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아이디어 공작터 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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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02   |  발행일 2019-07-02 제31면   |  수정 2019-07-02
[CEO 칼럼] 아이디어 공작터 대구
권 업 대구테크노파크 원장

메이커 스페이스(Maker Spaces)는 참가자가 직접 만들며 배우고, 협업하고 공유하는 체험형 공간이다. ‘테크숍’ ‘해커스페이스’ ‘팹랩’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가 소프트웨어를 구성하는 소스 코드를 공개하듯 설계도면, 회로도, 자재명세서 등을 대중에게 공개한 오픈 소스 하드웨어가 이 작업의 핵심이다. 이것을 보고 관심 있는 사람들이 하드웨어의 작동원리를 이해하고 스스로 재료를 마련하고 직접 만드는 경험을 쌓아 궁극적으로 또 다른 혁신과 창조를 이끌어내는 데 직접적인 동기를 제공한다. 산업용 3D 프린터, 용접기 등 다양한 제조설비를 갖추고 메이커들의 아이디어를 기다린다. 마크 해치 테크숍 CEO는 공간과 플랫폼을 함께 사용해 제품 개발에 드는 비용을 98%까지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이제 수천만원만 있으면 개인 인공위성을 띄울 수 있는 시대, 장롱에 묻어둔 비상금 수백만원만 갖고 하드웨어 스타트업을 차릴 수 있는 세상이다. 세상을 바꾸는 데 필요한 것은 아이디어뿐이다. 이러한 운동이 확산된다면 연쇄반응하듯이 혁신적인 하드웨어 스타트업이 잇따라 나타날 수밖에 없다.

대전에 소재한 창작 그룹인 ‘무규칙 이종결합 공작터 용도변경’은 회원들이 스스로 회비를 모아 임대료를 내고 장비도 마련해서 사용하는 공동 작업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자작을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 교류하며 전자회로, 기계, 봉제,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창작활동이 이뤄진다. 이를테면 링거주사 키트, 500㎖ 생수병, 공짜로 얻어온 수액 케이블, 합하여 총액 3천원의 비용으로 더치커피 메이커를 만들고, 못 쓰는 게임기 리모콘의 적외선 카메라센서를 이용해서 만든 피사체 자동추적 카메라 등 여러 가지 기발한 작품을 만들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미국 신용카드 결제에 혁신을 불러온 모바일 신용카드 단말기 ‘스퀘어’도 메이커 스페이스 출신이다. 스퀘어 공동창업자 잭 도시와 짐 맥켈비는 테크숍 멘로파크 지점에서 메이커 강의를 들은 후 이것저것 끼워 맞춰 프로토타입 3가지를 만들었다. 두 사람은 몇 달 뒤 완벽하게 작동하는 프로토타입을 들고 실리콘밸리 벤처투자자에게 초기 투자금을 1천만달러나 모았다. 서비스를 공개적으로 시작하기도 전이었다. 스퀘어는 2014년 현재 3억달러 넘는 투자를 받았다.

2014년 7월18일 미국 백악관에서 메이커 축제 ‘메이커 페어’가 열렸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오늘의 DIY(Do-It-Yourself)가 내일의 메이드 인 아메리카가 된다”라며 메이커 운동이 앞으로 수십년 동안 새로운 일자리와 산업을 만드는 미국 제조업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미국이 제품혁신의 선도국가가 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로 ‘차고(garage) 문화’를 꼽는 사람들이 많다. 애플 컴퓨터를 잉태한 스티브 잡스의 차고를 연상해보라. 차고나 창고가 딸린 단독주택에 많이 살고 있는 미국에 비해 대부분 아파트 같은 공동 주택에 살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서 도심 곳곳에 위치한 공동작업 공간 메이커 스페이스는 더욱 요긴하고 중요하다.

2013년 이후 대구지역에도 메이커 스페이스의 바람이 불며 대학 또는 공공기관 등이 현재 18개의 메이커 스페이스를 운영 중이며 시민, 특히 어린이를 비롯한 학생들의 참여가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첨단설비는 갖춰 놓았으나 구경꾼이 아닌 아이디어를 가진 메이커들이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흔적을 볼 수 없는 말끔한 메이커 스페이스는 없어야 한다. 책상 위에 어지러이 흩어진 자료들, 스케치와 메모들이 가득한 화이트보드야말로 메이커 스페이스의 진수들이다. 하드웨어 스타트업의 요람, ‘아이디어 공작터 대구’를 기대해본다.
권 업 대구테크노파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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