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봉정암

  • 남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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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24   |  발행일 2019-06-24 제31면   |  수정 2019-06-24

10여년 전 발간된 ‘인도에 가면 누구나 붓다가 된다’는 제목의 책처럼 우리나라 최고의 불교 순례지로 꼽히는 설악산 봉정암을 다녀오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부처님의 가피를 받았다는 느낌의 충만한 표정을 읽을 수 있다. 환하게 웃으며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성불하십시오’라며 산을 오르는 사람들에게 인사한다. 힘들게 오르는 사람들을 보고 ‘나는 그 과정을 거쳐 하산하는 길’이라는 자부심이 배어 있는 듯 봉정암을 다녀온 사람들에게만 찾아 볼 수 있는 표정이기도 하다.

얼마전 필자도 봉정암을 다녀왔다. 왕복 20㎞가 넘는 만만치 않은 코스의 산행길이지만 아침 일찍 출발해 하루만에 산행을 마쳤다.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산행시간이 11시간 이상 소요되는 까닭에 산사에서 하루나 이틀씩 묵어가면서 다녀오는 것이 일반화된 곳이기도 하다. 백담사에서 출발한 당일 산행은 해발 1천244m에 위치한 봉정암을 겨우 다녀올 정도로 힘든 코스였다. 하산길의 수많은 아름다운 폭포와 맑은 담(潭)도 눈에 들어오지 않을 만큼 지치게 만들었다.

봉정암을 오르내리는 수렴동 계곡의 수려한 풍광도 기억에 남지만 성지순례처럼 찾는 할머니들의 발걸음은 정말 대단함을 알 수 있게 하는 곳이 봉정암 코스다. 이날 산행에서도 생전 마지막 소원이라며 아들 내외에게 부축을 받다시피 내려오는 80대 할머니도 있었고 16번째 이곳을 다녀갔다는 할머니도 보았다. 어느 글에서는 무려 750번을 방문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불교신도라면 살아생전 한번이라도 다녀가길 원하는 곳이기도 하다. 공통적인 것은 할아버지가 아니라 거의 할머니들로 가족을 위한 간절한 기원을 안고 방문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불교 신도들이 봉정암을 즐겨 찾는 것은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셨다는 5대 적멸보궁의 하나이기 때문이고 설악산 깊은 곳에 자리한 곳이어서다. 적멸보궁은 봉정암과 함께 경남 양산 통도사, 강원도 오대산 상원사, 태백산 정암사, 사자산 법흥사로 이 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곳이 봉정암이다. 기암괴석에 둘러싸인 봉정암은 불교신도가 아니라도 한번쯤 다녀오고 싶을 만큼 아름답다. 나름대로 평소 산행체력을 다지고 있지만 이곳을 다녀오면서 여전히 체력이 부족함을 알게 해 주는 곳이기도 하다.

남정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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