·상장지수증권(ETN) 상품이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거래대금도 급증세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ETF 시장에서는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은 선물 ETF’가 수익률 8.0%를 기록해 전체 종목 가운데 월간 수익률 4위에 올랐다. 같은 기간 주가 하락으로 ETF 시장 전체의 월간 수익률은 -2.43%를 기록했다.

‘KODEX 은 선물 ETF’는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되는 은 선물 가격을 기준으로 산출되는 ‘S&P GSCI 실버’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이다. ‘S&P GSCI 실버’ 지수는 지난 6월 말 749.07에서 7월 말 801.03으로 6.94% 올랐다. 8월 들어서는 더 뛰어올라 지난 7일 840.96을 기록했다. 6월 말과 비교하면 12.27% 오른 수준이다.

은 선물 지수를 추종하는 국내 ETN도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신한 레버리지 은 선물 ETN’과 ‘삼성 레버리지 은 선물 ETN’ ‘신한 은 선물 ETN’은 지난달 수익률이 각각 16.4%, 16.1%, 7.9%로 ETN 시장 종목별 수익률 2위, 3위, 10위에 각각 올랐다. ‘신한 레버리지 은 선물 ETN’은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거래되는 은 선물의 수익률을 2배수로, ‘삼성 레버리지 은 선물 ETN’은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은 선물의 수익률을 2배수로 각각 추종하는 상품이다.

이들 상품의 거래대금도 크게 늘었다. 지난 6월 말 하루 1억4천만원어치가 거래되던 ‘신한 레버리지 은 선물 ETN’은 지난 8일에는 거래대금이 13억원으로 늘었다. ‘KODEX 은 선물 ETF’ 역시 6월 말 하루 거래대금은 2억원 수준이었으나 지난 8일에는 31억원에 달했다. 변종만 NH투자증권 연구원은 “8월7일 온스당 17.1달러를 기록한 은 가격은 지난해 6월14일 이후 최고치였다”며 “낮은 금리와 안전자산 선호로 금과 은이 동반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 화폐적 속성 강하고 금 따라 가격 상승

지금이 은 투자에 유리한 상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금과 은이 장기적으로 유사한 가격 방향성을 보여왔으며 그동안 은 가격이 저평가됐다는 것이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증시변동성이 우려되는 가운데 채권과 함께 안정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대표적 자산은 금”이라며 “금융시장에서 역사적으로 금과 유사한 그룹으로 분류되어온 자산인 은은 본질적으로 화폐적 속성이 강하다”고 말했다. 그는 “금 가격 상승에 우호적인 환경은 은에도 역시 우호적으로 작용한다”며 “올해 5월 저점 이후 금 가격은 약 15% 급등했고 같은 기간 은 가격 역시 15%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또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사이클이 시작되었다는 점은 향후에도 일정기간 귀금속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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