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땀 한땀 바느질로 풍요의 색 담아낸 발 작품 보러 오세요”

  • 글·사진=진정림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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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03   |  발행일 2019-07-03 제14면   |  수정 2019-07-03
전통 침선모임 ‘두 올’ 전시회
‘황색’주제 규방공예작품 출품
내년 日 후쿠오카 전시도 예정
“한땀 한땀 바느질로 풍요의 색 담아낸 발 작품 보러 오세요”
지난달 25일 대구 중구 봉산문화회관 3층 대전시실에서 열린 채담정 전통 침선모임 ‘두 올’의 전시회에 참가한 회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오후 대구시 중구 봉산문화회관 3층 대전시실에서 채담정 전통 침선모임 ‘두 올’이 ‘물들임… 그리고 바느질’이라는 이름의 전시회를 열었다.

16명의 회원이 참가해 1인 1작품과 1소품을 전시했다. 특이한 점은 평균 가로 120㎝, 세로 220㎝ 정도의 투명한 발에 손바느질을 한 작품을 전시한 점이다. 이번 전시회는 2008 규방공예전을 시작으로 여섯 번째 전시회로, 콘셉트는 오방색 중 2015년 청색, 2017년 적색에 이어 이번에는 황색이다.

‘두 올’ 지도선생님인 정윤숙씨는 “황색은 계절로는 늦여름 하루 중 오후이며 인생의 흐름으로는 중년에 해당한다. 황색을 이르는 토는 방위의 중앙에서 중화적 요소를 지니고 곡식을 심고 거둘 수 있는 흙이다. 그리하여 예로부터 설날, 출산일, 제삿날, 왕의 성묫길 도로변에 황토를 뿌려 액을 멀리하는 주술적 의미로 행해져 왔다”며 오방색 중에서 황색을 선정한 의미를 밝혔다.

또 발에 바느질을 하게 된 계기에 대해 “창문에 걸어 둔 발에 동이 터 해가 비치기 시작하는데, 그 형형색색의 오묘한 빛을 여과없이 섬세하게 담아 내는 발에 매료됐다”고 설명했다.

새와 꽃의 어울림, 자연의 조화를 표현한 ‘조, 화(鳥, 花)’를 출품한 정윤숙씨를 비롯해 근정전 천장의 황룡처럼 훨훨 비상하길 바란다는 ‘비상’, 따뜻한 햇살 가득한 봄날에 살랑이는 꽃들을 표현한 ‘봄날’, 가을날 누렇게 물든 황금 들판을 표현한 ‘미황’ ‘흔적’ ‘노란 풍선이 하늘을 날며’ ‘동행’ 등 16개의 작품과 모시깔개보, 워낭모빌, 풍경, 인두, 골무, 누비 패물보 등 다수의 소품을 전시했다.

이번 전시회가 끝나면 ‘두 올’ 회원들은 회의를 거쳐 아직 다루지 않은 오방색인 백색과 흑색 중에서 콘셉트를 정해 다음 전시회를 준비한다. 콘셉트가 정해지면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주제를 옛 문헌을 참고하는 등 까다롭게 정하고, 천연 염색과 디자인 과정을 거쳐 한땀한땀 손바느질로 작품을 탄생시킨다. 그렇게 준비과정에서 작품이 완성되기까지는 약 2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다.

‘여의주문’이라는 작품을 전시한 강경미씨는 “바느질은 나에게 있어 치유다. 바느질을 통해 욕심도 내려놓게 되었고 용서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강씨는 ‘두 올’에서의 활동이 밑거름이 되어 현재 원광디지털대 한국복식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다. 한편 ‘두 올’은 내년 일본 후쿠오카에서 가칭 ‘한국의 노렌’(두폭 정도의 작은 발이라는 일본말)이라는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글·사진=진정림 시민기자 truefores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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