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쏙쏙 인성 쑥쑥] 흰 실에 검은 물이 들면 다시 희지 못함을 슬퍼한다(墨悲絲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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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01 08:13  |  수정 2019-07-01 09:33  |  발행일 2019-07-01 제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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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신문, 방송, 잡지 같은 대중전달기관에서 연예인들의 마약과 성접대 의혹 사건을 떠들썩하게 보도합니다. 모든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어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는 우상과도 같았던 연예인들이기에 조금은 가슴이 답답하고 먹먹한 듯합니다. 그들이 노력으로 쌓아올린 공든 탑이 무너지는 듯하여 믿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감자나 고구마 줄기를 뽑아 올려서 그 열매를 캐듯 주변의 사람들이 자꾸 엮이는 것이 심상찮습니다.

천자문에 ‘묵비사염(墨悲絲染)’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흰 실에 검은 물이 들면 다시 희지 못함을 슬퍼한다’는 뜻입니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 묵자(墨子)가 한 말입니다.

묵비사염(墨悲絲染)은 ‘묵자(墨子)’의 ‘소염편(所染編)’ 내용입니다. 묵자가 염색에 비유해 아랫사람(신하)을 선택하거나 벗을 사귐에 신중해야 함을 일깨운 가르침입니다.

염색 공방을 지나던 묵자가 “파란 물감에 물들이면 파래지고, 노란 물감에 물들이면 노랗게 된다. 넣는 물감이 바뀌면 그 색도 바뀐다. 다섯 색깔에 다섯 번 넣었다 꺼내면 마침내 오색이 된다. 그러므로 물들이는 일을 신중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하고 실을 물들이는 사람을 보고 감탄하며 말했습니다.

“실을 물들이는 일만 그런 것이 아니고 나라를 다스림에도 물들임이 있다. 순임금은 허유와 백양에게 물들었고, 우임금은 고요와 백익에게 물들었고, 탕왕은 이윤과 중훼에게 물들었고, 무왕은 태공과 주공에게 물들었다. 이 임금들은 충신들에게 올바르게 물들여졌다. 그리고 천자가 되어 하늘과 땅을 뒤엎을 만한 공적과 명성을 얻었다”며 천하의 인의(仁義) 실천, 명예로운 사람으로 네 사람을 꼽았습니다.

그리고 물들임이 잘못된 군주로 ‘하나라 걸왕(桀王), 상나라 주왕(紂王), 주나라 려왕(王), 주나라 유왕(幽王)’ 네 사람을 일컫습니다. 네 사람은 모두 간신배들에게 물들여져 올바르지 못했으므로 나라를 망치고 자신마저 죽게 했으며 천하의 죄인이 되었습니다. 훗날까지도 지탄과 손가락질을 받는 폭군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또한 묵자는 나라의 군주에게만 물드는 일이 있는 것이 아니라 선비에게도 물드는 일이 있다고 했습니다. 사귀는 벗들이 어짊(仁)과 옳음(義)을 좋아하고 순박하고 근신하며 법령을 두려워 한다면 그 선비의 집안은 나날이 번성하고 몸도 평안해질 것입니다. 물론 만사가 형통하고 잘 이루어질 것입니다.

반대로 사귀는 벗들이 모두 교만하고 뽐내기를 좋아하고 패거리를 지어 개인 욕심을 추구하는 무리라면 그 선비의 집안은 날로 쇠퇴하고 몸도 위태로워질 것입니다. 하는 일마다 엉망이 되어 원성의 소리를 들을 것입니다.

시경에도 ‘필택소감(必擇所堪)’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반드시 물들 곳을 택하라’는 뜻입니다. ‘필근소감(必謹所堪)’은 ‘반드시 물들 곳을 삼가라’는 뜻입니다. ‘선택’과 ‘삼감’을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염료를 선택하는 일은 아주 중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흰 실에 검은 물이 들면 다시 희지 못합니다. 그 결과는 어쨌든 슬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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