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과 책상사이] 교과서와 지도 밖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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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08 07:44  |  수정 2019-07-08 07:44  |  발행일 2019-07-08 제18면
[밥상과 책상사이] 교과서와 지도 밖으로

“호수 주변과 강변에는 아름다운 자전거 길이 있었습니다. 길 양쪽으로 꽃과 나무들이 우거져 있었습니다. 그 매력적인 좁은 길 특정 지점에서 간혹 뱀이나 유해 동물이 나왔습니다. 동물을 보고 놀라거나 피하려다가 다친 아이도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자전거 길 자체를 폐쇄하지는 않았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 지점에 ‘뱀 주의’ 같은 팻말을 세웠습니다. 우리 같으면 아예 그 길을 막아버렸을 것입니다. 저는 그곳 사람들의 대응 방법을 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자동차 전용 도로든 자전거 길이든, 모든 길은 잠재적으로 위험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뱀 몇 번 나타났다고 길 자체를 봉쇄해 버리면 안 됩니다. 자전거를 타는 아이에게 반드시 안전 교육을 시키고, 가능하다면 보호자와 같이 자전거를 타도록 권장하면 됩니다. 이 세상 어디에도 100% 안전한 길은 없습니다.” 외국에서 공부한 어느 교수의 말이다.

점심시간에 아이들을 운동장에 내보내지 않는 학교가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교사의 눈길이 미치지 않는 장소에서 발생한 사고도 학교와 교사에게 책임을 묻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고가 날 소지를 없애버린 것이다. 그런 학교는 점심시간에 아이들이 휴대전화를 가지고 논다고 했다. 지금 공교육은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잘 가르칠까를 고민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학부모의 항의가 없는 학교를 만들 것인가에 더 신경을 쓰는 것 같다. 이게 현실이다. 반드시 금지해야 하는 것이 있고, 다소 위험하지만 허용해야 하는 것도 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이것만 하라. 이것 외에는 절대로 하지 말라’는 말을 자주 한다. 절대적으로 안전하면서 확실하게 성공 가능한 것만 하라고 한다면 어떻게 신대륙을 발견하고, 달에 사람이 갈 수 있겠는가. 우리는 아이가 ‘지도 밖’으로 가보는 것을 권장하지 않는다. 우리도 이제 좀 달라져야 한다. ‘이것만 하라’보다는 특별히 하지 말아야 하는 일 외에는 ‘모두 네가 알아서 하라’고 말해야 한다.

무슨 일을 하기 전에 실패 가능성과 처벌의 강도 등을 먼저 생각한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우리 부모님들은 자녀 양육에서 최악의 결과를 상상하면서 확실하고 안전한 것만 추구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실패를 두려워하고 위축되면 궁극적인 목표를 보지 못하게 된다. 소심한 사람은 언제나 남의 눈을 의식하게 되고 주변 자잘한 것들에 힘을 낭비하게 된다. 경기에 나가기 전에 고된 훈련을 할 때 패배의 쓰라림이나 부상 가능성을 생각하기보다는 우승했을 때의 환희와 기쁨, 보상의 크기를 상상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그래야 훈련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다. 입시공부도 마찬가지다.

기말시험도 끝나고 한 학기가 마무리되고 있다. 이제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휴식을 취하면서 눈을 크게 떠보자. 현실이란 인간의 가능성을 제한하는 숙명적 불변이 아니라 참된 인간적 용기에 의해 무한히 확장될 수 있는 창조적 가변이다. 이 시대는 교과서와 지도 밖을 탐사하는 사람에게 보다 많은 기회와 보상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윤일현 (지성교육문화센터이사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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