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일본 감추기? 한국 감추기!

  • 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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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01   |  발행일 2019-08-01 제27면   |  수정 2019-08-01
[영남타워] 일본 감추기? 한국 감추기!
전영 기획취재부장

아베 신조 총리가 이끄는 일본 집권 자민당은 평화헌법 개헌을 위한 발의선을 넘기 위해 지난 7월21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우리나라에 대해 반도체 필수소재 수출규제를 단행했다. 개헌 발의선을 유지하는데 실패한 아베 정권은 이번에는 우리나라를 백색국가에서 제외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가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수출규제라는 카드를 들고 나온 것도, 백색국가에서 제외시키는 것도 한국경제의 목을 조르고 위기를 조장하여 일본인들을 한국으로부터 등을 돌리게 하고 평화헌법 개헌이라는 목표를 위해 자신에 대한 지지를 결집시키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일본은 정치적으로 위기에 봉착하거나 특별한 목적이 생겼을 때 어김없이 우리나라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메이지유신 이후 이 같은 행태는 달라지지 않았다. 일본내 소신있는 정치인이나 언론에서 수구주의 정권의 작태에 대한 잘못을 지적하지만, 많은 언론과 정치인들은 아베의 행동을 드러내놓고 찬성한다. 그동안 사사건건 우리나라에 시비를 걸어왔던 구로다 가쓰히로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도 그런 사람 가운데 한 명이다.

구로다 가쓰히로는 최근 산케이신문에 일본의 대한 수출 규제 강화로 한국의 ‘일본 감추기’가 드러나게 됐다는 요지의 칼럼을 썼다. ‘일본 감추기’란 1965년 한일국교 정상화 이후 한국의 경제발전 등에 일본의 자금이나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우리나라 정부가 의도적으로 감추고 있다는 것. 그는 ‘일본 감추기’가 우리나라의 경제·사회 등 모든 분야에 존재한다면서 “이번에 ‘(한국이) 일본에 신세를 져 왔다’는 숨겨진 실체가 알려지면, 대일감정도 다소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가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 많은 도움을 주었다는 것을 알았으니 이제는 과거 이야기는 그만하고 우리에게 고맙다고 말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인 것 같다.

구로다 가쓰히로의 말처럼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 휴대폰에 일본의 기술력과 부품이 들어있다. 그리고 지난 50여년 동안 일본이 우리의 문화·사회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과연 구로다나 아베가 생각하는 것처럼, 일본이 아무런 사심없이 도와줬던 것일까? 한일국교정상화 당시 우리나라에 준 배상금은 일본이 36년 동안 일본강점기때 한국인에게 안겨준 고통을 사과하려는 것이 아니라 일본 스스로 죄의식을 떨어내고 자신들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것일 뿐. 배상금이 아무리 큰 돈이라고 하더라도 우리 선조들의 목숨값과 그로 인해 고통받은 우리 민족의 아픔을 1만분의 1도 치유해주지 않는다.

일본이 우리 기업에 전수해준 기술이 우리의 발전을 위한 것이었는가? 일본은 새로운 경제 식민지로서 우리나라를 선택했던 것은 아니었는가. 심각한 대일수출입 적자만 살펴보더라도, 핵심기술은 절대 유출하지 않는 것만 생각해보아도 이 같은 지배적 구조는 금방 알 수 있다.

구로다 가쓰히로씨! 당신은 한국에 머무는 동안 당신의 조상들이 저지른 죄악에 대해 한국의 지인들에게 제대로 사과했는가? 당신이 만났던 수많은 외국인 특파원에게 일본인이 저지른 잘못을 이야기하고 부끄러워했는가? 당신은 당신과 같은 일본인에게 한반도에서 벌어졌던 36년간의 세월에 대해 이야기해보았는가? 일본 교과서에 제대로 된 36년을 기술하고 학생들에게 가르치라는 칼럼을 써 보았는가?

당신이 말하는 우리나라의 일본 감추기는 일본 정부가 저지른 36년간의 잘못과 광복 후 70여년 동안 그 잘못을 감춰오고 있는 것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당신들의 한국감추기는 전 세계가 알아야 할 진실에 대한 은폐다.

일본이 감추고 있는 진실을 일본 국민과 세계인들에게 낱낱이 드러내고 대한민국 국민에게 용서를 구한 뒤에야 한일 간의 진실한 대화가 가능하다. 정작 일본은 무엇이 두려워 당신들의 교과서에서 진실된 역사를 감추고 있는가!전영 기획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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