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권영진과 3選

  • 유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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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18   |  발행일 2019-07-18 제31면   |  수정 2019-07-18
[영남타워] 권영진과 3選

권영진 대구시장은 2014년에 치른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며 대구호(號)를 이끄는 선장이 됐다. 권 시장은 당선 일성(一聲)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른 시간에 한 가지를 선언해 버렸다. ‘재선 후 대권도전’. 당시 권 시장의 이 발언을 놓고 지역 정가와 관가에서는 약간의 부정적 술렁임이 있었지만 ‘패기있는 정치인’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권 시장은 이후에도 공·사석을 막론하고 기회있을 때마다 재선 후 대권 도전을 천명했다. 지난해 재선에 성공한 권 시장은 일련의 선거 과정에서도 재선 후 대권도전을 강조했다.

그로부터 1년 정도 지난 즈음, 권 시장 주변에서는 이전과 다른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3선 출마 얘기가 들린다. 무리한 대권 도전과 실패로 백수 전락을 우려한 비서진이 흘린 얘기라는 우스갯소리도 들리지만 권 시장의 초심이 흔들리는 건 분명해 보인다.

훗날을 도모하는 듯한 발언을 하고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시민에게 알려지는것이 권 시장에겐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겠지만 시민들의 삶과 대구의 현실은 임기가 3년반 이상 남은 지금, 권 시장의 미래구상을 귀담아 들어 줄 만큼 여유롭지 않다.

지역 경제는 20년 넘게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각종 경제지표를 들먹이며 팩트를 확인하는 것조차 지쳤다. 굵직한 국내 기업을 데려온 것 같은데 후광효과가 미미하다. 해당 기관 수장이 제 집 드나들 듯 해외로 나가는데 해외자본 투자유치 실적은 성에 차지 않는다. 곳간 사정이 이렇다보니 매년 5천여명의 청년이 대구를 떠나고 있다. 권 시장은 초선시절부터 추진한 대구의 산업구조개편이 성공적이라고 자찬하지만 시민들은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대구시는 몇 년 전부터 대구 취수원 구미산단 상류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권 시장은 수차례에 걸쳐 취수원 이전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구미시민들의 반발로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정부 중재로 대구와 구미는 갈등을 잠시 멈췄지만 오는 11월 용역 결과에 따라 이 문제는 또다시 뜨거운 감자가 될 수 있다.

올 연말이면 대구시청 신청사 위치가 결정된다. 권 시장은 전문가와 시민들로 구성된 시민공론화위원회를 통해 충분히 검토한 후 시민적 공감대와 합의를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유치전에 뛰어들었던 중·북·달서구, 달성군 등 4곳 지자체 가운데 3곳은 시쳇말로 물을 먹어야 한다. 아무리 공정한 절차를 거쳤다 하더라도 탈락한 지역의 주민들은 반발할 수밖에 없고 지역 갈등은 불가피하다.

통합신공항 이전이 현재로선 순조로워 보인다. 대구 군공항 이전부지 선정위원회는 주민투표 등을 거쳐 연내 군 공항 이전부지를 선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제는 부·울·경의 움직임이다. 이들이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움직임을 보이자 대구경북이 이에 반대하고 있다. 권 시장은 동남권 신공항과 통합신공항은 전혀 다른 사안이라고 강조하지만 대구경북과 부·울·경의 맞섬으로 인해 통합신공항 사업 추진이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위에서 언급한 것은 지극히 일부분이다. 지역을 둘러싸고 있는 현안은 차고 넘친다. 그렇다면 지금 권 시장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는 자명하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대구와 시민을 위해 시장이 됐다면 지역민들이 잘 먹고 살 수 있는 터전을 만들고 가꾸는 방안을 궁리하는 것만으로 하루가 벅차야 한다. 현안들을 어떻게 해결하고 이로 인해 파생될 수 있는 갈등을 어떻게 봉합할지에 대한 답을 찾다보면 자신의 미래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없다.

하루하루가 살얼음판 같은 지금, 권 시장의 3선 도전설은 언감생심은 물론이거니와 시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제발 앞으로 3년여 열심히 해 달라고 당부드리고 싶다. 그 다음에 거취를 정하는 게 맞다. 아니 당신께서 결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시민들이 충분히 할 수 있다. 사족 하나 달자면 지방자치제 도입 이후 대구 시민들은 아직까지 그 누구에게도 3선 도전조차 허(許)하지 않았다.

유선태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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