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 적은 전기·수소車 고용감소 촉발…중국車는 ‘넘버1’ 야심

  • 손선우
  • |
  • 입력 2019-06-22 07:43  |  수정 2019-06-22 07:43  |  발행일 2019-06-22 제13면
미래車가 몰고 올 자동차산업 변화
20190622

미래차 시대는 세상을 어떻게 바꿔놓을까. 미래차 분야 신기술이 잇따라 도입되면서 자동차업계는 대대적인 변화를 앞두고 있다. 100년 만에 일어나고 있는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는 기대도 높지만 우려도 크다. 이계안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미래차 대응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은 “미래차 시대가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축복일지 재앙일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의 조언을 토대로 미래차가 바꿔낼 자동차 산업을 내다봤다.

내연기관차 부품수 3만개 수준
전기·수소차는 2만개 안팎 필요
공정도 더 단순…일자리 줄 듯

글로벌 업체, 미래차 승부 가열
다양한 차종 개발 총력전 펼쳐
탈원전 한국은 전기 수입할 판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인 중국
기술 주도권으로 ‘전기차 굴기’
1970년대 美 상륙 일본차처럼
친환경 무기로 시장제패 꿈꿔


◆환경오염이 촉발한 미래차 시대…기대보다 우려가 더 커

‘미래차’에 대한 정확한 정의는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가 떠오르지만 미래차를 전부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첨단 자동차’도 명확하게 미래차를 설명할 정의는 아니다. 미래차로 인해 바뀔 것은 산업에 한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자동차 산업의 변화와 함께 격변할 인류의 산업지도와 삶까지 광대한 범위를 포괄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현재 미래차는 친환경차로 통한다. 유럽연합(EU)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2030년까지 신차(승용차 기준)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21년에 비해 37.5% 감축하기로 하면서 매연을 뿜어내지 않는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는 대표적인 미래차로 떠올랐다. EU의 기준으로는 2021년까지 모든 신차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당 95g을 넘으면 안 된다. 2026년 후는 81g, 또 5년 후는 67g 이하로 낮춰야 한다. 휘발유차와 경유차는 도저히 이 기준을 맞출 수 없다. 궁극적으로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화석연료를 쓰지 말자는 것이다. 전기차와 수소전기차로 전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따라 독일 폴크스바겐은 2026년 이후 더 이상 내연기관차 개발을 하지 않기로 했다. 2040년부터는 내연기관차를 팔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다임러와 BMW도 2025년까지 전기차 25종을 출시하겠다고 예고했다.

전기차와 수소전기차로 출발한 자동차산업의 전환은 더 큰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전기 자체는 클린에너지이지만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의 화력발전은 미세먼지를 발생시킨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는 만큼 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수력발전은 비중이 낮고 액화천연가스(LNG)는 너무 비싸다. 결국 미래차 시대의 에너지는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에 기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신재생 에너지는 안정적 공급이 어렵다. 특히 태양광은 자연을 훼손한다. 이 때문에 전기를 수입해오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다. 한국은 석유와 석탄, 우라늄 등 에너지 원료의 97%를 수입해오는데 그것을 전기로 바꾸자는 얘기다.

◆내연기관 내리막에 전기차 시대에는 고용 감소 우려까지

미래차 시대가 자동차산업에 축복보다는 재앙에 가깝다는 목소리가 높다.

자동차업계는 현재 전기차는 팔수록 손해나는 구조로 본다. 아직 대중화되지 않아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했고, 배터리 수급 등 난제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배터리 구매 협상력에서 떨어지고, 양산 규모가 작아 팔수록 손해 폭이 더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피아트크라이슬러는 전기차 한 대를 팔 때마다 2만달러(2천370만원)씩 손해를 봤다고 한다. 반면 르노그룹은 닛산과의 제휴 덕에 일찍부터 전기차 기술력과 생산 효율성을 높여왔다.

전기차가 미래차의 중심으로 부상하면서 자동차산업의 고용이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당장 매섭게 불고 있는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구조조정 바람 이면에는 자동차 수요 감소 외에도 전기차로의 전환을 대비한다는 포석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6개월 새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이 밝힌 감원규모는 3만8천명을 넘는다. 완성차 업체들은 사무직과 관리직 중심으로 인원을 줄여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투자를 강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내연기관의 배기가스 규제 강화와 미국 일부 지역, 중국의 친환경차 의무판매제도 등 전기차 전환을 재촉하는 흐름 속에 전체 내연기관차의 판매량은 내리막을 걷고 있다. 전기차 전환과 내연차의 판매 감소 등은 전통 자동차 부품산업의 고용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예상은 현실로 받아들여진다.

전기차 전환으로 인한 고용 감소는 부품과 공정의 변화 탓이다. 일본 자동차부품공업협회에 따르면 내연기관의 부품 수는 3만개인 데 반해 전기차는 1만9천개, 수소차는 2만4천개에 그친다. 내연기관차는 변속기와 파워트레인, 흡기계와 배기계, 냉각계 등 수많은 기계계통 장치 부품이 필요하지만 전기전자계통 부품이 중심이 되는 전기차에서는 이런 기계 부품이 간소화되거나 불필요하다.

또 공정이 모듈화하면서 생산과정이 상대적으로 단순해지고 기간도 단축된다. 표준화된 부품을 조합하는 모듈화는 제조 공정에서 숙련 기술이 필요한 부분을 크게 줄여준다. 고도의 엔진 기술이 없어도 모터와 배터리 제조사와 협력해 자동차를 만들 수 있다.

여기에다 자동차업계는 정보통신(IT) 업체를 새로운 경쟁자로 맞아야 한다. 자율주행이나 연결성과 같은 기술 변화뿐 아니라 공유경제와 같은 비즈니스 방식의 변화까지 대비해야 한다. 이에 따라 미래차 시대에서는 부품업체, 하도급업체, 카센터, 주차장 등 차와 관련된 분야는 물론 건축설계나 관련 제도 등도 어떻게 변할지 예측할 수 없다.

◆미래차 시대, 앞서가는 중국…1970년대 일본 도요타 연상케

미래차 시대에서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산’에 대해서는 ‘짝퉁’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고, 중국의 기술력을 한 수 아래로 보거나 무시한다. 하지만 선입견으로 중국 자동차 시장과 전기차 기술을 대한다면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을 제대로 꿰뚫어 보지 못한 것이다.

전 세계 20여개국에서 1천여개 기업이 매년 중국 상하이에 첨단 기술을 선보인다. 그런데 이 자동차 기술의 각축장에서는 중국의 ‘전기차 굴기’와 자율주행·e모빌리티 등 신기술의 향연이 가장 이목을 집중시킨다. 중국차의 완성도나 성능은 기존 완성차 회사들에 견줘 크게 뒤지지 않을 만큼 전반적인 상품성이 크게 좋아졌다. 특히 지리(GEELY)나 북경기차, BYD와 같은 규모있는 업체들의 경우 기존 대중브랜드들과 직접적인 경쟁이 가능한 수준까지 완성도가 올라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를 반영하듯 중국 자동차 시장은 2016년을 기점으로 중국 현지 브랜드들의 시장점유율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에서는 중국이 기술 주도권을 가지고 나아가겠다는 강한 의지가 점차 현실로 드러나는 것이다.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이 전기차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중인 데다 전 세계적으로 대기오염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에서 전기차에 대한 중국의 굴기를 더 이상 지켜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을 겨냥한 전략도 수정하고 있다. 닛산은 중국에 2022년까지 전기차 신차 20종을 무더기로 내놓을 예정이다. 중국에서 미래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는 최근 상하이에 자율주행·전기차 기술을 집중 개발하는 연구개발센터를 설립했다. 중국 소비자 입맛에 맞는 신차를 내놓기 위해서다.

중국 차의 부상이 과거 일본 차를 떠올리게 한다는 말도 있다. 미국 컨설팅 기업 올리버와이먼 측은 “중국이 미국에 전기차를 팔게 될 때, 일본이 연료소비효율이 높은 차로 미국 시장을 뚫었던 역사를 떠올리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1970년대 일본 차가 그랬듯 2020년대 전기차 시대에 중국이 자동차 시장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친환경으로 대변되는 미래차 시대에서 중국이 앞서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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