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대구 달서구의 A아파트 어린이집은 등록중인 유아반 21명 가운데 무려 17명이 수족구병에 걸려 등원하지 못했다. 첫 환자가 발생해 격리 조치된 지 일주일도 안돼 급속도로 확산된 것이다.
대구에 수족구병이 창궐하고 있지만 보건당국은 원인파악은 물론 확산 방지에도 속수무책이다.
달서구 유아반 21명중 17명 발병
지역 발병률 전국 평균 웃돌지만
역학조사 계획도 없는 보건당국
“예방백신 없어 개인위생이 최선”
질병관리본부가 전국 100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수족구병 표본감시를 한 결과, 올해 29주차(7월14~20일)에서 외래환자 1천명당 수족구병 의심환자 수는 65.9명에 달했다. 이는 최근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9년 만에 최대치다. 종전 최대치는 2016년의 50.1명이었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역에서 수족구병 의심환자 발병률은 전국 평균보다 더욱 높아 28주차(7월7~13일)의 의심환자가 52.1명, 29주차에선 73.6명에 달했다. 수족구병이 최근 급속히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손과 발, 입에 물집이나 궤양이 생기는 수족구병은 본격적인 무더위와 함께 바이러스 활동이 활발해질 때 발병률이 높아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최고 발병률(33.6명)을 기록했던 30주차(7월22~28일)의 최고 기온은 35~39℃였으며, 평균 기온은 30℃를 웃돌았다. 또 2017년 역시 최고 발병률(7.9명)을 기록했던 30주차(7월23~29일)에서 평균 최고기온이 35℃에 달했다.
하지만 올해는 이같은 수족구병의 발병 특성과 전혀 다른 현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대구지역의 경우 환자가 급증하기 시작한 28주차부터 2주간 최고 기온이 30℃를 넘어선 날이 단 하루도 없을 정도로 무덥지 않은 날씨를 보였지만 역대 최대 발병률을 기록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대구시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아직까지 제대로 된 역학조사도 계획하고 있지 않다. 김미향 대구시 보건건강과장은 “식중독이나 다른 법정전염병과 달리 수족구병은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원인을 추정하기 어려워 역학조사를 진행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는 계절적 전염병은 직접적인 확산 원인을 파악하기 어려운 만큼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한 예방조치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는 입장만 밝히고 있다.
김천수 계명대 동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수족구병은 예방백신이 없다. 주로 손을 통한 감염이 대부분이므로 유행시기에는 물이나 음식물을 먹기 전 반드시 손을 깨끗이 씻는 등 위생관리에 더욱 신경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석천기자 hong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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