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실버 크리에이터

  • 원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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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26   |  발행일 2019-06-26 제31면   |  수정 2019-06-26

유튜브 등 1인 미디어가 첨단 스마트폰 시대의 총아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어지간한 건 스마트폰으로 해결하는 이 별천지 세계에 실버 크리에이터들이 등장하고 있다. 60~80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젊은 이의 춤과 노래를 따라 하거나, 구수한 입담으로 일상을 찍은 영상으로 시청자들의 열렬한 관심을 끌고 있는 것. 유튜브 시장의 블루오션으로 뜨는 이들의 구독 조회수는 상상을 초월한다. 살아온 과정 자체를 콘텐츠로 활용하는 실버층이 어느새 유튜브 생산자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것이다. 격세지감이다.

하기야 아침저녁 출퇴근길에 지하철 안 풍경에서 이런 시대 변화상을 실감하게 된다. 전동 객차안에 6명씩 앉도록 돼 있는 좌석 양쪽 12명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들 가운데 10명이 스마트폰으로 이런 영상을 보거나 자료 검색·뉴스 시청 중이다. 나머지 2명은 눈을 감고 명상 중이거나 자고 있다. 옆쪽의 착석자 12명, 그 옆의 12명도 거의 비슷한 상황이다. 좌석마다 12명 중 10명 이상이 스마트 폰을 작동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니 웬만한 지상파 TV 방송의 인기 프로그램을 능가하는 게 이 실버 크리에이터의 동영상이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기기묘묘한 춤도 이채롭지만, 구수한 입담과 편안하면서 노숙한 진행으로 인기를 한몸에 받는 이들이 늘고 있다. 노인들의 인생역정 자체가 좋은 콘텐츠임을 여실히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월 지병수 할아버지(77)는 한 방송사의 전국 노래자랑을 통해 가수 손담비의 ‘미쳤어’ 춤을 춰 스타로 떠올랐다. 이후 4월 유튜브에 ‘할 담비 지병수’ 채널을 열어 일약 스타 반열에 올랐다. 뿐만이 아니다. 박막례 할머니(72)는 구수한 입담과 솔직한 일상을 선보여 구독자수 9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이들 스타급 실버 크리에이터에 대해 전문가들은 광고 출연 등으로 인한 월수입이 수천만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이들 외에 오랜 경력에 특별한 노하우를 지닌 농부나, 의사 등도 각자 차별화된 콘텐츠로 특색있는 유튜브를 개설해 인기를 끌고 있다. 젊은 세대들도 노인 세대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감칠맛 나는 진행에 신선함을 느끼면서 매료되고 있는 상황이다. 바야흐로 실버 크리에이터들이 1인 미디어 시대의 또다른 한 축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원도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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