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현재의 안보위기를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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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31   |  발행일 2019-07-31 제27면   |  수정 2019-07-31
[영남시론] 현재의 안보위기를 직시해야 한다

한국과 일본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일본은 한국에 신뢰와 안보문제를 제기하면서 자기들의 부당한 무역규제를 합리화한다. 이에 우리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유용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갈등은 안보영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미동맹과 함께 억제력의 한 축인 한·미·일 안보협력의 틈새가 벌어지는 양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7월23일 중국과 러시아 전폭기 각 2대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무단진입하고 러시아 조기경보통제기(A-50)는 우리 영토인 독도영공을 침범했다. 정전협정 체결 이후 타국 군용기의 영공침범은 처음이다. 우리 공군은 즉각 출격하여 경고통신과 경고사격을 가했다. 중국과 러시아에 항의하고 재발방지를 촉구했다.

문제는 이런 사태가 왜, 이 시기에 발생한 것인가 하는 점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우리 동해에서 연합비행을 한 것은 처음이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응하기 위한 행보다. 유사시를 대비하여 이 지역의 군사정보를 수집하고 연합작전을 벌인 것이다. 미국과 일본을 향한 무력시위이지만, 한국에 대해서도 한·미·일 안보협력에 적극 참여하고 자기편에 서지 않는다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일종의 경고이기도 하다.

특히 한반도 주변에서 미국의 힘의 공백을 이용한 측면이 있다. 지난해 북한비핵화 협상 이후 한국과 미국은 한미연합연습을 중단, 축소, 변경했다. 한반도에 전략자산의 전개도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런데다 한일 갈등으로 한미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의 틈새가 벌어진 상황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러한 힘의 공백을 최대한 이용한 것이다. 러시아의 독도 영공침범에도 깊은 노림수가 있다. 우리 공군의 독도 영공침범 대응 작전에 대해 일본은 자기 영토에 왜 한국이 나섰냐면서 발끈했다. 러시아는 한일간 갈등을 부추겨 한·미·일 안보협력을 더욱 약화시키려는 의도로 보여진다.

이틀 뒤인 7월25일 북한은 원산 호도반도에서 동북 방향으로 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이 두 발은 모두 600여㎞를 비행했다. 소위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로 보인다. 고도는 50~60㎞이며 정점 고도를 지난 후 활강과 상승을 반복하는 회피기동을 하고 있어 우리가 보유한 패트리어트나 사드로도 막기 어려운 것이 아니냐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발사 다음 날인 26일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동지가 남조선 군부호전 세력들에게 엄중한 경고를 보내기 위한 무력시위 일환으로 신형전술유도무기 위력시위사격을 조직하고 직접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한미연합연습과 신형장비의 도입을 문제 삼았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해 “전혀 언짢지 않다”고 했다. 단거리 미사일이며 미국을 향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실 이번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은 명백히 탄도미사일이며 유엔안보리결의 위반이며, 사거리상 남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매우 중대한 위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맹국 대통령은 별것 아니라면서 도발에 대해 면죄부를 주고 있다. 오로지 미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자신의 대북정책 성과 유지에만 급급한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그런데 이는 우리가 그 빌미를 제공한 것일 수도 있다. 한국 정부도 북한 미사일 발사를 “군사적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으로 발표만 했을 뿐이다. 위협의 당사자가 별 위협으로 간주하지 않으니 미국도 그렇게 반응을 보인 것이 아닐까.

지금은 총체적으로 위기상황이다. 한일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북한 비핵화는 제자리걸음이고, 핵·미사일 역량은 강화되고 있다. 남북대화도 막혀 있다. 북한은 연일 우리를 향해 불만을 제기하며 도발하고 있다. 그런데 한미연합연습은 축소되고 한·미·일 안보협력의 고리도 약화되고 있다. 이런 틈을 비집고 중국과 러시아는 위협을 가하면서 한반도에서 미국의 영향력 축소를 노리고 있다. 우리는 이런 상황을 안보위기로 인식하여 대응하고 있는가. 임진왜란, 경술국치, 6·25전쟁은 위기를 바로 인식하지 못하고 대처하지 못해 빚어진 비참한 역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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