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프레임전쟁에도 금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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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24   |  발행일 2019-07-24 제31면   |  수정 2019-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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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국 정치평론가·정치학 박사

4·15 총선 9개월 전이다. 4·15 총선의 승패는 1차적으로 선거구도에 의해 결정된다. 이슈와 인물이라는 또다른 선거결정요소도 따지고 보면 선거구도속에서 작동하는 변수라 할 수 있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박근혜 탄핵프레임을 선거구도로 구축하려 했다.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과 최서원(순실)의 대화록이 뜬금없이 보도된 것도 여권의 이 같은 구상과 떼어서 생각할 수는 없는 일이다. 여권은 박근혜 탄핵 프레임의 연장선에서 자유한국당을 탄핵을 자초한 국정농단세력으로, 황교안 대표를 그 국정농단세력의 주범으로 몰아쳐 왔다.

박근혜 탄핵프레임은 새로운 지지세력을 만들어내지는 못했지만 흩어지는 지지층을 일시적으로 잡아두는 효과는 발휘했다. 2년 전에 촛불을 들고 박근혜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렸으나 문재인 정권 2년을 지켜보면서 그 독선과 무능에 등을 돌리게 된 중도 무당파층 국민들에게 탄핵에 대한 기억을 되살림으로써 이들을 한국당과 황교안 지지로 가지못하게 만드는 효과를 발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뿐. 어떤 국민도 2년여 전에 끝난 박근혜 탄핵의 기억을 위해 지금 여기서 이루어져야 할 문재인 심판을 유보하지는 않는다. 문재인 심판은 박근혜 탄핵보다 더 시급하고 더 중요하며 더 현실적이고 더 직접적인 생활상, 정치상의 현존 이슈라는 뜻이다. 이것이 여권이 최근 친일파 프레임을 들고 나오는 진짜 이유다.

여권이 친일프레임을 만지작거린 건 꽤 오래됐다. 문 대통령은 정부출범 초기부터 친일파 문제를 여러 가지 형태로 제기해왔다. 그러므로 일본정부가 문재인정부의 외교정책을 이유로 통상보복을 한 것은 여권에는 그야말로 ‘울고 싶은데 뺨 때려 준’ 격이었다.

문 대통령을 비롯해 조국, 이인영 등 여권의 주요 인사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반일감정을 부추기고 정치판을 ‘친일과 반일’ ‘애국과 이적’ 같은 조야한 이분법 구도로 몰아가는 것 또한 이들에게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그 끝에 ‘반 문재인정부=친일’이라는 정략적 프레임이 기다리고 있음은 불문가지다. 이래놓고 총선을 치르겠다는 것이니 자칫하면 한국당은 ‘문재인 심판프레임’은 꺼내보지도 못하고 여권에 끌려다니게 될지도 모르겠다.

황교안 대표가 “한일 통상갈등 해결을 위해 형식에 구애없이 만나자”고 제안해 성사된 청와대 회동은 이 같은 흐름, 즉 한국당이 친일파 프레임에 갇혀 옴짝달싹할 수 없게 되는 위기적 상황에서 나온 승부수였다. 한국당과 황교안 대표는 이 승부수를 통해 친일파 프레임을 막아냈을 뿐 아니라 한일갈등은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풀어야 할 외교적 문제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국민들에게 각인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다른 모든 전쟁과 마찬가지로 프레임 전쟁도 먼저 공격하는 쪽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먼저 공격하는 쪽이 정국주도권을 행사하기 쉽다는 뜻이다. 그리고 한국당에는 문재인정부 심판이라는 가장 파괴력있고 대중적인 프레임이 있다. 민생파탄이라는 측면에서나 국가안보위기라는 측면에서나 집권세력의 독선·독주,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난 문재인정부의 무능과 불통은 너무나 확실해서 한국당이 애써 프레임을 구축할 필요도 없이 이미 대중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당이 깃발만 들면, 황교안 대표가 소리만 치면 대중이 호응할 것이라는 사실은 지난 5~6월의 대중집회투쟁에서 이미 확인된 바 있다. 여권의 어거지 친일 프레임 덧씌우기에 맞서 한국당이 문재인정부 심판이라는 가장 보편적이고 체감도 높은 프레임을 어떻게 구축할지가 올 여름 정국의 가장 핵심적인 정치변수인 것이다. 고성국 정치평론가·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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