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도 한번 안 잘라봤는데 이젠 가족에게 피자도 만들어줘요”

  • 글·사진=채임이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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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03   |  발행일 2019-07-03 제14면   |  수정 2019-07-03
달서구 가족문화센터 프로그램
‘우리집 요리왕, 아빠’ 15명 참가
6주간 간식·안주 등 요리법 배워
“지역주민·가족 유대감 높이는 계기”
“수박도 한번 안 잘라봤는데 이젠 가족에게 피자도 만들어줘요”
지난달 22일 대구 달서구 건강가정 다문화 지원센터 주최로 달서구 가족문화센터에서 열린 ‘우리집 요리왕, 아빠’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빠들이 요리를 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대구 달서구 가족문화센터에서 달서구 건강가정 다문화 지원센터 주최의 ‘우리집 요리왕, 아빠’프로그램이 펼쳐졌다.

예전 남자들의 할 일은 밖에서 돈 벌어오는 것이 남자의 역할이지 육아나 가사일, 요리는 언감생심 생각도 못해볼 일이었다. 시대가 변해 요즈음은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많아지면서 서로 돕는 가사, 육아, 요리하는 모습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평일 가사에 투입되는 시간이 아내는 3시간이 넘지만 남편은 40분 안팎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요리도 마찬가지다. 요리하는 시간은 1시간 남짓 투자되지만, 식사시간은 5~1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현실에서 요리가 엄마들만의 전유물이 아닌 아빠들도 동참해야 한다는 의도에서 이 프로그램을 마련하게 됐다고 센터 측은 설명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지난달 1일부터 오는 6일까지 매주 토요일 총 6회에 걸쳐 진행된다. 15명 남짓의 인근 동네 아빠들은 처음에는 서로 낯설어서 멀뚱멀뚱 말 한마디 없이 배우고만 갔지만, 이제는 동네 주민이어서인지, 아이들의 아빠라서인지 공감대가 형성돼 서로 대화도 나누며 즐겁게 요리강좌에 참여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줄 간식 만들기부터 △아내의 외출이나 휴식 시, 간단히 밥 한 끼 아이들에게 차려 줄 수 있는 음식 만들기 △아내와의 저녁, 오붓한 술안주 만들기 △가족생일이나 손님초대 시의 요리 만들기 △레몬 청 만들기 △샌드위치나 피크닉 도시락 만들어서 휴일에 직접 아빠가 만든 도시락을 가지고 피크닉 가기 등 활용도가 높은 프로그램으로 이뤄졌다.

지난달 22일에는 아내와의 사랑이 싹트는 야식 만들기로 멘보샤, 감바스, 허니버터 감자칩을 만들었다.

요리 교실 안에서 은은하고 편안하게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어설프지만 열심히 칼질하는 모습, 새우를 손질하여 새우물주머니를 깔끔하게 제거하는 모습까지 정말 진지했다.

김대영씨(45·달서구 월성동)는 “수박도 한 번 집에서 썰어 본 적이 없는데 이번 계기로 ‘주방에서 이렇게 만들어서 우리 입으로 들어오는구나. 아내도 많이 힘들었겠구나’를 느꼈다”며 “식빵피자, 파운드케이크를 사먹을 줄만 알았는데 직접 배워서 만들어 왔다는 칭찬까지 받게 됐다. 앞으로 조금이라도 시간을 내어 아이들에게 요리를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달서구 진천동에서 온 이종국씨(49)는 “가끔 된장찌개는 끓여 보았지만 다양한 요리는 할 줄 몰라 배워보러 왔다. 다음 주 만들 음식 레시피를 미리 인터넷으로 검색해 집에서 만들어보고 오기도 했다”며 “요리가 쉬운 것 같아도 힘들다는 것을 느꼈다. 그동안 아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겠다”고 전했다.

이번 프로그램에 참가한 아빠들은 “매주 만든 음식을 직접 가지고 가서 아이들과 아내들의 시식평과 함께 하루 있었던 이들을 서로 이야기하며 가족의 정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글·사진=채임이 시민기자 chaeime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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