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당의 초팽창 예산 요구, 재정악화는 아랑곳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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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15   |  발행일 2019-08-15 제27면   |  수정 2020-09-08

정부가 내년도 예산을 사상 처음으로 500조원을 웃도는 수준으로 편성할 것이 확실시 되는 가운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나 했던 ‘초(超)팽창 예산’ 편성을 정부에 주문해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당은 13일 열린 당정협의 비공개 회의에서 내년 본예산을 510조원에서 최대 530조원까지 늘려 편성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침체가 워낙 심각하니 돈을 확 풀어 경기회복의 불쏘시개로 삼아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논리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국무회의에서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정책 의지가 예산을 통해 분명히 나타나도록 준비해 달라”며 더욱 적극적인 확장예산을 독려했다.

내년 예산이 510조원 수준에서 편성된다면 총지출을 전년 대비 8.6% 늘려야 한다. 만약 530조원의 슈퍼 예산이 편성될 경우 지출 증가율은 약 13%까지 치솟는다. 국가 총수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국세인데 세입여건은 갈수록 녹록지 않다. 따라서 민주당 요구대로 예산을 편성하면 재정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질 수밖에 없다.

그러잖아도 문재인정부는 재정에 대한 의존도가 과거 정부에 비해 지나치게 큰 편이다. 이미 국회 예산정책처는 재정건전성을 철저히 관리하지 않으면 2020년까지 40%를 넘지 않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2030년 50%를 넘어설 것이라는 경고를 보낸 바 있다.

세입이 주는데 지출을 늘려 쌓인 빚은 오로지 미래 세대의 부담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특히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복지 지출은 앞으로 눈덩이처럼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경고가 꾸준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여당의 요구에 대해 무책임한 처사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 내년 총선을 앞두고 경제 분야에서 평가가 좋지 않은 현 정권이 선심성 예산을 통해서라도 이미지 쇄신을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는 비판도 나온다.

‘문제’를 혈세(血稅)를 퍼부어 해결하려 하다가는 국가부도 위기에 몰린 남미 국가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여권은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Fitch)가 최근 우리나라의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을 2.3%로 당초보다 0.3%포인트 하향 조정하면서 “장기적으로는 빠른 고령화에 따른 재정 지출 압력에 대비해 재정 여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것을 유념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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