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도시서 들리는 ‘책장 넘기는 소리’…13년간 독서운동이 변화 이끌다

  • 백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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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13   |  발행일 2019-07-13 제5면   |  수정 2019-07-13
구미, 인문학 도시 성장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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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구미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시가 흐르는 가족음악회’에서 장세용 구미시장이 시낭송을 하고 있다(왼쪽). 구미시립중앙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제2회 금오전국 시낭송대회 입상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구미시 제공>

구미시는 글로벌 경제·문화도시와 상생하는 행복도시를 새로운 도시 가치 브랜드로 내세우고 있다. 구미국가산업단지 중심의 구미는 풍부한 인문학적 기반에 비해 시민들의 삶 속에 파고들 정서 충족 문화행사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회색빛 IT도시를 뛰어 넘어 인문이 살아 숨쉬는 문화도시 도약의 발판이 될 구미의 대표적 행사가 시낭송대회다. 오는 8월24일 구미시립중앙도서관 강당에서는 금오전국시낭송대회가 열린다. 올해로 4회째 열리는 금오전국시낭송대회는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나이에 상관없이 시를 사랑하는 사람이 시낭송을 즐기는 경연이다. 2016년 첫 대회를 시작한 금오전국시낭송대회는 구미에서 하나밖에 없는 시낭송 경연대회여서 시민들의 관심이 높은 만큼 인문학적 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지역 여건을 살펴본다.

美 ‘원북 원시티 운동’ 벤치마킹
2007년 범시민 독서운동 시작해
금오전국시낭송대회 개최로 발전
구미지역 도서관 무려 50곳 운영
장서·열람석수 도내 부동의 1위
올해의 책 선포 독서분위기 조성
시민 학습·문화 멀티공간 역할도


◆구미 유일의 금오전국시낭송대회

구미시가 주최하는 올해 시낭송대회는 예선을 통과한 100여명이 △초등부 △중·고등부 △대학·일반부로 나눠 열띤 경쟁을 펼친다. 전국에서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다.

본선 대회장에서 열리는 시상식에는 부문별 대상 1명, 금상 1명, 은상 2명, 동상 3명, 장려상 5명, 입선, 학생부 우수지도상을 수여한다. 대학·일반부 대상은 경북도지사상과 상금 100만원, 중·고등부 대상은 경북도교육감상과 상금 50만원, 초등부는 구미시장상과 30만원을 각각 준다. 초등부는 동시만 가능하고 시 1편을 3분 이내 낭송해야 한다.

자세한 사항은 구미시청(gumi.go.kr) 및 구미시립중앙도서관 홈페이지(gumilib.or.kr)나 구미시립중앙도서관 한 책 TF(054-480-4664)로 연락하면 된다.

◆한책 하나구미 운동과 후광효과

구미가 회색빛 도시에서 도서관 도시로 탈바꿈하는데 성공한 비결은 ‘한책 하나구미 운동’이다. 이 운동이 확산되면서 시의 향연을 희망하는 시민들에 의해 금오전국시낭송대회가 생겼다.

1998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시의 공공도서관 사서인 낸시 펄은 “모든 시민이 책 한 권을 같이 읽는다면(If all Seattle read the same book)”이라는 시민독서운동을 제안했다.

이후 원북(One Book), 원시티(One City) 운동은 전 미국을 독서열풍으로 이끌었다. 특히 일리노이주 시카고 공공도서관은 2001년 한 책 한 시카고(One Book One Chicago) 운동으로 엄청난 성과를 얻었다. 미국 현지로 날아가 벤치마킹을 했던 구미시는 세계적인 교육도시로 성장을 위해 한책 하나구미 운동에 시동을 걸었다.

시민의 자발적 참여로 진행되는 상향식 독서운동이라는 점에서 한책 하나구미 운동은 국내 독서운동의 표본이 됐다. 지난 13년간 ‘올해의 책’ 선정에 43만 구미시민의 70%가 훨씬 넘는 30만명이 참여했다. 올해의 책 선포식에는 1만여명, 작가초청 강연·사인회에는 6천여명이 참여하는 등 풀뿌리 범시민 독서운동으로 완전히 자리매김했다.

2007년 시작한 한책 하나구미 운동이 10주년을 맞은 2016년 금오전국시낭송대회가 처음으로 열렸다.

금오전국시낭송대회는 예선 오디오심사와 본선대회로 나눠 열리고 부문별 대상 수상자는 시민들이 함께하는 가족음악회에서 시낭송 기회가 주어진다. 제1회 금오전국시낭송대회에는 500여명이 참가해 시낭송 애호가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지난해까지 1천300여명의 시낭송가들이 참가했다. 짧은 기간에 높은 참여율을 감안하면 금오전국시낭송대회는 전국에서 최고 수준의 대회로 자리를 잡았다.

올해 대회는 자작시를 제외한 3분 이내 시 암송을 원칙으로 한다. 시의 선택과 이해도 및 암송력, 시의 운율과 감정 표현, 태도 및 청중 반응 등을 평가해 수상자를 선정한다. 지금까지 시낭송 참가자들은 구미지역이 전체의 20%, 대구경북지역 45%, 기타 55%로 나타났다. 시낭송 전문가의 엄정한 심사를 거쳐 예선을 통과하면 모두 수상권에 포함되고 본선대회에서 우열을 가린다.

◆전국 최고의 도서관 도시

한책 하나구미 운동이 어떻게 짧은 기간 성공할 수 있을까 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지역 도서관계자들은 주된 이유로 전국 최고 수준의 공공도서관 열람석과 장서 보유를 꼽는다.

한국문화산업진흥원이 발표한 2018년 전국문화시설총람에 따르면 구미의 도서관 열람석은 4천796석으로 인구 40만명 이상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3위다. 지난해 말 기준 도서관 보유 장서는 104만5천권으로 역시 전국 3위이고, 수도권인 성남시와 수원시를 제외하면 구미시는 단연 지방 1위다. 경북도 내에서의 열람석과 장서 보유도 부동의 1위다.

구미에는 크고 작은 도서관이 50개에 달한다. 공공도서관은 구미시립중앙도서관, 인동·봉곡·선산·상모정수도서관, 도립구미도서관 등 6개다. 이외 4개 대학도서관이 있고, 새마을문고·작은도서관 등 39개소가 운영 중이다. 도서 대출은 연간 110만권으로 구미시민(42만명) 1인당 2.6권 꼴이다. 독서 인프라가 충분해 책 읽는 분위기가 완벽할 정도로 형성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구미시는 지난 4월 구미시립중앙도서관 강당에서 독서회원, 시민, 학생 등 3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13회 한책 하나구미 운동 올해의 책 선포식’을 가졌다.

구미시독서문화진흥위원회는 시민이 추천한 970권 도서를 대상으로 엄정한 심사를 거쳐 2019년 시민이 함께 읽을 수 있는 올해의 책 2권을 선정했다. 문유석 작가의 ‘개인주의자 선언’(일반도서)과 강경숙 작가의 ‘걸어서 할머니집’(어린이 도서)이다.

구미시립중앙도서관은 올해의 책을 공공도서관, 작은도서관, 새마을문고, 학교도서관 등에 비치한다. 시민 릴레이 독서, 찾아가는 독서 강연회, 작가와 함께하는 북 콘서트 등 다양한 독서릴레이 운동도 펼치고 있다.

구미시 올해의 책은 2007년 마당을 나온 암탉(황선미)을 시작으로 2008년 연어(안도현), 2009년 너도 하늘말나리야(이금이), 2010년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한비야), 2011년 책만 보는 바보(안소영)가 선택됐다. 이어 2012년 생각한다는 것(고병권), 2013년 초정리 편지(배유안), 2014년 여덟단어(박웅현), 2015년 멋지기 때문에 놀러왔지(설흔), 2016년 모두깜언(김중미), 2017년 로봇시대, 인간의 일(구본권), 2018년 야생학교(김산하)를 각각 선정했다.

◆책과 함께하는 구미시민

구미지역 도서관에서는 지역아동센터에 독서전문 지도강사를 파견해 초등생을 대상으로 독서지도, 토론회, 책읽기, 글쓰기 등 독서관련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2016년부터 지난 6월 말까지 40개소에 30명의 독서도우미가 활동을 벌였다.

도서관을 찾아 온 어린이집·유치원생들에게는 55세 이상 실버 세대의 책 읽어주는 할머니와 젊은 주부의 그림책 읽어주기 봉사대가 운영되고 있다. 구미시립중앙도서관을 포함한 5개 도서관에는 문학, 인문고전, 영화, 디베이트, 청소년 등 16개 독서회가 운영 중이다.

이곳에서는 책과 함께 인생을 시작하자는 취지로 생후 6개월에서 24개월 미만의 아기들에게 무료로 그림책을 나눠준다.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숨은 노력으로 구미의 도서관은 책만 빌리는 장소가 아니라 학습과 문화가 공존하는 멀티공간으로 탈바꿈에 성공한 것이다.

구미=백종현기자 baek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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