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포크 전용 뮤직홀을 기다리며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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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03   |  발행일 2019-07-03 제30면   |  수정 2019-07-03
포크행사는 풍년이지만
로컬 포크맨 처지는 ‘흉년’
대구포크 백년대계 위한
포크전용 뮤직홀 건립
관계자 관심 이어져야
[동대구로에서] 포크 전용 뮤직홀을 기다리며
이춘호 주말섹션부 차장

대구가 ‘포크도시’로 발돋움하는 것 같다. 하지만 대구포크에 기립박수 치게 하려면 일단 대구만의 포크인프라부터 바느질하듯 챙겨나가야 된다. 첫 통기타와 첫 포크뮤지션, 첫 라이브포크클럽, 그리고 남산동 악기·음향골목의 전설적 엔지니어와 통기타 제작자, 그리고 아직 수면 아래에 있는 고수급 포크뮤지션….

‘전통민요’로도 불리는 포크(Folk). 이건 각 나라 시대정신의 정수랄 수 있다. 포크맨은 시대정신을 창조하려 한다. 그런데 상당수 유명 포크맨들은 대구로 공연이 아니라 ‘수금’하러 오는 것 같다. 대구가 그만큼 자존감이 없는 탓이다.

대구는 유네스코 선정 ‘음악창의도시’. 오페라, 뮤지컬 등은 앞서 나가고 있다. 그런데 포크는 아직 서성거린다. 2015년 출발한 ‘대구포크페스티벌’, 2016년 등장한 ‘달빛통맹(대구광주 통기타동맹)’. 행사가 공연을 압도하는 형국이다. 자꾸 관계자 행사로 흘러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아직 우린 대구를 상징하는 포크뮤지션을 제대로 못 만들고 있다. 죽은 김광석에만 갇혀선 안 된다. 허만성, 신재형, 이상래, 박창근, 김동식, 호우, 김종락, 배재혁, 심상명 등이 있지만 서울에서도 대구에서도 제자리를 못 잡고 있다. 유랑악사처럼 이 행사 저 행사를 전전 중이다. 음반을 내도 사는 이가 없는 음원시대라 삶이 더 팍팍하다.

고수가 서울에만 있다고 믿는 것, 그게 반포크적 마인드다. 포크는 예능이 아니라 하나의 ‘사회운동’이다. 더 유명하고 덜 유명한 걸 따지지 않는다. 그런데 요즘 상당수 지역 포크맨이 유명한 것에 너무 주눅들어 한다. 그러려면 뭣하러 음악하는지 모르겠다. 어차피 음악은 돈이 안 된다. 포크는 더 돈이 안 된다. 무명인 자기 처지에 굴종적 자세를 갖는다면 그건 포크정신이 아니다. 왜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을 받았겠는가. ‘절벽정신’이다. 우주 속에 오직 나의 음악만 있다는 독존적 자존감, 그게 포크다. 그런 정신이 매년 대구포크페스티벌 등을 통해 분출될 수 있게 관계자가 적극적으로 도와줘야 한다. 유명한 것이 중요한 게 아니고 진정한 사람을 세워야 된다. 진정함이 유명함으로 건너가게 도와줘야 된다.

대구가 포크의 성지가 되려면 지역 뮤지션은 모셔지고 중앙의 유명 뮤지션은 동원되는 게 더 바람직하다. 대다수 말도 안 되는 소리라 비판할 것이다. 그런 의식이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그런 기획자일수록 엔터테이너급 발라드 가수를 애써 포크뮤지션으로 둔갑시켜 출연시킬 것이다. 그들에겐 인원동원이 최종목적이니.

어쿠스틱 통기타사운드를 앞세운 포크뮤직은 야외무대, 버스킹 등으론 제대로 효과를 내기 어렵다. 전문 공연장과 음향전문가 등의 도움을 받아야만 절정의 공연이 가능하다. 수성구 범물동 ‘가락스튜디오’, 수성못 옆 ‘더 뷰(The view)’, 달서구 상인동 ‘바운스(Bounce)’, 수성못 옆 ‘추억스케치’ 등이 그런 포크를 지키기 위해 악전고투 중이다.

이제 ‘포크발전소’랄 수 있는 대구만의 포크전용 뮤직홀을 고민할 시점이다. 내일이 없는 로컬 포크맨들. 소비만 되는 그들. 다들 포크에 환멸을 느낀다. 견습생 수준의 음악인들의 독무대로 변질된 수성못 버스킹 무대조차 그들을 못 서게 만들어 버렸다. 포크1번지로 불리는 김광석길 야외공연장도 밤 9시면 끝이다. 소음 때문이다. 말이 되는 소린가. 애초 자유롭게 지붕을 탈부착할 수 있는 포크전용 뮤직홀로 세팅됐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곳을 통해 새로운 정신이 발굴되고 그 자원이 페스티벌과 공유돼 스페인 ‘플라멩코’, 포르투갈 ‘파두’ 전문공연장처럼 외국관광객이 앞다퉈 찾고, 덕분에 돈걱정도 조금 해소된다면?

하지만 아직 포크행사는 풍년, 포크맨 처지는 갈수록 ‘흉년’. 부디 포크르네상스의 전초기지가 될 전국 첫 포크홀이 대구에서 세워지길 기대해 본다.이춘호 주말섹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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