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국가 위기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는가

  • 김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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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12   |  발행일 2019-08-12 제31면   |  수정 2019-08-12
[월요칼럼] 국가 위기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는가
김진욱 편집국 부국장

요즘처럼 국민이 나라를 걱정한 적이 있었을까. 마치 국운(國運)이 나빠지기 시작한 것처럼, 우리나라를 위협하는 일들이 한꺼번에 몰려오고 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을 사면초가(四面楚歌), 고립무원(孤立無援), 미증유의 복합 위기상황이라고 부른다. 필자가 아는 일본 교포는 한일 양국이 극렬하게 대립한 이후, 수시로 걱정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온다. 일본에 70만명의 교민이 사는데, 한일 갈등으로 교민들이 불안하다는 게 요지다.

지금 우리나라는 한반도를 둘러싼 국가들로부터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있다. 우리의 전통 우방이었던 미국은 말로는 혈맹관계라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행동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를 곤궁에 빠뜨리는 행동을 서슴지 않고 있다. 당장 ‘한국은 부자나라’라면서 더 많은 방위비를 분담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중동 호르무즈 해협으로의 파병도 요구하고 있다. 언젠가는 중국 견제가 목적인 중거리미사일의 한국 배치도 거론할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중국에 더 가까이 가려하고, 그리고 북한에 모든 것을 거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지금의 한미관계가 됐다.

한미동맹에 틈이 생기자, 중국과 러시아는 예전에는 꿈도 못꿨던 일들을 벌였다. 지난달 23일, 중국과 러시아는 울릉도와 독도 인근에서 공군 합동 군사훈련을 했다. 러시아 군용기는 아예 독도 영공을 침범했다. 지난 8일에는 러시아 초계기 2대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침범했다.

그렇다고 북한이 우호적인 것도 아니다. 북한은 지난 5월 이후 일곱번이나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남조선 당국이 조선반도 정세긴장의 주범”이라고 우리나라를 공격하고 있다.

일본과의 갈등은 경제전쟁 국면이다. 작년 10월 우리나라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관련 배상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일본이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하면서 시작됐다. 경제전쟁을 일으킨 일본의 목적,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아베정권의 궁극적인 목적은 분명해 보인다. 아베의 일본은 과거 제국주의 일본처럼 전쟁할 수 있는 국가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은 한일 갈등을 비롯한 한반도의 긴장국면이 오래가길 원한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지금은 한일 양국 모두 속도조절을 하고 있지만, 한일 경제전쟁은 오래갈 것이다.

손자병법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승리하는 군대는 먼저 승리의 조건을 갖춘 후 전쟁을 수행하며, 패배하는 군대는 먼저 전쟁을 시작한 후 승리를 찾으려 한다.” 또 이런 말도 나온다. “군주와 백성의 뜻이 같아야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 손자병법 시대와 최첨단 과학기술이 발달한 현재를 비교할 순 없지만, 한일 경제전쟁 상황에서 새겨볼 말들이다.

일본은 우리나라 대법원 판결 이후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제외하는 과정까지, 많은 준비를 한 듯 보인다.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 정부의 대응을 보면 일본의 경제보복조치를 예상하고 대응책을 마련한 것 같지는 않다.

지금같은 위기국면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부단결이다. 군주와 백성의 뜻이 같아야 한다는 것은 국론이 분열돼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그런데 우리의 현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우리 국민은 본질적으로 일본에 비판적이다. 감정적인 ‘반일(反日)’이 이성적인 ‘극일(克日)’을 이긴다. ‘노(NO) 저팬’을 주창하는 사람의 의견이 의미가 있듯, 일본을 이길 때까지는 대결보다 우호관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주장도 존중받아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일본과의 우호관계를 이야기하면 ‘토착 왜구’니 ‘매국 친일’이라고 몰아붙이는 세력이 있다. 그들은 일본과의 갈등을 빌미로, 우리나라를 친일(親日)과 반일(反日)로 양분시키고 있다. 그런 세력이 현재 우리나라를 이끌어가는 집단에 더 많다는 것이 안타깝다. 내년 총선때까지 그런 일들이 벌어질 것 같다. 하지만 내년 총선때 분열의 세력을 표로 심판한다면, 2022년 3월 대선까지 국가 위기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세력은 없을 것이다. 국민의 판단이 중요한 시기다.
김진욱기자 jwoo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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