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희 변호사의 청년과 커피 한잔] 동성애, 페스티벌과 함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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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21   |  발행일 2019-06-21 제38면   |  수정 2019-06-21
性소수자에 대한 성숙한 자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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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대구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대구 중구 일원에서 행진을 하고 있는 모습. <영남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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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겨울, 영화관에서 때 아닌 ‘노래’ 열풍이 일어났다. 영화를 관람하면서 관객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기도 하였는데, 바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그 열풍의 주인공이었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영국의 전설적인 록밴드인 ‘퀸’과 퀸의 리드보컬인 프레디 머큐리의 삶과 노래를 그린 영화다. 그래서 영화의 주요 내용이 프레디 머큐리를 중심으로 퀸의 노래 역사를 함께 여행해보는 이야기로 구성됐다.

영화 내용의 중심은 퀸이 ‘1985년 Live aid’에서 라이브 공연한 장면인데, 영화 기저에 있는 내용 중 하나가 바로 양성애자로서의 프레디 머큐리에 대한 내용이다. 프레디가 양성애자라는 뉴스는 당시 언론들의 입장에서는 흥미로운 기삿거리였는데, 실제로 필자가 영화관에서 영화감상을 하는 도중, 프레디가 남성과 키스를 하는 장면이 등장했을 때 관객석 곳곳에서 놀라움과 당혹감의 감탄사 ‘어!’가 터져 나왔다.

2019년 6월1일. 성소수자 혹은 성다양성자들을 위한 축제인 ‘퀴어문화축제’가 서울에서 개최되었다. 퀴어문화축제는 성소수자가 우리 사회의 떳떳한 일원이라는 사실을 대중에게 알리며, 더불어 성소수자의 자긍심을 높이고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해소와 인식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공개문화행사를 말한다.


작년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퀸 열풍
프레디 머큐리 양성애자의 삶도 화제
올해로 20회째 맞는 서울퀴어문화축제
대구는 6월 말 열한번째 행사 준비중
보수단체·일부 기독교 단체 반발 대립
젊은층 상당수 性정체성에 열린 마음
편견해소·인식변화 통해 한단계 성숙



2019년 서울퀴어문화축제는 2000년도 제1회 퀴어문화축제 무지개 2000으로 시작한 이래로 20회를 맞이하는 행사인 만큼, 축제조직위원회에서는 알찬 행사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였다. 덕분에 행사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여 성소수자들의 생각과 목소리, 그리고 삶의 색깔을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2019년 6월29일에는 제11회 대구퀴어문화축제가 열린다. 정치적으로 ‘보수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대구에서 가장 진보적인 축제가 열린다는 미묘한 사회적 현상을 읽을 수 있다. 더구나 대구퀴어문화축제는 전국에서 서울 다음으로 가장 많은 횟수를 기록하고 있는 축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성소수자의 퀴어문화축제에 대해 모두가 찬성을 하고 응원을 하는 것은 아니다. 성소수자의 행위에 대해 반대를 하고 축제를 무산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도 있다. 일부 보수성향의 단체 및 기독교 단체 등이다. 그들은 성서에서 동성애를 명백히 금지하고 있으며, 남성과 여성의 자연스러운 만남을 강조하며 성소수자의 성행위로 인한 에이즈 확산 가능성이 크고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 지출이 심각하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또한 축제현장과 퍼레이드 행진을 하면서 외설적 혹은 선정적인 모습을 연출하여 공공대중이 보는 현장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그래서 그들은 퀴어문화축제조직위에서 집회 신고를 하기 전에 동일한 장소에 대해 집회신고를 하여 퀴어문화축제가 사전에 열리지 못하도록 조치를 하거나 퀴어문화축제가 열리는 현장 바로 옆에서 맞불집회를 하는 등 퀴어문화축제의 부당함을 호소하거나 성소수자에게 성소수자에서 벗어날 것을 요청한다.(그래서 반대집회자들의 구호 중 하나는 ‘사랑하기 때문에 반대해요. 꼭 돌아와요’라는 구호를 사용하기도 한다)

성소수자에 대한 관념은 성의 개방화가 많이 일어난 현대사회의 산물은 결코 아니다. 역사 속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관념과 이야기는 항상 존재하였다. 시간을 조금 거슬러 올라가 2008년 개봉한 쌍화점은 고려 말기 개혁군주로 표방되던 공민왕을 모티브로 한 영화인데,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왕은 남성 호위무사들과 동성애를 하는 성소수자로 그려진다. 실제 공민왕이 성소수자였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학계에서 의견이 분분한데, 공민왕이 남색을 하고 사생활이 문란하였다는 취지의 기록은 조선 초기에 기록된 고려사에 기재되어 있다. 그 외에도 성소수자 혹은 동성애에 관한 기록이 조금씩 있지만 과거 이들에 대한 인식과 관념이 오늘날만큼 많은 논의가 있고, 인정해주는 사회 분위기가 아니였던 바, 상당한 박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재미있는 것은 성소수자에 대한 박해의 시작은 유럽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이며, 이슬람권에서는 역사적으로 오히려 성소수자에 대한 관용을 보여주다가 유럽의 문화권 영향을 받으면서 박해가 시작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필자가 성소수자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경위는 부끄럽지만 대학교 시절에 토론대회를 준비하면서였다. 그 전까지 필자 역시 ‘남성과 여성의 만남’이 자연스럽고, 성소수자가 가지고 있는 생각에 대해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국회에서 열린 토론대회의 주제가 ‘동성애’에 관한 내용이었고, 이에 당시 여러 논문과 관련 책 등을 보며 자료를 찾고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동성애 혹은 성소수자에 대한 내용이 기존에 필자가 알고 있었던 것과 많이 다르다는 점을 알았다. 특히, 동성애 혹은 성소수자가 선천적으로 혹은 유전 영향도 있기 때문에 ‘동성애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취지의 논문은 당시 필자에게 신선한 지적 충격을 던져주기도 하였다.

퀴어문화축제에 대한 청년들의 생각은 어떠할까. 필자 역시 이 부분이 궁금하여 주변 친구 및 후배들에게 퀴어문화축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다. 그런데 되돌아온 답변은 아이러니하게도 “그게 머야”였다. 그래서 “동성애 혹은 성소수자들이 페스티벌 하는 것”이라고 설명을 해주면 그제야 “아~”라는 말과 함께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해주었는데, 대부분은 그들의 성정체성 혹은 성에 대한 관념을 존중해주자는 의견이었다.

앞서 영화관에서 나온 감탄사가 사실 우리 사회가 성소수자 혹은 동성애에 대한 인식이 어떠한지를 짧지만 강력히 던져주는 메시지와 같다고 생각한다. 아직은 우리 사회가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기는 힘든 것 같다. 다만 퀴어문화축제 등을 통하여 우리 사회가 이들에 대한 편견해소와 인식변화가 점차 이뤄진다면 우리 사회는 한단계 성숙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조상희 법률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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