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대구 동구 팔공로에서 80대 운전자 A씨가 몰던 차가 중앙선을 넘어 마주 오던 차와 부딪혀 2명이 숨졌다. 앞서 지난 4월에도 대구 동구 지묘동 도로에서 70대 운전자 B씨가 몰던 승용차가 갑작스레 도로 중앙선을 넘어 맞은편 식당으로 돌진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경찰 조사 결과 B씨는 경미한 접촉사고에 놀라 중앙선을 넘었다.
고령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가 숙지지 않고 있다. 이를 줄이기 위해 고령자 운전면허 반납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보상이 약한 탓에 기대만큼의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6일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대구에서 고령 운전자가 일으킨 교통사고는 지난해 1천804건으로, 2014년 1천254건보다 50%가량 증가했다.
고령운전자 교통사고는 노화에 따른 신체·심리적 기능저하 등으로 일어나고, 인구고령화에 따른 고령운전자가 늘면서 관련 사고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경찰의 분석이다.
이현아 동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개인차가 있는 탓에 무조건 나이만으로 신체 능력이 저하됐다고 단정지을 순 없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판단하는 능력과 반응하는 운동 신경이 아무래도 젊은 사람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신호등에 갑자기 노란 불이 들어올 때 멈춰야 될지, 아니면 가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이 조금 느릴 수 있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고령운전자 교통사고는 해를 거듭할 수록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고령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기준, 대구의 65세 이상 운전면허 소지자는 16만1천245명으로, 2014년 10만3천604명보다 50%이상 증가했고, 이중 70세 이상 고령운전자는 2019년 현재 8만3천725명으로, 2014년(5만1천551명)보다 62% 증가했다. 전체 고령 운전자 증가비율보다 70세 이상이 12%포인트 더 늘어난 것.
고령운전자 사고를 막기 위해 다양한 대책이 나오고 있지만, 실효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운전면허 반납제도다. 대구의 경우 올해 6월말 기준 운전면허를 반납한 65세 이상 노인은 493명으로, 2014년 100명보다 5배가량 늘었다. 하지만 전체 고령자의 0.3%에 불과하다. 특히 운전면허를 반납해도 그해에만 10만원이 충전된 교통카드를 지급하는 것이 혜택의 전부다.
김모씨(77)는 “운동신경이 떨어진다는 생각에 스스로 운전면허를 반납할까 고민도 했는데 현실적인 지원이 너무 없다. 만 65세 이상이면 운전면허 반납 안해도 지하철이 공짜”라며 “택시이용료 감면 등 자가운전을 포기하는 대신 받을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이 있어야 반납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진기자 ysj194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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