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문화 원류를 찾아서’…예술가 16명 2박3일 답사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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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10   |  발행일 2019-07-10 제22면   |  수정 2019-07-10
김해·가야 주제로 40여점 제작
신세계갤러리 22일까지 기획전
‘영남문화 원류를 찾아서’…예술가 16명 2박3일 답사
이인미 ‘시간을 품다’

대구신세계갤러리는 매년 영남 지역의 문화를 예술의 시각으로 해석하는 기획 프로그램 ‘영남문화의 원류를 찾아서’를 진행한다. 올해는 16명의 예술가와 2박3일 동안 옛 가야의 자취가 서려 있는 김해를 방문하고 이를 전시로 풀어냈다. 2017년 경주, 2018년 안동에 이은 세 번째 답사다.

김해는 가야 연맹체의 중심이었던 가락국(금관가야)의 도읍지였으며, 현재 경남에서 둘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다. 도시 곳곳에는 수로왕과 관련된 신화와 설화가 전해지고 있으며, 옛 가야의 유적과 유물이 남아있다. 16명의 예술가는 수로왕 탄생 설화의 배경인 구지봉 공원을 시작으로 국립김해박물관과 해은사, 대성동고분에서 가야의 흔적을 살펴보고 분산성, 선곡다원, 봉하마을, 화포천생태습지공원 등에서 김해의 자연을 감상했다. 또 수로왕릉의 물줄기를 잡기 위해 만들었다는 무척산 천지를 오르며 가야와 김해를 온몸으로 느끼며 영감을 얻었다.

2박3일의 이 같은 답사를 바탕으로 예술가들은 가야와 김해를 주제로 영상, 회화, 조각, 사진 등 다양한 매체의 작품 40여점을 제작했다. 모두 이번 전시에서 처음 선보이는 작품으로 장소를 기억하고 기록하는 각자의 방식을 비교하며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한국화과 김민주와 미디어 아티스트 김안나는 이번 답사에 참여하는 의미가 각별하다. 두 사람 모두 김해김씨이기 때문. 김민주는 자신의 역사일지도 모르는 장소를 답사하며 과거와 현재가 얽히고설킨 문답의 과정을 무척산과 수로왕의 풍경으로 담아냈다. 김안나 역시 김해김씨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생각하며 수로왕의 설화를 모티브로 이번 답사의 풍경을 가상현실로 구축하는 작업을 선보인다.

사진가 이인미와 조각가 정국택은 김해의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는 시간을 시각화하여 보여준다. 이인미는 분산성의 모습을 기록했다. 약 2천년 동안 허물어지기도 하고 다시 덧대지기도 했던 성벽과 이를 감싸 안고 있는 담쟁이의 모습을 보여준다. 정국택은 가야를 대표하는 기마인물형토기의 모습을 차용하여 철의 왕국으로 번성했던 옛 가야와 현재의 김해를 병치하여 보여준다. 김선두 역시 가야 시대부터 지금까지 내려져 왔을지도 모르는 돌, 나무, 강물을 통해 오랜 세월을 한 폭의 그림으로 나타냈다.

장용근과 이재호의 시리즈 작업과 정용국의 작품에서는 2박3일간의 답사 여정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장용근은 각 답사지에서 채집한 식물을 필름 대신 확대기에 꽂고 빛을 투과하여 인화했다. 이재호는 답사한 역사적 장소마다 전해오는 이야기 속 동물과 대응하는 몬스터를 그려내는 시리즈 작업을 선보인다. 정용국은 한 화면에 여러 답사지의 풍경을 이어 그리는 파노라마의 작업을 완성했다.

그래피티 아티스트 구헌주는 김수로왕의 부인 허왕옥을 주제로 캔버스 위에 스프레이를 뿌려 작업했다. 허왕옥의 최초 영정과 2010년 드라마 김수로에서 허왕옥 역을 맡은 배우 서지혜의 얼굴, 인터넷에서 찾은 인도 여성 이미지를 연달아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역사와 설화의 경계에 있는 허왕옥을 어떤 방식으로 불러내고 의미를 부여하는지 질문한다. 22일까지.

이은경기자 le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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