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文 대통령에겐 들리지 않는가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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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29   |  발행일 2019-07-29 제26면   |  수정 2019-07-29
트럼프 “단거리미사일 괜찮아”
‘한국민 안전은 상관없다’고?
김정은 “오늘 경고 무시말라”
‘서울불바다’ 같은 섬뜩한 말
대한민국 대통령은 왜 말 없나
20190729
서울취재본부장

북한의 사거리 600㎞짜리 탄도미사일 도발에 미국은 “우리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은 그저 소형 미사일 테스트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북한이 지난 5월 2차례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쐈을 때도 트럼프는 “다른 나라에서도 미사일을 발사한다. 이것은 소형 미사일로, 나는 이것을 미사일 발사라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번 도발에 “김정은은 6·30 판문점 회동에서 핵실험과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 발사를 하지 않는다고 약속했다”고 태연하게 말했다. 미군 장성이 사령관인 한미연합군사령부조차 “한국과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은 아니며 우리의 방어태세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했다. 이런 미국의 공식적인 반응은 한마디로 “공격 목표가 미국이 아니므로 괜찮다”이다.

미국 국민의 생명과 재산보호를 책임지는 미국 대통령의 말이라도 우리에겐 섬뜩하다. 미국령 괌을 사정권으로 하는 IRBM이나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만 쏘지 않으면 된다는 의미인데, 그럼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사정권에 있는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당연히 대한민국 대통령이 지켜야 한다. 미국 대통령처럼 당당하게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IRBM이나 ICBM은 괜찮다. 남쪽을 향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만 아니면 된다’고는 못해도 북한의 도발에 강력한 항의와 경고를 해야 한다. 국군통수권자이기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대통령은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도 열지 않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라는 사람은 “9·19 군사합의에 탄도미사일에 대한 금지 규정은 없었다”고 했다. 남북군사합의의 핵심은 ‘모든 공간에서의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 전면중지’인데, 탄도미사일 발사는 적대행위가 아니란 말인가.

5월과 이번 도발에 대해 진보집권층에선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 차지를 위해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것”이라고 한다. 미국 대통령이 남한을 사정거리에 둔 단거리미사일은 얼마든지 쏴도 괜찮다는데, 그걸 어떻게 북미 협상용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 자꾸 남한용이 아니고 미국용이라고 하니 이번엔 아예 김정은 위원장이 나서서 ‘대남 경고용’이라고 못을 박았다. 김 위원장은 “남조선 당국자가 사태 발전 전망의 위험성을 제때에 깨닫고…” “아무리 비위가 거슬려도 남조선 당국자는 오늘의 평양발 경고를 무시해 버리는 실수를 범하지 말아야…”라고 했다. ‘남조선 당국자’는 문재인 대통령이다. 김 위원장은 4월에도 문 대통령을 ‘남측’으로 지칭하며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라며 무안을 줬다. 이번에도 ‘최신 공격형 무기반입’(스텔스기), 합동군사연습(19-2 동맹훈련)을 사례로 들며 한국이 당사자임을 분명히 했다.

그럼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반응이 없다. 기껏 취한 조치가 여름휴가 계획 취소란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문 대통령은 트럼프와 김정은에게 분명히 말해야 한다. 트럼프에겐 한미동맹의 본질은 두 나라 중 한 나라의 국민이 위험에 처했을 때 서로 돕기로 한 약속임을 인식시켜야 한다. 미국민이 안전하면 한국민의 안위는 상관없다는 식의 거듭된 발언은 동맹국 국가원수가 할 말이 아님을 경고해야 한다. 김정은에겐 철부지 불장난 같은 짓을 당장 그만두고, 9·19 남북군사합의문을 다시 읽어보라고 엄히 꾸짖어야 한다. 처음부터 중심을 잡고 대미, 대북 외교를 펼쳤으면 지금 이런 수모는 당하지 않았다. 경제보복에 나선 일본, 북한의 뒷배가 된 중국, 우리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와도 마찬가지다.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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