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유미의 가족 INSIDE] 시댁과의 갈등, 남편이 적극 개입해야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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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15 07:47  |  수정 2020-09-08 14:46  |  발행일 2019-08-15 제18면
고부 갈등때 남성은 대체로 회피
자신의 편 안드는 남편에게 섭섭
양가 거리둔 후 재결합 사례 존재
[송유미의 가족 INSIDE] 시댁과의 갈등, 남편이 적극 개입해야
<행복한가족만들기연구소 소장 겸 대구사이버대 교수 songyoume@dcu.ac.kr>

시댁과의 갈등 때문에 괴로워하고 결국 이혼하는 여성들을 이따금 본다. 그때 남편들의 적극적이고 단호한 자세가 아쉬울 때가 많다. 남편들은 본가와의 관계에서 아내의 눈치를 보는데, 이는 아내의 희생과 양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내와 어머니가 갈등 관계에 있으면, 남성들은 대체로 회피전략을 사용하는 것 같다. 직접 개입하기보다 뒤로 물러섬으로써 사태를 수습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곤 한다.

주부 A씨가 그랬다. 막내며느리였던 그는 시어머니와의 사이가 좋지 못했다. 무능력한 시아버지와 사셨던 시어머니는 억척스럽게 재산을 모았다. 고생한 만큼 마음의 상처도 많았고 돈에 대한 집착도 남달랐다. A씨는 시어머니로부터 ‘의좋게 살아라’ 같은 흔한 덕담을 들은 적이 없다. ‘아껴 써야 한다’ ‘ 돈 모아라’는 등 돈과 관련된 이야기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그는 남편에게 푹 빠져 친정의 반대를 무릅쓰고 기어코 결혼을 했는데, 상견례 자리에서 만난 시어머니는 특별했다. 시어머니는 “혼수를 많이 해왔으면 좋겠다”고 당당히 요구했고, “시댁에 맞춰 결혼 시기를 정해야 한다”고 고집했다. 그는 “그때를 생각하면 이미 험난한 결혼여정이 보였던 셈”이라고 했다.

본격적인 갈등은 A씨가 출산을 하면서 시작됐다. 첫째 아이는 자연분만이 어려워 제왕절개를 했고, 모유수유를 못했다. 시어머니는 옛날에는 돈 안들이고 했던 출산 육아를 돈 들여 하고 있다고 볼 때마다 야단쳤다. 둘째는 조산으로 인해 종합병원에서 출산했는데, 시어머니는 손주들에 대한 애정보다 금전적인 손해에 불같이 화를 냈다.

A씨 남편은 아이와 A씨를 두둔하기 위해 몇 번 어머니에게 대들곤 했지만, “내 아들이 며느리 편을 든다”고 울고 화를 내는 시어머니에게 제때 제대로 대들지 못했다.

A씨에게 명절은 끔찍한 기억밖에 없었다. 2~3일 시댁에 머물면, 남편은 오랜만에 고향에서 만난 죽마고우와 술 마시고 노느라, 시어머니에게서 받은 A씨 설움을 이해하지 못했고, 고통을 방어해주지 못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눈물과 다툼의 길이었다. 어머니의 성격을 아는 남편은 아내의 분노가 자신에게 향하는 것을 들어주면서 ‘미안하다’고 반복하는 게 명절 풍경이었다. 남편의 태도가 A씨 부부의 이혼에 중요한 요인의 하나였다.

주부 B씨도 비슷했다. 제사를 4대 봉사하는 집안에 4형제 중 막내며느리였던 B씨는 집안 대소사의 청소와 설거지 등 뒷일은 도맡아 했다. 시어머니는 서울 사는 첫째, 둘째 며느리는 맞벌이하느라 바쁘다고 편의를 봐주었고, 돈 잘 벌어 용돈을 자주 주는 셋째 며느리에겐 따뜻했다. 그는 스스로 미움을 받고 있다고 생각했다.

B씨는 ‘속도위반’을 하고 처음 만났던 시어머니의 모습, 그 냉랭했던 얼굴을 잊을 수 없다. 시어머니는 아들이 임신한 여자 친구를 데리고 와서 결혼하겠다는 걸 내키지 않아 했다. 서열을 중시하는 집안에서 첫째, 둘째, 셋째 모두를 제치고, 막내가 앞서 결혼하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다.

그러나 B씨 남편은 스스로 어머니와 다투거나 B씨를 적극 변호하지 않았다. 사건들이 생길 때마다 고부갈등으로 조금씩 틀어지고 가까워지지 않았다. B씨는 취직을 한 다음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시댁과의 관계를 거의 끊었다. 남편과의 관계도 소원해졌다.

또 다른 C씨 경우는 부부에게 시댁과 친정이 지나치게 개입함으로써 이혼한 케이스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서울 살던 남편의 형인 시아주버니가 ‘어머니를 소홀히 한다’는 이유로 서울로 남편을 호출하고, 남편의 무릎을 꿇게 해 잘못을 시인토록 했던 것이다. C씨는 “수치심을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후 여러 사건으로 인해 부부 싸움이 잦았고, 끝내 C씨 부부는 양측 부모의 부추김으로 갈라섰다. 그러나 뭔가 잘못했다는 것을 깨달은 C씨 부부는 5년 뒤 재결합했다. 방법은 시댁과 친정 모두 ‘멀리 거리 두기’다.
<행복한가족만들기연구소 소장 겸 대구사이버대 교수 songyoume@dc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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