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소는 누가 키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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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09   |  발행일 2019-07-09 제31면   |  수정 2019-07-09
[CEO 칼럼] 소는 누가 키우나
정홍표 홍성건설 대표 기술사

올해 초에 국립대학 건축학 부장을 맡고 있는 선배와 점심 식사 자리를 하였다. 이야기 중에 학생들의 졸업 후 진로 이야기가 나왔으며, 선호하는 직업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다. 학생들 다수가 원하는 직업은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이고, 건설사를 원하는 경우는 대부분 서울의 대기업이며, 전공과는 다른 서비스업을 찾는 학생도 많다고 하였다. 물론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었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지만 건축을 전공한 선배로서, 지역의 중견 건설사 대표로서 안타까움을 많이 느꼈다.

이후에 나름대로 약간의 의무감을 느끼며 생각을 정리해 대구경북지역 대학의 건축학과 학생을 대상으로 강연을 시작하였다. 지난달까지 세 개 대학을 다녔으며, 각 학교와 일정을 협의하여 올해 내로 지역 내 종합대학은 물론이고 전문대학의 예비 건축인을 만나고 싶다. 순간적인 호기나 자존감이 아닌 건설인 선배로서 기술인 시절부터 생각하였던 일이기도 하다.

강연의 첫째는 당연히 건설의 매력에 대한 이야기이며, 졸업 후 가질 수 있는 직업과 건설인의 역할에 대해 알려주었다. 또한 건설사에 취업했을 때의 할 일과 보람을 말해주며, 학생들이 선호하는 공무원이라는 직업의 한계를 이야기하고 싶었고, 대기업에 비하여 중견 건설사에 입사했을 때 어떤 현실과 미래가 유리한지를 알리고 싶었다. 또한 그 학생들의 생각을 듣고 대구경북의 발전을 함께 말하고 싶다. 표현력과 설득력이 부족하지만, 앞으로도 그들과 그러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가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어서면서 개인들도 전반적으로는 경제적인 성장과 누림이 있다. 의식주 해결을 넘어서 최소한의 여가생활과 문화생활을 즐길 만큼은 분명히 되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우리가 어느 정도 잘살게 되면서 갑자기 변한 사고 중에 노동에 대한 가치관과 지나치게 안정적인 사고는 우리나라의 미래 발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단순히 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의 문제가 아닌 노동의 소중함에 대한 우리의 의식 문제이며, 사회가 불안정하다는 핑계 아래 많은 청년의 마음에서 도전정신이 사라지고 있는 것 또한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대부분 제조업체가 외국인 근로자 없이는 가동이 어렵다는 것은 이미 오래된 사실이다. 건설 현장에도 이미 상당한 인력이 외국인으로 대체되었으며, 주변 식당에서도 우리말을 더듬거리며 서빙하는 외국인을 쉽게 볼 수 있다. 그것은 어쩌면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진입하면서 누리는 호사일지도 모를 것이며, 당연한 시대적 흐름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우리의 청년들이 단순히 힘든 일을 회피하는 것을 넘어서 오로지 편하고 안정적인 일만 선호한다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결단코 밝을 수가 없다.

오늘날 학업능력이 우수한 학생들은 고소득이 보장되는 전문직으로만 가려 하고, 명문대를 졸업하고 하위직이라도 공무원을 선택하는 것에 대하여 그들에게 이의를 달 수는 없다. 또한 건설 현장에서의 바쁜 기술인보다 쾌적한 관공서에서 조용한 삶을 원하는 것을 탓할 수도 없다. 그렇지만 오늘 대한민국의 영화가 있는 것은 개인과 함께 국가와 사회 발전을 생각한 많은 산업 역군들, 연구 인력들, 창업 도전자들, 국가의 앞날을 제대로 설계하는 지도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자식들에게 안주보다는 발전과 새로운 도전을 이야기한 우리의 부모들이 있었다.

우리의 청년들에게 바란다. 특히 기술인 후배들에게 소망한다. 여러분들의 현재 위치와 상관없이 미래가치는 무한하다. 직업을 선택함에 있어 그 무한한 능력을 꽃피울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자존심은 지켜주어야 한다. 나의 미래 가능성과 가치에 대한 평가없이 당장 내 몸이 조금 더 편하거나 안정적인 것에 따라 선택이 이루어진다면, 훗날 나의 이상은 결코 편하지 않거나 후회스럽게 떠 있을 수 있다. 소를 키우지 않고도 우유는 마실 수 있지만, 소를 키워보지 않고 목장 주인이 될 수는 없다. 정홍표 홍성건설 대표 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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