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걸 교수의 오래된 미래 교육] 스승에 대한 찬탄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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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12 08:07  |  수정 2020-09-09 13:56  |  발행일 2019-08-12 제17면

‘장자(莊子) 전자방(田子方)’ 편에는 전자방이 자신의 스승인 동곽순자(東郭順子)를 위나라 임금인 문후(文侯)에게 소개하는 내용이 있다.

‘그분의 사람됨은 참되며, 사람의 모습을 지녔으나 하늘의 마음을 지녔고, 만물에 순응하면서도 천진함을 간직하며, 청렴하면서도 널리 만물을 포용합니다. 남이 무도한 짓을 해도 말로 나무라지 않고 다만 스스로의 모습을 올바르게 하는 것으로써 저절로 그를 깨닫게 하고, 그의 사악한 마음까지 없어지게 해줍니다. 저 같은 것이 어찌 이런 분을 칭찬할 수 있겠습니까.’

전자방의 표현은 스승에 대한 가장 전형적인 찬사다. ‘논어’에도 제자들이 공자를 칭송하는 이야기가 많이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안회가 공자를 칭송한 구절이다.

‘안연이 크게 탄식하며 말하였다. 선생님의 도는 우러러볼수록 더욱 높고 뚫을수록 더욱 견고하며, 바라봄에 앞에 있더니 홀연히 뒤에 있도다.’

또 한 사람, 공자를 마음속 깊이 존경하였던 자공은 노나라 대부인 숙손무숙(叔孫武叔)이 자신이 공자보다 낫다는 이야기를 했다는 말을 듣고 자신과 스승인 공자를 담장에 비유하여 설명하였다. 즉 자신이 양가집 담장이라면 공자는 궁궐의 담장과 같다는 것이다. 양가집 담장은 대부분 어깨 높이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까치발을 하면 집안의 온갖 좋은 것들을 다 들여다볼 수 있다. 그러나 궁궐의 담장은 너무 높아 문 안으로 들어가 보기 전에는 종묘의 아름다움과 백관의 많음을 전혀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전자방’에도 안회가 공자를 칭송하는 이야기가 있다. 안회가 공자에게 “선생님이 걸으시면 저도 걷고, 선생님이 빨리 가시면 저도 빨리 가며, 선생님이 달리시면 저도 달립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달리는 말처럼 빨리 달려 먼지도 남기지 않을 정도가 되면 저는 그저 눈만 휘둥그레 뜨고 놀랄 뿐입니다”라고 하였다. 즉 스승을 본받으려 노력하지만 도저히 따라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안회가 따라할 수 없는 부분은 공자가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사람들의 신임을 받고, 사람들과 굳이 친해지려 하지 않아도 친해지며, 지위나 명예가 없어도 주위에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공자는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너는 내 행위의 겉에 드러난 면만 그대로 따라하고 있다. 그건 이미 흘러간 과거의 것인데 너는 지금 있기라도 하듯 뒤쫓고 있다. 마치 파장된 마시(馬市)에 말을 사러 가는 것과 같은 것이다. 내가 네게 가르치는 것이란 순간에 지나지 않고 네가 내게서 배우는 것 역시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

불교에서는 제자의 자세로 찬탄(讚嘆), 권청(勸請), 수희(隨喜)를 말한다. 찬탄은 말 그대로 스승을 찬양하고 감탄하는 것이다. 권청은 스승의 말이 끝나면 ‘한 말씀만 더 해 주십시오’하고 청하는 것이다. 수희는 스승이 기뻐하면 따라서 기뻐하는 것이다. 앞에서 공자가 안회에게 나의 겉모습만 따라하는 것은 파장된 시장에서 물건을 사려고 하는 것과 같다고 했듯이 단순히 스승을 따라하는 것은 스승을 본받는 것이 아니다. 진정으로 스승을 본받는 것은 스승을 칭송하는 것이다.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는 진정한 찬탄이 본받음의 출발이다.

대구교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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