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의 그림편지] 방복희 작 ‘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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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05   |  발행일 2019-07-05 제40면   |  수정 2019-07-05
마음의 문을 열어야 좋은 사람과 만남…소통을 위한 창구
[김수영의 그림편지] 방복희 작 ‘門’
[김수영의 그림편지] 방복희 작 ‘門’

하얀 창호지가 발린 한옥의 문에 익숙한 기자에게 빨간 문은 좀 낯설었습니다. 빨간 창호지 아래에 문살이 희미하게 보이고 검은 빛이 도는 문고리가 강건한 표정으로 자기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문살 위에 옹이를 내리고 있는 듯한 문고리는 빨간색의 창호지만큼이나 강렬한 이미지를 줍니다.

방복희 화가는 2000년대 중반부터 ‘門’ 연작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대학원의 논문주제를 문과 벽을 통한 회화적 공간표현 연구로 잡은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문(門)은 사전적 의미로 보면 드나들거나 물건을 넣었다 꺼냈다 하기 위하여 틔워 놓은 곳입니다. 또한 그곳에 달아 놓고 여닫게 만든 시설이기도 하지요.

사람을 좋아하는 방 작가는 타인과의 소통을 중시합니다. 좋은 인간관계의 밑거름이 바로 소통이기 때문입니다.

“흔히 마음의 문을 연다고 하지요. 좋은 사람을 만나려면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합니다. 감상자와의 소통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소통을 위한 창구를 찾다보니 자연스럽게 이 같은 상징성을 가진 문에 관심이 가게 되었지요. 종교적으로 생각할 때 하늘의 문, 도서관하면 떠오르는 지식의 문 등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는 게 바로 문입니다.”

인간은 수많은 문을 가지고 이를 거치면서 살아갑니다. 삶의 순간순간마다 다양한 문들을 오고가면서 기뻐하고 때로는 슬퍼하고 행복해하고, 고통스러워하며 고비를 넘겨가지요. 문은 또 홀로 있을 수 없습니다. 벽을 뚫어 문을 만들기 때문에 벽이라는 공간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생래적으로 누군가와 함께 할 수밖에 없는 존재가 바로 문입니다.

이런 다양한 상징성을 가진 문을 방 작가는 그만의 감성으로 풀어냈습니다.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그는 대학원 실기실에서 우연히 먹과 한지, 분채, 석채 등을 만나게 되었답니다. 자연스럽게 서양화와 한국화를 접목한 작품이 만들어지게 되었지요. 한지에 먹과 유화물감은 물론 석채, 분채, 나아가 커피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는 것은 그의 이같은 학업과정이 영향을 미친 것입니다.

“한지에 먹물을 칠하면 번지면서 우연의 효과가 나타나지요. 여기에 분채를 올립니다. 문고리 등 포인트를 주는 것은 유화물감으로 마무리를 합니다. 동양적 색채가 나는 한옥문을 그리고 한국화의 재료를 쓰지만 서양화적 느낌이 살짝 감도는 것도 이런 표현기법 때문입니다.”

처음 문을 화두로 잡고 작업을 할 당시는 감옥문, 집이나 건물의 창문 등을 그렸습니다. 닫힌 문, 열린 문, 문의 안쪽에서 본 풍경, 문의 바깥쪽에서 본 풍경 등 문을 중심에 두고 다양한 표정의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이런 작업이 자연스럽게 한옥문으로 이어졌고 여기서 한발자국 나아가 최근에는 문살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초창기 문 작업이 구상화의 성격을 띠었다면 한옥문을 거쳐 문살로 넘어가면서 비구상화적인 작업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는 한옥 문살의 매력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문살은 아주 전통적이지만 기하학적 모양이 현대적이고 세련된 느낌을 강하게 줍니다. 그래서 문살의 기하학적인 매력을 보여주는 작업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그는 최근 대작을 많이 그리고 있다고 합니다. 오는 10월 수성아트피아에서 열리는 개인전에 선보일 작품이라고 하는데 기존의 작품과는 다른 이미지의 신작들을 보여주려 합니다.

문을 연다는 것은 시작을 알리고 문을 닫는다는 것은 마침을 뜻합니다. 15년 넘게 문 작업에 매달려온 그는 늘 문을 열고 닫는 것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문이라는 일관된 소재를 고집하면서도 새로운 작업을 보여줌으로써 새로운 문을 열고 있는 것입니다.

스스로 나이에 함몰되지 않으려 늘 젊은이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작업한다는 그의 익어가는 얼굴에서 연륜의 힘을 다시 한번 확인합니다. 그에게도 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합니다. 그의 작업은 늘 깨어있습니다.

#방복희 화가는 계명대 미술대학 회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개인초대전 17회, 개인부스전 5회를 했으며 국내외 그룹전 및 아트페어에 100여회 참여했다. 작품은 대구시청, 연세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계명대, 대구동산의료원, 일본 구마모토 YMCA, 태국치앙마이 인터내셔널호텔 등에 소장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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