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투명 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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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6-26


3년전 영남 5개 시·도 합의

TK 뺀 일방적 파기 文정부

‘국민통합’ 강조할 땐 언제

대구경북민 안중에도 없어

더는 ‘투명국민’ 취급말라

2016년 봄 대구상공회의소 앞에 ‘신공항은 밀양으로’라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현수막을 보면서 왜 대구 상공인들이 경북도 아닌 경남의 밀양을 영남권 신공항으로 지지하는지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를 두고 ‘지역이기주의’라고 지적하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대구경북이 밀양을 지지하면서 영남권 신공항 문제가 지금의 사태까지 이르렀다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대구 출신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집권할 당시임에도 대구경북민들은 대승적 차원에서 경남 밀양이 영남지역의 중심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신공항 후보지로 밀었던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엉뚱하게 흘러갔다. 대구·경북·울산·경남 대(對) 부산의 경쟁구도 속에 밀양도 아닌 가덕도 아닌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받아든 것이다. 영남권 신공항 연구용역을 맡았던 ADPi(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의 수석엔지니어 장 마리 슈발리에 책임연구원도 후보지 발표 당시 “정치적 후폭풍도 고려됐다”고 밝혔을 정도로 당시 정부의 결정은 납득할 수 없었다.

2016년 6월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영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 최종보고회’를 마친 슈발리에 책임연구원과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이 악수를 하며 서로에게 눈웃음을 짓던 사진은 아직도 생생하다. 무슨 의미였을까. 영남일보 2016년 6월22일자 1면에 보도된 사진이다. 이날 자 톱기사 제목은 ‘신공항 쇼크…용기없는 정부에 또 속았다’였다. 이명박정부에 이어 박근혜정부마저도 정치적 이해관계로 고향을 저버렸다는 대구경북민의 배신감이 담긴 제목이다.

정확히 3년 뒤인 2019년 6월21일자 영남일보 1면 톱기사 제목은 ‘결국 TK 뒤통수 친 정부…김해신공항 총리실 재검증 합의’였다. TK출신 이명박·박근혜정부에서 당한 대구경북이 PK출신 문재인정부에서도 또 당했다는 의미다.

문재인정부는 영남권 5개 시·도가 합의해 영남권 신공항 대안으로 최종 확정된 김해공항 확장안에 대해 재검토를 공식화했다. 그것도 대구경북이 빠진 부산·울산·경남 단체장만 참석한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의 면담에서. 대구경북의 입장이나 의견은 의미가 없다는 식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보수진영에서 진보진영으로 정권이 바뀌면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대구경북은 안중에 없는 듯 하다. 아니 아예 없다. 대구경북 국민은 ‘투명 국민’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정권재창출이 중요한 것은 이해하지만 총선 때문에 TK는 배제한 채 보란 듯이 PK만 챙기는 것은 가뜩이나 감정이 좋지 않은 대구와 부산의 지역갈등을 더욱 악화시키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문 대통령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국민통합’과도 거리가 멀다.

이를 두고 TK 민주당 인사들은 총선 표 때문이 아니라며 항변한다. TK를 외면하는 민주당 지도부에 대한 각성 요구도 있다.

대구에 지역구를 둔 더불어민주당 홍의락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가 목소리를 내는 건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지 총선 유불리를 계산한 것이 아니라고 분명히 밝힌다. 자세히 보면 불리할 것도 없다. 자유한국당이 대구를 우습게 보고 쉽게 보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또 민주당이 대구를 한 수 아래로 보고 가볍게 여기는 것이 비단 이번만도 아니다. 이런 굴레와 사슬을 시민들만이 해결할 수 있다. 총선에서 대답하리라 생각한다. 부·울·경에서 총선용으로 김해신공항 문제를 이슈화하고 민주당 지도부가 이것을 이용한다면 엄청난 역풍을 맞게 될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 품격있는 정치가 요구된다’라고 썼다.

홍 의원 글에는 적지 않은 댓글이 달렸다. 그 중 하나가 TK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 해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대구를 한 수 아래로 보는 것이 어디 민주당뿐이겠습니까? 대구경북을 제외한 온 나라가 그리 보는 것이 오늘날 대구 현실인 것을요. 누가 쥐어박아도 누가 무엇을 뺏어가도 한마디도 하지 못하는 대구 아입니꺼.’

임성수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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