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혁신의 길 Ⅲ-이스라엘을 가다 .1] 고등교육정책-뉴 캠퍼스(상)

  • 박종문
  • |
  • 입력 2019-07-09   |  발행일 2019-07-09 제6면   |  수정 2019-07-09
온라인교육과정 “최첨단”…학제 간 융합 위해 ‘이중 전공’ 주력
20190709
이스라엘 고등교육위원회(CHE)의 기획예산위원회(PBC) 위원장인 야파 질버샤츠 교수는 조만간 이스라엘 대통령과 한국을 방문해 두 나라 대학 간 교류활성화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세계 각국의 대학혁신 사례를 취재·보도하고 있는 영남일보가 ‘일본편’(영남일보 2018년 11월29일~12월26일 6회 보도)과 ‘독일편’(2019년 5월21일~7월2일)에 이은 셋째 순서로 이스라엘의 대학혁신 현장을 소개한다. 이번 ‘대학혁신의 길Ⅲ-이스라엘을 가다’에서는 이스라엘 고등교육위원회(The Council for Higher Education)의 대학발전 정책, 주요 대학의 혁신 방향, 세계 3대 연구소 중의 하나인 와이즈만연구소(Weizmann Institute of Science) 등을 집중 보도한다. 또 ‘창업 국가’로 불릴 정도로 활발한 이스라엘의 창업 정책을 소개한다. 유대인은 이스라엘이 건국되기 약 100년 전인 19세 중엽부터 대학설립과 과학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18세기 중엽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을 지켜본 유대인들은 장차 나라가 생길 경우 과학기술력이 있어야 국가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팔레스타인 지역에 유대인 국가 건설을 목적으로 한 유대 민족주의 운동인 시온주의(Zionism)보다 몇십년 앞서 유대인 대학 및 과학연구소 설립 움직임이 일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이 전 세계에 흩어진 유대인 간에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1920년대에 팔레스타인 사막지역에 유대인 대학과 과학기술연구소가 설립되기 시작한다. 국가를 세웠을 때 가장 필요한 것이 나라를 유지·발전시킬 수 있는 과학인재라고 보고 한푼 두푼 모은 성금으로 사막에 대학과 연구소를 세운 것이다. 알버트 아인슈타인 등 유대인 과학자들이 대학교육과정 마련과 과학연구소 설립 등에 큰 영향력을 미쳤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에 성공하면서 대학과 기술연구소는 국가형성에 필요한 인재를 적기에 공급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새로운 대학육성전략을 수립하고 국제 경쟁력 향상을 위해 국가재정을 집중 투자하고 있다.


고등교육委, 6개년 프로젝트 가동
대화식프레젠테이션·비디오 등
디지털도구 활용 학습체계 구축
모든사람이 접근 가능한‘개방형’
국민의 재숙련과 기술 향상 목표

2022년 유학생 2만2천명 유치 계획
고등교육기관‘국제적 명성’강화

20190709
이스라엘 고등교육정책을 총괄하는 고등교육위원회(CHE)는 예루살렘 알버트 아인슈타인 광장 내에 있다. 아인슈타인 광장 내에는 아인슈타인 기념관, 고등교육위원회, 이스라엘 과학재단 등 교육과 연구지원기관이 입주해 있다. 아래 사진은 아인슈타인 광장 표지석.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20190709
이스라엘 고등교육위원회(CHE) 위원들이 대학교육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CHE는 정치·행정으로 간섭을 받지 않고 독립적·자율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25명의 위원 가운데 3분의 2가 대학과 연구소의 교수들이다.
이스라엘 고등교육위원회(The Council for Higher Education)는 대학혁신과 경쟁력 향상을 위해 6개년 계획(2017~2022)인 뉴 캠퍼스(The New Campus)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다. 뉴 캠퍼스 구상의 시작은 인터넷 혁명이다. 인터넷 혁명은 교육뿐만 아니라 연구 방법 및 취업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면서 대학혁신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이 인터넷 혁명으로 기존 대학 커리큘럼이나 교수법으로는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를 육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정 직업의 소멸과 새 직업군의 탄생, 평생 학습체계의 세계적인 변화, 그리고 이스라엘과 해외 고등교육기관 간의 광범위한 학제간 융합연구 및 지식 교환이 필요해짐에 따라 대학혁신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이 뉴 캠퍼스 구상이다. 뉴 캠퍼스는 이스라엘 대학이 21세기에 적응하고 교수와 학생이 다른 학문 분야 간, 학제 간 장벽을 제거하면서 개방성과 기업가 정신을 장려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스라엘 고등교육위원회 기획예산위원회(The Planning and Budgeting Committee) 위원장인 야파 질버샤츠(Yaffa Zilbershats) 교수를 만나 뉴 캠퍼스의 비전에 대해 취재했다.

◆디지털 학습

고등교육위원회는 인터넷을 활용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혁신적인 교육법인 디지털 학습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디지털 학습의 잠재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온라인 학습 과정이 개발되고 있다. 인터넷 활용은 수업 중에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디지털 도구를 사용하여 지식의 영역에 도달할 수 있게 한다. 이는 고등 교육 과정을 보다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교육의 질과 학습 경험을 향상시킬 수 있는 효율적인 수단으로 보고 있다. 이 이니셔티브를 통해 교수들의 지식 이전을 촉진시키고 학생들의 학습 경험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대화식 프레젠테이션 및 비디오와 같은 다양한 도구 및 옵션을 제공하는 최첨단 온라인 교육 과정이 만들어지고 있다. 온라인 교육과정은 무료이고 개방적이라 모든 사람이 접근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학생과 일반 대중이 다양한 주제를 자유롭게 배우도록 해 사회적 지식 격차를 줄이는 데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스라엘은 글로벌 디지털 학습 혁명과 연계하기 위해 미국 하버드대학과 MIT가 설립한 국제 edX 플랫폼에 가입했다. 이를 통해 이 플랫폼에 가입한 현지 학술 기관은 이스라엘 플랫폼에 강좌를 제공할 수 있다. 이 국가 주도적 사업인 디지털 이스라엘 (Digital Israel)은 사회복지부와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 디지털 학습 촉진을 통해 20대 이후 세대에게 새로운 지식에 쉽게 접근하도록 할 방침이다. 디지털 혁명으로 역동적으로 변한 고용 시장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주기적으로 국민들이 새로운 지식을 배워 일터를 바꿔야 하는 만큼 뉴 캠퍼스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지식과 전문 직업을 넓히기 위해 재 숙련이나 기술 향상을 가능하게 하는 목표를 가지고 진행하고 있다.

또 젊지만 시대에 뒤처진 학생들, 새로운 직업을 준비하는 사람들, 자신의 풍요로운 삶을 위해 새로운 교육을 받기를 원하는 노인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자는 것이 뉴 캠퍼스의 비전이다. 이스라엘은 뉴 캠퍼스를 통해 사회의 서로 다른 부문들이 서로에 대해 이해하는, 다문화 및 세대 간 대화를 증진시키는 장소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학제 간 융합교육

오늘날 세계 경제에서는 노동 시장의 요구가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기업은 광범위하고 균형 잡힌 교육을 통해 협업능력을 갖춘 인재를 찾고 있으며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뉴 캠퍼스는 수 백년 동안 존재해온 학문 분야를 보존하기는 하지만 학제 간 연구를 방해하는 장벽을 혁신적으로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다른 주제를 동일한 대학 학위에 통합하는 새롭고 다양한 조합을 허용하는 이중 전공을 장려한다. 예를 들어 이공계열 학생들도 인문학을 배우도록 하고, 인문사회학과 학생들은 기술 분야도 이중 전공을 할 수 있게 커리큘럼을 짜고 있다.

◆국제주의 강화

고등교육기관의 국제화 강화는 유능한 유학생을 받아들이고, 이를 통해 이스라엘 고등기관의 국제적 명성을 강화함으로써 이스라엘 학계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특히 이스라엘은 고등 교육의 국제화 촉진은 학문적 관점뿐만 아니라 정치적(외국과의 외교적 관계), 사회적·경제적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게 보고 있다.

현재 이스라엘 고등교육기관 유학생의 비율은 약 1.4%에 불과하다. 이 비율은 현재 약 6%인 OECD 국가의 평균보다 현저히 낮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이스라엘의 고등교육기관에서 대부분의 교육이 히브리어로 진행됨에 따른 언어장벽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나아가 유학생들의 배우자에 대한 비자 및 노동 허가 제한과 같은 정치적 장애물도 한 몫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CHE(고등교육위원회)와 PBC(기획예산위원회)는 여러 제약요인을 제거해 2022년에 약 2만2천명의 유학생 유치를 목표로 잡고 있다. 이는 2017년 유학생 약 1만1천명 대비 두배로 늘어난 수치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17~2022년 사이에 국제 박사후 학생 비율은 120%(1천43명에서 2천300명)로 증가하고 국제 박사 과정 학생은 60%(791명에서 1천265명)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같은 해에 국제 석사 학위 학생 수를 두 배(1천462명에서 3천명)로 늘리고 국제 학사 학위 학생 수도 30% 증가(1천933명에서 2천500명)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여름학기 등 단기 프로그램 유학생 수도 150%(6천명에서 1만5천명) 늘릴 방침이다.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기획/특집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