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요양병원

  • 원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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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16   |  발행일 2019-07-16 제31면   |  수정 2019-07-16

사람은 울음으로 생을 시작하고, 신음으로 생을 마치는 존재다. 나이가 들어 경제력을 상실하면 연금이나 자녀의 도움으로 살게 된다. 직장에서 은퇴한 이후에 나름 취미생활을 하면서 버티지만 70세를 넘기면서 건강상태가 나빠지고 정신이 혼미해지면 대다수가 결국 요양병원으로 가게 된다. 본인이 원하건 원하지 않건, 처자식이 있건 없건, 잘 살았건 못 살았건 대부분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서 생을 마감하는 게 대세다. 그래서 대도시는 물론, 시골 소도시나 읍 단위에도 요양병원이 성업하고 있다.

그런데 요양병원에서 근무한 한 의사가 썼다는 글이 인터넷이나 휴대폰 카톡 등을 통해 전파되고 있다. 통찰력이 돋보이는 잘 쓴 글이다. 한국 가족 사회의 단면을 잘 짚으면서 그 역학관계를 살짝 비꼬았는데 내용은 이렇다. ‘요양병원에 면회와서 서 있는 가족 위치를 보면 촌수가 딱 나온다. 침대 옆에 바싹 붙어 눈물 콧물 흘리면서 이것 저것 챙기는 여자는 딸이다. 그 옆에 뻘쭘하게 서 있는 남자는 사위다. 문간쯤에 서서 먼 산을 보고 있는 사내는 아들이고, 복도에서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여자는 며느리다.’

사실 요양병원의 장기 입원은 겪어보지 않아도 창살 없는 감옥에 다름 아님을 다들 안다. 그리고 여러 불편과 문제도 많다는 얘기를 주변으로부터 자주 듣게 된다. 그래서 60세를 넘기면 ‘이제 나도 비슷한 처우를 당할 시간이 다가온다’며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된다. 반면, ‘나는 절대로 요양병원에 안갈 거’라고 호기를 부리며 뻗치기 선언을 하는 이도 없지 않다. 하지만 호기일 뿐, 본인 의지대로 되기는 어렵다. 말년에 요양병원 신세를 지지 않고 제 집에서 편안히 지낼 수 있을 정도로 건강을 유지하는 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 집에서 24시간 간병인의 케어를 받으며 지낼 수 있는 경제력이 있느냐 없느냐도 관건일 터이다.

어쨌든 이왕 요양병원 신세를 각오한다면 살아볼 만한 요양시설에 대해 사전 조사를 해 두는 것도 좋을 것이다. 갑자기 요양시설을 찾느라 허둥대다가 실패를 맛보는 것보다는 유사시에 대비해 일찌감치 준비를 하자는 것이다. 요양병원의 설비 수준보다는 케어 수준이 높은 곳이 좋다는 말도 예사롭지 않게 들리는 요즘이다. 원도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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