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문재인의 주류 교체, 대구의 주류

  • 김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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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08   |  발행일 2019-07-08 제31면   |  수정 2019-07-08
[월요칼럼] 문재인의 주류 교체, 대구의 주류
김진욱 편집국 부국장

2017년말로 기억한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영남일보를 방문했을 때, 대구 주류(主流)사회라는 말을 썼다. 그가 대구 북을 당협위원장을 맡는다는 말이 나돌 때다. 그는 북을 당협위원장을 맡으려는 이유 중 하나로 “권영진 대구시장이 대구의 주류사회로부터 아직 인정을 못 받는 것 같다. 그래서 내가 대구 주류사회의 어른들과 지내려고 한다”고 했다. 홍 전 대표가 누구를 대구의 주류라고 설명하지는 않았다. 말의 흐름상 대구의 원로 기업인들은 포함시키는 것으로 나는 이해했다.

사실 권 시장이 2014년 처음 당선됐을 때도, 홍 전 대표가 한 말과 비슷한 이야기가 나돌았다. 당시 나돌았던 말의 요지는 한마디로 이랬다. “대구에서 3년간 고교를 다닌 것 외에는 대구와 인연이 없었던 권 시장이 대구를 대표하는 인물이 된 것이 어색하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권 시장은 대구의 비주류였다. 그런데 비주류 진영에서 대구 주류의 정점인 대구시장이 배출된 것에 대한 불편함으로 해석됐다. 오랫동안 ‘우리끼리’문화로 ‘그들만의 리그’를 누려왔던 사람들에겐 비주류가 주류의 정점에 오른 것이 불편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권 시장은 지역의 정치적 주류를 형성해온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대구시장이 됐으니, 주류사회와 충돌되는 일은 없었다. 물론 지금은 권 시장을 인정하니 못하니 하는 말 자체가 들리지 않는다.

주류란 말을 사회 혹은 세력이란 단어와 함께 쓰면, 좋게 표현하면 우리나라를 이끌어가는 세력 혹은 여론주도층이다. 비판적 시각으로는 기득권층 혹은 특권층이란 이미지도 있다.

주류와 관련된 오래전 기억을 되살리는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의 주류 교체론과 오버랩됐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집권하기 전인 2017년 1월,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묻는다’라는 제목의 책을 냈다. 이 책에서 문 대통령은 ‘우리 정치의 주류세력을 교체해야 한다’고 적었다.

또 조선시대때 세도정치로 나라를 망친 노론세력이 일제때 친일세력이 되고, 광복 후에는 반공이라는 탈을 쓰고 독재세력이 됐지만, 한번도 제대로 된 청산을 하지 않았기에 그들은 여전히 기득권이라고도 했다. 진보진영의 역사인식이다.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문 대통령은 주류세력 교체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 그런데도 책에 쓴 글 때문에 보수진영은 꾸준히 주류세력 교체론을 맹렬하게 공격하고 있다.

나는 정치적 스펙트럼으로 볼 때 보수다. 그래서 진보진영의 이 같은 역사인식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주류세력 교체론에 대한 보수진영의 날선 공격을 보고 있노라면 여간 불편하지 않다.

우리나라 주류의 정점은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은 행정부뿐 아니라 대법관 임명까지 자신의 권한을 모두 동원해 인사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말하는 주류세력의 교체를 위한 과정처럼 보이기도 한다. 주류세력 교체는 권력의 변두리에 있던 세력이 중심부로 들어오는 것을 말한다. 변방에 있을 때는 못했던 중요한 의사결정을 중심부에서는 할 수 있다. 종전의 주류들이 일궈 놓았던 사회질서와는 다른 질서를 만들려고 할 수 있다.

이를 두고 일부 보수 진영에서는 마치 문재인정부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시키려는 것처럼 공격한다. 논리도 탁월하다. 그래서 언뜻 들으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런데도 불편한 건 보수진영의 주류세력 교체론에 대한 날선 비판이 그동안 자신들이 누려왔던 기득권을 빼앗긴 것에 대한 분노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말로는 우리나라 미래를 위한 것이라 하지만, 실제로는 그들의 기득권을 되찾으려는 몸부림으로 비치기도 한다. 대구 경북지역을 벗어나면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훨씬 많을 듯하다. 어느 조직이든 주류보다 비주류가 더 많다. 많은 비주류는 기득권층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보수진영이 내년 총선때까지도 이런 거부감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정치권력에서도 주류교체가 일어날 것이다. 보수진영이 각성할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김진욱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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