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노무현과 김부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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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6-27

박진관 뉴미디어 부장
최근 ‘노무현과 바보들’과 ‘시민 노무현’이란 영화를 볼 기회가 있었다. 둘 다 노무현 대통령 10주기를 전후해 개봉한 기록영화다. 전자는 ‘노사모’ 회원들의 내레이션을 통해 노 대통령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영화다. 노 대통령이 2000년 총선에서 서울 종로를 버리고 부산으로 내려와 낙선하는 장면에서부터 대통령 당선, 재임시절 고뇌 등을 보여주며 고인의 정치철학과 역사의식을 가감없이 그려냈다. ‘노사모’ 회원들의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 심정과 회한도 잘 녹아 있었다.

후자는 노 대통령이 퇴임한 뒤 봉하마을에서 지낸 454일간의 영상기록이다. 주민과 어울려 친환경 농사도 짓고 마을을 찾은 국민과 직접 대화하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노무현재단 대구경북지역위원회가 주최한 이날 ‘시민 노무현’ 영화관람 행사에 김부겸 국회의원이 초청됐다. 영화가 끝난 뒤 김 의원은 영화감독과 함께 무대에 올라 노 대통령과의 인연과 영화에 대한 느낌을 이야기했다.

그는 “곁에서 본 노 대통령은 가치를 추구한 분이다. 책임감도 무척 강했다. 얼마전 장관(행정안전부)직을 끝내고 대구에 오니 당신께서 임기를 마치고 봉하마을에 돌아왔을 때의 심정을 이해하겠더라. 예전엔 무엇을 해도 일이 잘 안 되면 다 ‘노무현 때문’이었는데, 지금은 그 대상이 ‘문재인’으로 바뀐 것 같다”고 지역 민심을 전했다. 그러면서 “억울한 면이 있지만 비판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게 정치인의 숙명”이라고 했다.

노 대통령과 김 의원은 ‘바보’ 소리를 들어가며 우리 정치의 고질적 병폐 중 하나인 지역주의와 맞선 공통점이 있다. 눈앞의 이익과 염량세태를 좇아 일신의 안위와 영달을 도모하기보다 선공후사의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점도 닮았다. 스스로 깨지고 부서지더라도 소수와 약자를 배려하는 심성도 함께 가졌다. 논리적이고 막힘없는 언변도 닮았다. 다만 노 대통령의 화법이 직설적이고 거침없는 반면, 김 의원은 숙고형이며 설득형이다. 권투선수에 비유하자면 노 대통령은 맷집 좋은 인파이터형이고, 김 의원은 노련한 아웃 복서 스타일이다. 하지만 원래 김 의원은 아웃 복서가 아니었다. 서울대 아크로폴리스와 지난 대선유세 때 칠성시장에서의 사자후를 들어본 사람의 얘기다. 하지만 대구에만 오면 ‘톤 다운’이 된다고 한다.

어쨌든 김 의원은 작금 문재인정부의 ‘대구경북 홀대론’에 맞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행안부 장관 시절 “국회의원 김부겸은 어디 있느냐”고 지역구에 회자된 말을 만회하기 위해 동네 구석구석을 샅샅이 누비며 주민과 접촉하고 있다. 여권 내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그에게 내년 총선은 더없이 중요하지만 지역 사정은 녹록하지 않다. 문 대통령의 인기는 반등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데다, 야권에선 전략공천을 통해 대구 수성구갑을 권토중래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거기에다 최근 총리실의 김해신공항 재검토 발표 때문에 입지가 더 좁아졌다.

노 대통령에게도 현재 김 의원에게 닥친 위기가 있었다. 1995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로 출마할 당시 여당 후보에게 여론조사 내내 앞서다가 막바지에 DJ가 지역등권론을 들고 나오는 바람에 민주당이 호남당 이미지로 각인되면서 패배했다. 만약 문 정부가 신공항문제로 대구경북을 ‘버리는 돌’로 쓰고 부산·울산·경남에서 이기겠다는 발상을 한다면, 노무현처럼 김부겸도 정권심판이란 쓰나미에 휩쓸릴 수 있다. 그렇다면 대구경북은 한반도 반쪽 섬 안에 또 하나의 섬이 된다.

정치지형상 지역에 가장 유리한 상황은 미국의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와 같은 경합주(州)일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수도권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충청이 가장 이득을 봤다. 그 다음은 부산이다. 부산은 김영삼 대통령 이후 노무현·문재인을 거치면서 힘과 세력의 균형을 맞춰가고 있다. 반면 대구경북은 아직까지 지역주의의 망령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대구는 지난 총선 때 31년 만의 철옹성을 깨고 김부겸이란 물건(?)을 배출해냈다. 여당에도 야당에도 키울 만한 인재가 있으면 키워야 현명하다. 지역발전에 검은고양이, 흰고양이를 가려 뭐하나.박진관 뉴미디어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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