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생각과 행동의 미니멀리즘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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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13 08:10  |  수정 2020-09-09 14:37  |  발행일 2019-08-13 제25면
[문화산책] 생각과 행동의 미니멀리즘

“젊은이는 생각을 너무 많이 하는군. 행동은 너무 조금 하는 대신.”

‘삶의 한가운데’에서 작가 루이제 린저는 말했다. 확실히 생각이 많으면 행동력이 약해질 가능성이 높다. 현대인에게 만연하게 자리 잡은 우울증 역시 생각이 많은 사람들에게서 잘 나타나는 특징 중 하나다. 지나치게 깊은 생각에 빠지다 보면 부정적인 생각의 비율이 높아져 우울감이 생기기 쉽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렇다고 생각보다는 행동이 앞서는 것이 더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 무엇이든 조화와 균형이 중요하듯이 생각과 행동도 마찬가지다. 상황에 따라 머리형 인간 혹은 행동형 인간의 면모를 잘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세상에 완전한 장점이나 단점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때에 따라 단점이 장점이 되기도, 장점이 단점으로 나타날 수도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번지점프를 뛸 때를 한 번 생각해 보자. 숨이 턱 막힐 듯 아찔한 높이에서 온갖 자세를 취하며 용감하게 뛰어내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 있다.

“어떻게 하면 번지 점프를 잘 할 수 있어요? 특별한 비법 같은 게 있나요?” “그냥 뛰면 돼요. 아무 생각 하지 말고요. 미리 걱정하거나 생각이 많아지면 지레 겁먹게 되어서 결국 뛰어내리기 힘들어지거든요.”

이처럼 생각보다는 행동이 먼저 할 때 플러스가 되는 경우가 있다. 반면, 순간의 결단력을 가져야 하는 상황 속에서도 신중하게 생각하고 행동으로 옮겨야 더 효율적인 경우도 분명 있다. 이 시점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생각을 먼저 하느냐 뒤에 하느냐, 생각을 많이 하느냐 적게 하느냐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생각의 성분이다. 당신의 머리와 마음을 메우고 있는 성분이 긍정인지 부정인지, 그 비율에 따라 삶의 많은 부분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당신이 생각이 많다고 할지라도 긍정적 상상의 비율이 더 높다면 가슴속에 원동력이 생기게 될 것이다. 즐거움이라는 활력이 당신을 더욱 행동하고 성취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하지만 부정적인 상상은 더 많은 걱정과 불안을 만든다. 긴장으로 인해 위축되는 마음은 망설임이나 우유부단함으로 나타나 곤란한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미국의 시인 에밀리 디킨슨은 “Forever is composed of nows(영원은 지금 이 순간들로 이루어진다)”라는 말을 남겼다. 때로는 잊고 살아가는 우리 삶의 소중한 순간순간들. 그런 소중한 시간들을 미리 걱정하고 불안해하며 부정적 생각들로 소비하는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지 않을까. 특히 그 걱정이 실제로 일어나지 않을 걱정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당신의 삶을 무겁게 만드는 마음의 짐과 지나친 생각들은 잠시 내려놓아보자. 불안으로 인해 마음에 여러 갈래의 길을 만들 필요는 없다. 지금은 생각의 미니멀리즘이 필요한 때다. 단순하게 생각하고 명료하게 행동할 때에 비로소 조화로운 삶의 균형을 이룰 수 있다.

류지희 (작가&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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