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이제묘’ 사라질 위기

  • 민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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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24 07:20  |  수정 2019-06-24 07:20  |  발행일 2019-06-24 제2면
소유주 지난해 철거·멸실 신고
市 “사유지라 매입하기는 곤란”
복원委 “적산가옥도 보존되는데…”
대구 ‘이제묘’ 사라질 위기
대한제국 고종·순종 두 황제를 모신 대구 동구 평광동 이제묘가 수십년째 방치되면서 흉물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다.

대한제국 마지막 두 황제 고종·순종과 우국지사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온 전국 유일 민간사당인 대구 ‘이제묘(二帝廟)’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일제가 남긴 ‘적산가옥’을 보존하려는 움직임과 대비된다는 지적이다.

23일 이제묘복원추진위원회 등에 따르면 이제묘는 1926년 순종이 승하하자 유학자 최상길·김종희가 유림 10여 명과 함께 상주에 망곡단(望哭壇), 광희묘(光熙廟)를 설치한 데서 비롯됐다. 이후 1951년 대구 동구 평광동 팔공산 자락으로 이제묘를 만들어 옮긴 뒤 매년 봄·가을 두 차례 임금을 기리는 제사를 지냈다. 하지만 1997년 최상길의 후손이 부도로 토지소유권을 잃게 되면서 이제묘는 20년 넘게 방치되다시피 했다. 특히 지난해 6월에는 현재 소유주가 동구청에 철거·멸실 신고까지 마치면서 이제묘는 존폐 위기에 놓이게 됐다.

이에 복원추진위와 대한황실진흥원 등은 지난달 이제묘의 현판·편액을 경남 함양군 대한황실진흥원 교육연수원으로 옮겼다. 이 같은 상황에도 대구시 등은 별다른 보존·복원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사유지라 시 재산으로 매입하기는 곤란하다는 이유에서다. 시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학계 전문가 등과 관련 간담회를 갖기도 했지만 사유재산이라 복원 여부를 결정할 수 없었다”며 “만약 토지 소유주가 의지를 갖고 이를 보존하려고 노력한다면 지원할 수는 있지만 매입하기는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복원추진위 측은 이제묘가 일제강점기 일본인이 남기고 간 적산가옥을 예산을 들여 보존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대우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구청은 2011년 일본식 적산가옥을 복원해 공구박물관으로 활용하고 있다. 박종안 이제묘복원추진위원장은 “망국의 역사를 덮어둬서도 안 되고 부끄러워 해서도 안 된다”며 “독립광복의 염원과 유교적 가치를 담은 이제묘를 복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민경석기자 mea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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