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단상] 지금까지 이런 정부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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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22   |  발행일 2019-06-22 제23면   |  수정 2019-06-22
[토요단상] 지금까지 이런 정부는 없었다

“청와대가 현 고용부진 상황을 엄중히 직시하고 있다. 정부를 믿고 연말까지 기다려달라”(장하성 대통령 정책실장, 2018년 8월), “내년에는 소득주도성장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장 실장, 2018년 11월), “소득주도성장의 긍정적 효과가 90%다”(홍장표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 2018년 6월). 청와대 경제 핵심브레인의 2018년 말이었다.

2019년 6월22일 오늘로써 올해의 절반이 지나갔다.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은 -0.4%였다. 경제 상황의 종합지표가 대한민국이 성장은커녕 쪼그라들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작년 연말 얘기는 터무니없음이 드러났다. 올해 효과를 누릴 수 있으려면 벌써 조짐이 나타났어야 한다. 소득주도성장의 긍정적 효과가 90%였다면 악화일로인 무역수지, 실업률 등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문재인정부는 “정부 정책의 효과로 고용의 질과 고용환경의 지표가 개선되었다”(정태호 대통령 일자리수석, 5월19일)고 주장한다. 각종 경제 관련 수치는 움직일 수 없다. 현장의 곡(哭)소리도 점점 커진다. 친여 매체와 편향적 평론가들만 ‘기다리라’ ‘좋은 수치도 있다’고 우긴다.

과거 정부도 경제 실적에 대한 홍보 부족을 거론하긴 했다. 그러나 통계청장까지 바꿔가며 유리한 수치를 유도한 적은 없다. 이마저도 군색해지자 외국 탓으로 돌리고 있다. ‘네 탓’으로 안 되니 ‘남 탓’으로 돌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뿐인가. 대표적인 공기업 한국전력은 6년 만에 작년 기준 1조1천억원의 적자를 냈다. 올 1분기에만 6천299억원 영업손실이다. 한전의 총부채는 114조원을 넘는다. 이 빚은 더욱 늘 것이다. 문재인정부 들어 추진 중인 탈(脫)원전 정책의 영향이다. 정책을 바꾸지 않는 한 궁극적으로는 전기요금을 올려 메워야 한다. 아니면 정부가 한전 빚을 대신 갚아줘야 한다. 어떤 경우든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가야 할 돈이다.

한전은 산업은행과 정부가 각각 32.9%, 18.2%의 지분을 갖고 있다. 외국인(27%)과 민간인(22%)의 몫도 절반 가깝다. ‘황금알’ 공기업이 연속 적자를 내고, 그로 인해 주식 가치가 떨어진다면 딱 떨어지는 배임(背任)이다. 벌써부터 소액주주들의 반발 움직임이 만만치 않다.

정부 출범 2년이 지난 지금, 곳곳에 무책임, 무능 정부의 증거들이 널려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를 반대하다 환경영향평가를 전제로 임시 배치한 것이 2017년 9월이었다. 문 대통령의 배치 반대가 중국의 보복 조치를 키웠는데, 2년이 다 돼가는 지금 보복 완화 노력이나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중국인 상대 업자들은 파산했거나 빈사 상태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 속에서 대한민국 외교 라인이 갈팡질팡하는 모습은 집권 2년을 견뎌온 국민의 눈엔 이제 새삼스럽지도 않다.

안전밸브(블리더) 문제를 둘러싼 조업정지를 놓고 정부와 지자체 사이에서 혼선을 겪는 철강업계, 차량 공유 서비스 ‘타다’와 극한 갈등을 빚고 있는 택시업계의 원성 또한 한계를 넘고 있다.

정부가 당사자 또는 중재자로서 해결책을 제시하고 관련업계나 시민단체, 주민을 설득해야 하는 일이다. 문재인정부는 이런 문제가 생길 때마다 당사자 간 해결, 사회적 합의 등 포장만 바꿔가며 피해가고 있다. 그 사이 갈등이 깊어진다. 외국의 재빠른 대응에 우리의 신산업 영역을 내주기도 한다. 어떤 결과를 낳든 정부의 대응 자세론 0점이다.

책임회피, 임시변통으로 정책현안 해결을 게을리하면 혁신 지진아가 되는 건 시간문제다. 마차를 보호하기 위해 자동차 산업 규제를 만들었다가 산업주도권을 미국에 넘겨준 영국의 사례도 잊었는가. 공무원은 정권을 넘나들며 영원하다. 단지 장관, 차관 몇 명 정도가 바뀌었을 뿐인데, 전 정부와 현 정부의 현안 대응 능력에 왜 이렇게 큰 차이가 날까.

정권 핵심들의 무능과 2년 넘게 지속하는 적폐 수사가 원인이다. 소득주도성장, 탈원전과 같은 엉뚱한 방향을 설정해놓고 그걸 밀어붙이니 공무원은 복지부동이다. 영화 극한직업의 명대사 패러디 한 토막. “지금까지 이런 정부는 없었다. 이것은 NGO인가, 정부인가.”

최병묵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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