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구미산단 50年, 신화를 넘어 미래로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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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13   |  발행일 2019-08-13 제31면   |  수정 2020-09-08
[CEO 칼럼] 구미산단 50年, 신화를 넘어 미래로

조선시대에 정치, 경제, 사회와 문화 등 다방면에 걸쳐 훌륭한 업적을 이룬 때가 있었다. 당대에 해동요순(海東堯舜)이라 불리던 세종의 시대다. 훈민정음 창제, 과학기술의 발전, 편찬사업 융성 등 역사적 위업을 이루며 민족문화를 꽃피우기 위한 기틀을 확고히 했다. 건국 초기 격랑을 극복하고 황금기를 맞이할 수 있었던 것은 세종과 백성들의 새로운 변화와 창조적 혁신에 대한 과감한 도전과 각고의 노력이 있어 가능했다.

올해로 구미산단이 50주년을 맞이했다. 1970~80년대 전자·섬유산업으로 출발한 이래 1990년대 가전·전기전자, 2000년대 IT·모바일 산업으로 진화를 거듭해 왔다. 구미산단의 지난 반세기 도전의 역사는 인구 2만명도 채 되지 않던 농촌마을 구미를 42만명의 전자산업도시로 성장시키고, 우리나라가 수출입국의 신기원을 이룬 것과 더불어 2018년 세계 3위의 전자산업 생산국 달성에 씨앗이 되었다.

하지만 쉰 살에 접어든 구미산단의 모습이 예전 같지만은 않다. 핵심 대기업의 제조·연구시설 역외이전과 주력업종의 경쟁력 저하로 유휴공장이 증가하면서 활력을 잃어가고 있고, 이를 방증하듯 수출과 고용은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경제여건 악화와 반도체 클러스터의 유치 무산 등 악재가 겹치면서 수출메카의 명성이 퇴색하고 있다. 생산기반 노후화, 문화·복지·주거·편의시설 부족과 청년인재들의 산업단지 내 취업기피 현상도 가중되어 위기 돌파가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세종은 흉년이 들자 인사불가부진(人事不可不盡)을 강조했다. 천변(天變)은 비록 알 수 없지만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다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대소 신료들과 함께 우리 풍토에 맞는 농법으로 편찬된 농서를 발간하고 새로운 과학기술을 접목했다. 그렇게 고안된 농사법이 백성을 통해 실현되며 조선의 농업은 일대 변혁을 일으켰다.

구미산단도 변화와 혁신에 대한 지혜와 실행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달 첫발을 내디딘 구미형 일자리가 이에 대한 해법이 될 수 있다. 구미형 일자리는 광주형과는 달리 투자촉진형 일자리로 대기업의 해외투자를 국내로 돌린 첫 일자리 모델이다. 구미산단 내 조성되는 배터리 양극재 생산공장은 5천억원의 신규 투자를 유치하고 1천여개의 지역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되어 어려움에 처한 구미지역 경제에 새로운 희망의 물꼬를 틔울 것으로 보인다. 지자체와 기업 간 상호이해를 통해 유치한 구미형 일자리를 모델로 향후 지역산업 가치사슬 특성에 부합하는 새로운 경제모델이 지속 발굴·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오랜 역사만큼 구미산단에 축적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휴·폐업공장 리모델링, 청년 창업공간 조성, 도시형 생활주택이나 에너지 테마파크 건립 등 구조고도화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 전통 산업공간을 스마트한 공간으로 전환하고, 5G 테스트베드 구축사업 등 4차 산업혁명 기반의 첨단 기술개발이나 제조·서비스산업 융합을 활성화하여 차세대 성장동력 발굴과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또한 입주기업들의 경영활동을 저해하는 교통·물류·주차 문제도 복합화물·물류터미널 건립이나 공영주차장 설치 등 기반시설을 확충하여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 대기업 의존형에서 중소·중견기업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산업구조로의 전환도 필요하다. 구미산단과 입주기업이 변화와 혁신을 통해 청년들이 선호하는 공간으로 변모해야 젊고 건강한 미래지향적 산업생태계의 형성이 가능하다.

구미산단의 역사는 밤낮없이 일하며 땀 흘린 기업인과 근로자의 노력으로 만들어 낸 결실이다. 구미산단이 50주년을 맞이한 지금 재도약을 위해 다양한 변화의 기회가 만들어지고 있다. 미래 세대에게 보다 나은 모습으로 물려주는 것은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적 사명이다. 구미산단 50년의 신화가 우리 경제의 빛나는 미래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황규연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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